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밈이란 뉴스 큐레이션 전문 사이트가 있다. IT 쪽에선 제법 유명한 사이트다. 나도 외신 이슈를 살필 때 가장 먼저 들르는 사이트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독자 유인 효과가 더버지나 매셔블 같은 IT 전문 사이트 못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크밈에 거론되는 건수는 그대로 IT언론의 영향력 지표로 삼아도 될 정도다. 최근 자료를 보면 테크크런치, 더버지, 올싱스디지털, 기가옴, 엔가젯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쯤되면 우리나라의 네이버나 미디어다음 뉴스 섹션이 하는 것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 자체 편집진들이 뉴스를 선택하고 편집하는 국내 포털과 달리 테크밈은 정교한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 편집한다. 그 알고리즘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 동안 테크밈은 뉴스 편집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했다. 뉴스 생산자들이 달아놓은 제목을 그대로 표출했다. 


그런데 테크밈이 6일(현지 시간) '비개입 원칙'을 고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앞으로는 뉴스 생산자들이 달아놓은 제목을 그대로 내보내지 않고 자기들이 수정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물론 원본에 손을 대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자기네 사이트에 표출되는 제목만 손을 대겠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오늘 테크밈에 올라온 워싱턴포스트 기사다. 위 사진이 워싱턴포스트 원 제목이고, 아래 사진은 테크밈에 표출된 제목이다. 제목만 보면 다른 기사같다. 하지만 이 경우엔 테크밈이 보도 주체가 워싱턴포스트란 사실을 좀 더 명확하게 나타내기 위해 제목을 살짝 수정한 수준이다. 앞으로 저보다 더 한 제목 수정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2005년 무렵 국내 언론사들과 포털 간의 공방이다. 당시 국내 언론사들은 포털이 제목을 건드리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제목에 손을 대는 것은 편집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게 언론사들의 주장이었다. 


사실 당시 포털의 제목 수정이 편집권 침해였냐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자기네 사이트 특성에 맞게 제목을 축약하는 게, 그것도 원본 기사에 있는 게 아니라 포털 사이트에 떠 있는 제목을 살짝 손대는 게 과연 편집권 침해인지는 한번 따져봐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테크밈은 여기서 한단계 더 나간다. 창업자인 가베 리베라(Gabe Rivera)는 테크밈에 올린 공지문에 따르면 테크밈은 제목을 수정할 때 단순히 의미를 명확하게 하는 선에 머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때론 언론사들이 달아놓은 제목에 도전하거나 바로 잡기도 하며, 때론 반박하거나 비판하기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While most of the headlines we write will elevate details present in the story, we may on occasion even use a headline we write to challenge, correct, refute, or even undermine what we're linking to, if we feel that gets our readers closer to the truth as we see it.


이쯤되면 얘기가 좀 복잡해진다. 한번 생각해보라. 언론사들이 특정 제목을 달았는데, 테크밈 편집진들이 판단하기에 더 중요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부각시키겠다는 애기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편집권을 행사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이 소식을 전해주는 페이드콘텐트의 기사는 "(언론사와 큐레이션 사이트 간의) 권력 이동"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 동안 뉴스 생산자들이 주도하던 저널리즘의 패러다임이 이젠 큐레이션 사이트를 비롯한 중개업자들 손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 기사를 쓴 매튜 잉그램 기자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퓨리서치센터 연구 결과를 인용하고 있다. 사람들이 갈수록 뉴스 생산자들의 사이트보다는 페이스북 같은 SNS나 다른 큐레이션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다. 언론재단도 올 초 비슷한 보고서를 내놓은 적 있다. 당시엔 독자의 절반 가량이 어떤 언론사 기사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 뉴스를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 유통 시장의 권력관계 변화 보여주는 사건 


