어제 오전에 네이버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결핵 공포 고양외고를 덮치다 란 기사였다. 고양외고는 바로 딸 아이의 모교. 당연히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전교생 다섯 명 중 한 명이 결핵 잠복자인데, 학교 측은 쉬쉬하면서 덮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대학 진학에 눈 멀어 밀폐된 공간에서 공부하라고 강요한다는 내용의 기사도 있었다.


고양외고 안이한 대처 결핵 집단 발병 키웠다는 과감한(?) 기사도 눈에 띄었다. 고양외고 결핵 공포 라는 중앙일보 기사도 있다. 이 정도 보도가 나가면, 학교는 거의 쑥대밭이 된다.  


여기서 잠시 한국일보에 실린 기사 중 일부를 한번 보자. 


한 학부형은 "학교와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응으로 많은 학생이 감염됐다"며 "아이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사이트와 일부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는 "사태가 심각한데도 학교는 성적 올리기에만 눈이 멀어있다" "학교는 감염을 막기보다 학생들을 공부시키기에 급급하다" 는 등 비판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학교측의 반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고양외고 관계자는 "매뉴얼 상 1명이 발병하면 해당 학급을, 2명이 발병하면 학년 전체를, 발병 학생이 3명이면 전교생을 검사해야 한다"며 "결핵이 발생했다고 휴교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내가 이 부분을 인용한 것은 언론들이 잘 범하는 잘못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안이든, 한 두 명은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그걸 전체적인 맥락에서 봐야 하는 데, 이런 식으로 떼어놓으면 오해의 소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기사도 의심스럽긴 마찬가지다. '결핵 공포'라고 단정적으로 쓴 기사치고는 직접 취재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 학교 당사자의 멘트라고 하나 들어가든가 해야 하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그냥 다른 기사 받아쓴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교수가 정부 비판 때문에 미운 털이 찍혔다고 가정해보자. 내가 만약 그 교수를 악의적으로 비난하려고 맘 먹었다면, 충분히 "수업에 충실하지 않았다"거나 "특정 학생을 편애했다" 혹은 "학생들을 배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어렵게 가르쳤다" 등의 멘트 한 두 개쯤은 받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대학 진학 성적 높이기에 혈안이 된 한 특목고가 결핵에 걸린 학생들을 비인간적으로 내몰고 있다는 논조의 기사들은 불과 하루 만에 확 바뀌었다. 질병관리본부가 전염성이 없다고 공식 발표한 때문이다. 고양외고 결핵감염 사실과 달라 란 기사에 따르면, 전체 국민 3명 중 한 명은 잠복감염 상태라고 한다. 결핵에 대한 상식만 제대로 갖고 있었어도 난리 칠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이번 사건은 한 학생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 발단이 된 것 같다. 그런 사안이 있으면 기자들은 당연히 취재해서 기사를 써야 한다. 만약 학교가 결핵에 집단적으로 감염됐는데, 그냥 방관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안이 있다. 직접 당사자들이 과도한 피해를 받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당연히 취재를 해서 전후 맥락을 충분히 파악해야만 한다. 그게 기본이다.


직접 당사자(는 아니지만, 밀접한 관계자)가 되고 보니 언론 보도가 참 무섭다.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걸 실감하겠다. 속보 경쟁도 좋지만, 제대로 취재를 하고,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해서 기사를 써야 한다는 기본을 잘 지켜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 그냥 마구 인용 보도해버리는 일도 좀 삼가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번 일 때문에 맘 고생 많이 했음직한 고양외고 선생님이 올린 글를 하나 퍼왔다. (딸 아이가 굉장히 싫어할 테지만) 딸 아이가 페북에서 '좋아요'를 눌렀기에, 일삼아 들어가서 읽어봤다. (딸아. 이번 건은 정말 깜짝 놀라서 읽어본 것임. 링크 타고 들어가는 일 없음.)


그렇다고 해도요... 아이들이 토하는데 공부해야 산다고 무지막지하게 공부시키는 무식한 인간들은 아닙니다. 오늘 교장선생님은 시종일관죄송하다 얘기만 하셨습니다.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우리 교장선생님만큼 아이들을 아끼고 교사들을 귀하게 여기는 교장선생님 별로 없습니다. 정말 과실이 있었다해도 죄인처럼 몰아가지는 말아주셨으면 했습니다. 보건당국에 혼날 정도로 빠르게 빠르게 검사 재촉했구요, 보건당국에서 하라는대로 열심히 대응했습니다. 우리 바보 교사들은요, 결핵 걸렸을지도 모르는 우리 학생들 하나씩 데려다가 밥도 먹어가며 상담하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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