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집을 산 뒤 깔끔하게 개조하는 것과 아예 헐고 새로 짓는 것. 어느 것이 더 나을까요? 정답은…. 그 때 그 때 다르다, 인가요?


좀 뜬금 없는 질문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지금 언론계에선 뜬금 없어 보이는 질문을 던질 일이 생겼습니다. 아마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인 제프 베조스와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다르 때문입니다.


둘은 최근 몇 달 사이에 언론계에 '갑부 바람'을 불러 왔습니다. 죽어 가던 저널리즘을 살릴 방법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갑부들의 통큰 투자밖에 없는 것 아닌가, 란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습니다.


제프 베조스와 피에르 오미다르. 공교롭게도 둘 다 전자상거래사업으로 큰 돈을 번 갑부들이네요. 그런데 저널리즘에 뛰어든 둘의 방법은 달라도 한참 달랐습니다. 


1. 고쳐서 쓰려는 제프 베조스


일단 제프 베조스는 '고쳐서 쓰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가 고쳐 쓸 집으로 선택한 게 바로 워싱턴포스트입니다. 잘 아다시피 워싱턴포스트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지입니다.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유명한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가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이었죠. 


(둘의 워터게이트 특종 얘기는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en)'이란 책에 잘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나중에 영화로도 만들어졌지요.)


제프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 인수 이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일단 편집국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선언했구요. 당연한 얘기지만,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진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 놓기만 하고 팽개쳐 놓을 리는 만무하죠. 제프 베조스가 누굽니까?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실리콘밸리의 차세대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인물이지요. 당연한 얘기지만, 워싱턴포스트에 '디지털 마인드'를 심는 데 많은 노력을 할 겁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들 역시 베조스에 대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하네요. 


2. 아예 새 집을 지으려는 오미다르


오미다르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였습니다. 역시 그레이엄 일가로부터 워싱턴포스트 인수 제의를 받고 고민하기도 했던 오미다르는, 중간에 마음을 바꿔 먹었습니다. 


가디언의 간판 기자인 글렌 그린왈드를 비롯한 탐사 보도 전문 기자들과 함께 아예 새로운 집을 짓기로 한 겁니다.


오미다르는 이 문제를 놓고 뉴욕대학교의 제이 로젠 교수와 상의를 했다고 하네요. 제이 로젠 교수는 시민 저널리즘 분야의 대표적인 이론가입니다. 저도 학위 논문 쓸 때 이 분의 책을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분의 저술인 What are Journalists For?는 시민 저널리즘의 교과서 같은 책입니다.) 


어쨌든 로젠 교수에 따르면 오미다르는 새로운 저널리즘 프로젝트에 2억5천만 달러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2억5천만 달러. 어딘지 익숙한 수치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가격이지요. 


니먼저널리즘랩은 오미다르가 버즈피드와 반대 방향으로 접근하려고 한다고 평가했네요. 버즈피드는 가벼운 내용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엔 진지하고 굵직한 영역까지 확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오미다르와 손을 잡은 그린왈드를 비롯한 기자들은 탐사 보도로 잔뼈가 굵은 사람들입니다. 오미다르가 어떤 쪽을 바라보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3. 둘은 왜 다른 행보를 보일까?


궁금하죠? 돈이라면 전혀 아쉬울 것 없는 두 사람이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저널리즘 문제에 접근하려는 것이요. 이와 관련해서는 페이드콘텐트의 매튜 잉그램 기자가 잘 설명해주고 있네요. 간단하게 말해 제프 베조스는 언론 쪽에 전혀 배경이 없는 반면, 피에르 오미다르는 언론 친화적인 인물이라고 하네요. 


베조스는 그 동안 언론들이 찬찬히 인터뷰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하네요. 한 때는 "종이신문은 다 망할 것"이란 악담도 서슴지 않았던 인물입니다. 게다가 미국 정부의 압력 때문이긴 했지만, 아마존 서버에서 위키리크스 문서를 전부 내려 버렸던 전력도 있습니다. 


반면 오미다르는 이미 언론 사업을 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하와이에서 호놀루루 시티 빗이란 걸 운영했다고 하네요. 게다가 제이 로젠 교수에 따르면 오미다르는 저널리즘 감각도 상당하다고 하네요.


혹시 둘의 접근 방법 차이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일까요? 언론을 잘 아는 오미다르는 '헌집 고치는 수준'으론 새로운 미디어를 만들기 힘들다고 판단한 반면, 상대적으로 언론과는 거리가 있었던 베조스는 '헌 집 고쳐서도 충분히 새 집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일까요?


현재로선 누가 더 성공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차피 둘 모두 당장 언론사업해서 돈을 왕창 벌려는 생각은 없었을 테니, 결국 제3자인 우리들의 관전 포인트는 '혁신'과 새로운 미디어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으로 둘을 비교해야 하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전 둘 중 오미다르 쪽이 더 가능성이 많다고 보는 편입니다. 제 아무리 베조스라도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관행을 단번에 혁신하기는 쉽지 않을 터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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