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미디어 업계에서 연이어 이혼 소식이 들려왔다. 나름 ‘잉꼬 부부’로 알려져 있던 커플도 있고, 에전부터 삐걱대던 커플도 있다. 물론 여기서 이혼이란 매체와 기자의 결별을 의미한다. 


가장 충격적인 건 역시 월터 모스버그와 카라 스위셔가 월스트리트저널과 결별했다는 소식. 모스버그는 현재 미국 IT 저널리스트 중엔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물이다.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능력을 인정했던 두 명의 기자 중 한 명이다. 


다음은 다소 삐걱이던 커플. 뉴욕타임스에서 테크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데이비드 포그(David Pogue)도 뉴욕타임스와 결별했다. 포그는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의 콜을 받고 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가 하면 미국 대선 결과를 정확하게 에측해 화제가 됐던 네이트 실버도 뉴욕타임스와 결별했다. 네이트 실버는 대신 ESPN과 계약을 맺었다. (실버가 스포츠 매체로 간 건 전혀 이상할 것 없다. 이 사람 원래 대표적인 세이브매트리션이니까. 세이브매트릭스가 뭐냐구?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야구 통계학이다. 물론 그것보다 훨씬 범위가 넓은 개념이지만.)


자, 이런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할까? 



데이비드 포그 [사진=위키피디아]


포그와 NYT 결별, 푸홀스를 보면 보인다 


혹자는 미디어 지형도 변화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아마도 포그가 뉴욕타임스와 결별하고 야후로 간 것 때문에 이런 얘기가 나온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사안은 사실 그렇게 보긴 다소 힘들다. 엄밀히 말해 데이비드 포그는 뉴욕타임스 기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제휴 칼럼니스트 정도로 보면 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데 니먼저널리즘랩에 흥미로운 칼럼이 하나 실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토리텔링 방식. 바로 야구와 IT를 결합한 칼럼이다. ^^


제목부터 흥미롭다. 데이비드 포그와 푸홀스 효과의 뉴스 경제학(The Newsonomics of David Pogue and Pujols Effect). 칼럼 필자는 ‘스타 파워’란 관점에서 이번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 


그 얘길 잠깐 해보자.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지금 월드시리즈가 열리고 있다. 현재 맞붙어 있는 팀은 보스턴 레드삭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잘 알다시피 세인트루이스는 류현진이 몸 담고 있는 LA 다저스를 물리치고 내셔널리그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세인트루이스는 자체 팜 시스템을 통해 선수들을 잘 키워내기로 꽤 유명한 팀이다. 앨버트 푸홀스 역시 이 팀이 공을 들여 키웠던 선수다. (지난 해 내가 번역했던 ‘그들은 어떻게 뉴욕 양키스를 이겼을까’에는 푸홀스 드래프트 할 때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잘 나와 있다.)


어쨌든 푸홀스는 메이저리그 데뷔하자 마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했다. 그리고 2011년 말. 드디어 푸홀스가 FA 자격을 얻었다. 그런데 세인트루이스는 푸홀스를 잡지 않았다. 푸홀스는 결국 LA 에인절스로 이적했다. 


그 뒤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대로다. 세인트루이스는 푸홀스 대신 메이저리그 최고 포수인 야디어 몰리나를 눌러 앉혔고, 자체 양육 선수들을 잘 추스려서 또 다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뉴욕타임스가 데이비드 포그를 놔준 것도 이런 차원에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 입장에선 데이비드 포그 자리를 충분히 대체할 자신이 있었을 것이란 것. 따라서 굳이 그에게 높은 연봉을 보장해주면서 잡을 의향이 별로 없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자, 그러면 여기서 한번 따져보자. 


야구 스타들의 영향력은 기록으로 바로 드러난다. 푸홀스는 10년 이상 매년 3할, 30홈런, 100타점을 생산했던 타자였다. 기록만으론 대체 불가능한 타자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 팀은 그를 잡지 않았다. 대신 세인트루이스는 포수인 야디어 몰리나를 잡았다. 그리고 그건 탁월한 선택이란 게 증명됐다. LA 에인절스로 옮긴 푸홀스가 부상에 시달리면서 급작스럽게 위력이 반감되어 버린 것. 반면 몰리나는 메이저리그 최고 포수답게 안정적으로 투수 리드를 하면서 팀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 결과적으론 세인트루이스가 그를 잡지 않은 건 (적어도 현재까지는) 잘한 선택인 것 같다.


기자의 가치는 뭘로 평가해야 하나?


그럼 기자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일단 기자의 가치라는 건 산정하기가 참 쉽지 않다. 야구 선수와 달리 기자는 딱 떨어지는 성과 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몸 담고 있는 언론사에 어떤 이득을 안겨줬는지 직접 계산할 방법이 없다. 