페이드콘텐트 기사가 아니더라도 테크밈의 이번 정책 변화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뉴스 시장의 무게 중심이 생산자에서 유통업자 쪽으로 급속하게 넘어가고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은 테크밈의 정책 변화가 당연히 불쾌할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포털들과 달리 테크밈은 노골적으로 '편집권 행사 의지'를 피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론사들도 테크밈의 이런 정책 변화에 대해 대놓고 비판을 하거나 보이코트하기도 쉽지 않다. 계약에 따라 뉴스를 공급하는 국내 언론사와 포털의 관계와 달리 테크밈은 그냥 알고리즘으로 뉴스를 선택한 뒤 딥링크를 걸어준다. 불만을 표할 경우 테크밈이 알고리즘에서 그 언론사를 빼버릴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당장 클릭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할 수도 있다. 네이버 뉴스캐스트가 국내 인터넷 언론에 몰아다 준 정도는 아니겠지만, 테크밈이 IT 언론들에게 몰아다주는 트래픽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테크밈의 이번 정책 변화에 '권력 관계 변화'란 평가가 나오는 건 이런 상황 때문일 것이다. 이래 저래 뉴스 생산자들만 힘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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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모회사인 데일리 비스트에서 인기 블로거로 활동하던 앤드루 설리번이 올해 초 '홀로 서기'를 선언했다. 그 곳에서 운영하는 디시(Dish)란 블로거를 혼자서 운영하면서 유료 후원 독자를 모집했다. 1인 미디어 실험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설리번은 독립 선언과 함께 연 20달러를 내는 구독자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월 27일 2만5천명 가량의 독자들로부터 약 50만달러를 모금했다고 공개했다. 50만 달러면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6억원 정도다. 이 정도면 1인 미디어로 몇 년 동안은 무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자금이다. (미국 어느 1인 미디어의 성공이 던지는 메시지 참고.)


그로부터 6개월 정도 지난 지금. 설리번은 유료화를 해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을까? 이드콘텐트에 후속 얘기가 실렸다. 구독자 2만8천 명으로부터 71만5천달러를 모금했다고 한다. 





설리번은 첫 두 달 동안 60만 달러 가량을 모금했다. 따라서 그 이후 4개월 동안 유료 구독자가 겨우 17%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입자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라면 설리번이 독립하면서 목표로 내걸었던 90만 달러엔 이르지 못할 것 같다. 


페이드콘텐츠 보도에 따르면 설리번 독자들의 유료 전환 비율은 2.5% 수준이라고 한다. 유료 전환? 설리번은 1인 미디어 실험을 시작하면서 '무료 맛보기 전략'을 병행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매 30일 당 7건씩 공짜로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설리번은 지난 5월 '맛보기 기사'를 대폭 줄였다. 매 60일에 5건까지만 볼 수 있도록 한 것. 당연한 얘기지만, 좀 더 감질맛 나게 만들어서 유료 전환 속도를 높이려는 '속셈'이었다. 공짜 맛보기 기사를 대폭 줄인 이후에도 유료 전환율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물론 2.5%가 만만한 숫자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미디어들이 페이월(paywall)을 칠 경우 유료 전환율이 1% 수준이라고 한다.)





설리번의 최근 행보를 보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추신수 선수를 떠올리게 만든다. 시작하자마자 폭발적인 파괴력을 보여준 뒤 급속하게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둘 모두 실패 아니냐는 진단이 나올 수도 있다.


추신수 선수는 아직 시즌 중이니 정확한 평가를 내리긴 힘들다. 하지만 설리번은 1인 미디어 실험이 실패라고 폄하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유료 구독 수입만 70만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페이드콘텐트 역시 비슷한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추세라면 설리번의 유료 구독 수입은 81만5천달러 정도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정도 수준만으로도 데일리 비스트/뉴스위크 산하에서 '디시'를 운영할 때 수입과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대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성공했다고 평가해줄만한 수준이다. 


페이드콘텐트는 "1인 블로거가 별다른 광고 없이 팬들로부터 75만 달러 정도를 모금한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다 타깃 광고 같은 것들을 좀 더 붙이게 되면 수입은 더 큰 폭으로 증가할 수도 있다.


물론 누구나 설리번처럼 개인 유료화를 해서 성공할 순 없다. 콘텐츠 유료화에 대해 극히 부정적인 한국 뿐 아니라, 나름 시장도 크고 콘텐츠 구매하기 위해 지갑도 잘 여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책 여러 권 내 본 내 경험에 의하면, 글을 써서 독자 1만 명의 가슴을 울리는 건 정말 엄청난 일이다. 난 아직 한번도 그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요즘 여기 저기서 콘텐츠 유료화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막상 콘텐츠 유료화를 단행하는 건 수월하진 않은 것 같다. 대체제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루에 커피 한 두 잔은 기꺼이 구매하는 사람들도 한 달에 커피 서 너 잔 값에 콘텐츠를 정기 구매하는 덴 굉장히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결론은, 앤드루 설리번이 참 부럽다. 저렇게 1인 미디어를 운영해서 저 정도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나는 언제쯤 저 경지에 가보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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