이런 한계를 전제로 깔고 얘기해보자. 일단 기자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크게 두 가지 잣대를 들이댈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그 기자 때문에 직접 발생한 매출. 사실 이것도 계산이 쉽지가 않다. 언론사 데스크라면 직접 유치해 온 협찬 매출 같은 것들로 계산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요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언론사 데스크들은 암묵적으로 어느 정도 ‘매출 기여’를 하도록 돼 있다. (그런 면에서 난 낙제점이다.)


둘째. 그 기자가 매체에 덧붙여준 브랜드 명성. 이것 역시 정확하게 계산하긴 쉽지 않다. 어디까지나 짐작만 할 수 있을 따름이다. 소셜 분석 기법이 좀 더 정교해질 경우, 그런 방법을 통해 간접 짐작해 볼 순 있겠지만, 그것 역시 한계가 명확하다. 


자, 이런 관점으로 접근할 경우 포그의 이직은 뉴욕타임스에 득이 될까, 아니면 손실이 될까? 이 문제를 푸홀스 사례와 대비해서 한번 생각해보자.


자유계약 선수들이 몸 담은 팀을 떠날 땐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프로선수들의 가장 큰 동기는 역시 돈이다. 연봉이 곧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다. 팀과의 교감도 나름 중요한 요소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승 가능한 팀이란 메리트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럼 팀 입장에선 어떨까? 당연히 대안이 있어야 한다. 대안이 없어도 보내는 경우도 있다. 당분간 우승을 다투기 보다는 팀을 리빌딩하겠다는 전략이 섰을 때. 아니면 도저히 잡을 돈이 없을 때.


일단 연봉. 당연히 야후가 뉴욕타임스보다는 더 처우가 좋았을 것이다. 따라서 포그 입장에선 옮기는 게 맞다.


다음 팀과의 궁합. 사실 포그가 독자들에겐 꽤 인기 있었지만, 뉴욕타임스 편집국 내에선 그다지 원만하지 못했다. 좀 더 직접적으로 얘기하자면, 뉴욕타임스 기자들이 별로 인정하지 않았다. 저널리스트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때문이다. 역시 포그는 당연히 옮길 만했다.


셋째. 우승 가능한 팀. 이건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 볼 수 있다. 자기가 합류한 뒤 크게 달라질 수 있는 팀. 역시 뉴욕타임스보다는 야후가 훨씬 낫다. 마리사 메이어가 강력한 콘텐츠 왕국을 꿈꾸고 있기 때문에 잘만 하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초기에 네이버나 다음에 합류한 국내 메이저 기자들과 비슷한 상황이란 말씀.)


그럼 뉴욕타임스 입장에서 한번 살펴보자. 뉴욕타임스가 포그나 네이트 실버와 결별한 상황이 세인트루이스와 푸홀스의 결별 때와 비슷하다. 뉴욕타임스는 일단 야후나 ESPN만큼 돈을 지불할 생각이 없었다. 


니먼저널리즘랩에 따르면 뉴욕타임스는 최근 테크 부문 필자를 20여 명 보강했다.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푸홀스를 내보내면서 절약한 돈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투자한 세인트루이스와 비슷한 전략으로 접근한 셈이다.


결국 포그나 뉴욕타임스 모두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쿨하게 헤어진 셈이다.


중소 언론사들의 인력 잡기-보내기, 결정 기준은?


이상이 니먼저널리즘랩이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나도 이런 시각에 흔쾌히 동의한다.


자, 그럼 좀 더 실질적인 문제로 돌아와보자.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거래가 가능할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경우는 아니더라도 작은 매체들은 늘 인력 붙잡아두는 문제로 고민을 해야 한다. 이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봉이나 매체 브랜드다. 젊은 기자일수록 심하다. 반면 연차가 좀 된 기자는 ‘홈 타운 디스카운트’를 어느 정도 적용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경우도 있다.’ 홈타운’ 쪽에서 제대로 대우를 못 해준 게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는 떠나 보내는 언론사가 정교하게 따져보고 접근해야 한다. 대체 가능한 전력인지, 아니면 무조건 잡아야 하는 전력인지. ‘홈타운 디스카운트’가 가능한 연차라면 꼭 연봉이 아니더라도 잡을 방법은 있다. 문제는 실천할 수 있느냐는 거지만. 


상대적으로 고연봉을 보장하기 힘든 중소언론사는 '홈타운 디스카운트'로 중견 이상 기자들을 잡아두는 수밖에 없다. 그러자면 '돈' 대신 다른 것으로 보상해줘야 한다. 이를테면 "네가 정말 필요하다"거나 "너 때문에 큰 힘이 된다"는 신뢰감 같은 것들. 그것마저 없을 경우엔, 유인할만한 것들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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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집을 산 뒤 깔끔하게 개조하는 것과 아예 헐고 새로 짓는 것. 어느 것이 더 나을까요? 정답은…. 그 때 그 때 다르다, 인가요?


좀 뜬금 없는 질문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지금 언론계에선 뜬금 없어 보이는 질문을 던질 일이 생겼습니다. 아마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인 제프 베조스와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다르 때문입니다.


둘은 최근 몇 달 사이에 언론계에 '갑부 바람'을 불러 왔습니다. 죽어 가던 저널리즘을 살릴 방법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갑부들의 통큰 투자밖에 없는 것 아닌가, 란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습니다.


제프 베조스와 피에르 오미다르. 공교롭게도 둘 다 전자상거래사업으로 큰 돈을 번 갑부들이네요. 그런데 저널리즘에 뛰어든 둘의 방법은 달라도 한참 달랐습니다. 


1. 고쳐서 쓰려는 제프 베조스


일단 제프 베조스는 '고쳐서 쓰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가 고쳐 쓸 집으로 선택한 게 바로 워싱턴포스트입니다. 잘 아다시피 워싱턴포스트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지입니다.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유명한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가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이었죠. 


(둘의 워터게이트 특종 얘기는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en)'이란 책에 잘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나중에 영화로도 만들어졌지요.)


제프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 인수 이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일단 편집국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선언했구요. 당연한 얘기지만,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진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 놓기만 하고 팽개쳐 놓을 리는 만무하죠. 제프 베조스가 누굽니까?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실리콘밸리의 차세대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인물이지요. 당연한 얘기지만, 워싱턴포스트에 '디지털 마인드'를 심는 데 많은 노력을 할 겁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들 역시 베조스에 대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하네요. 


2. 아예 새 집을 지으려는 오미다르


오미다르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였습니다. 역시 그레이엄 일가로부터 워싱턴포스트 인수 제의를 받고 고민하기도 했던 오미다르는, 중간에 마음을 바꿔 먹었습니다. 


가디언의 간판 기자인 글렌 그린왈드를 비롯한 탐사 보도 전문 기자들과 함께 아예 새로운 집을 짓기로 한 겁니다.


오미다르는 이 문제를 놓고 뉴욕대학교의 제이 로젠 교수와 상의를 했다고 하네요. 제이 로젠 교수는 시민 저널리즘 분야의 대표적인 이론가입니다. 저도 학위 논문 쓸 때 이 분의 책을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분의 저술인 What are Journalists For?는 시민 저널리즘의 교과서 같은 책입니다.) 


어쨌든 로젠 교수에 따르면 오미다르는 새로운 저널리즘 프로젝트에 2억5천만 달러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2억5천만 달러. 어딘지 익숙한 수치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가격이지요. 


니먼저널리즘랩은 오미다르가 버즈피드와 반대 방향으로 접근하려고 한다고 평가했네요. 버즈피드는 가벼운 내용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엔 진지하고 굵직한 영역까지 확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오미다르와 손을 잡은 그린왈드를 비롯한 기자들은 탐사 보도로 잔뼈가 굵은 사람들입니다. 오미다르가 어떤 쪽을 바라보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3. 둘은 왜 다른 행보를 보일까?


궁금하죠? 돈이라면 전혀 아쉬울 것 없는 두 사람이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저널리즘 문제에 접근하려는 것이요. 이와 관련해서는 페이드콘텐트의 매튜 잉그램 기자가 잘 설명해주고 있네요. 간단하게 말해 제프 베조스는 언론 쪽에 전혀 배경이 없는 반면, 피에르 오미다르는 언론 친화적인 인물이라고 하네요. 


베조스는 그 동안 언론들이 찬찬히 인터뷰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하네요. 한 때는 "종이신문은 다 망할 것"이란 악담도 서슴지 않았던 인물입니다. 게다가 미국 정부의 압력 때문이긴 했지만, 아마존 서버에서 위키리크스 문서를 전부 내려 버렸던 전력도 있습니다. 


반면 오미다르는 이미 언론 사업을 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하와이에서 호놀루루 시티 빗이란 걸 운영했다고 하네요. 게다가 제이 로젠 교수에 따르면 오미다르는 저널리즘 감각도 상당하다고 하네요.


혹시 둘의 접근 방법 차이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일까요? 언론을 잘 아는 오미다르는 '헌집 고치는 수준'으론 새로운 미디어를 만들기 힘들다고 판단한 반면, 상대적으로 언론과는 거리가 있었던 베조스는 '헌 집 고쳐서도 충분히 새 집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일까요?


현재로선 누가 더 성공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차피 둘 모두 당장 언론사업해서 돈을 왕창 벌려는 생각은 없었을 테니, 결국 제3자인 우리들의 관전 포인트는 '혁신'과 새로운 미디어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으로 둘을 비교해야 하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전 둘 중 오미다르 쪽이 더 가능성이 많다고 보는 편입니다. 제 아무리 베조스라도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관행을 단번에 혁신하기는 쉽지 않을 터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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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대표하는 일간지 가디언의 간판 기자로 활동했던 글렌 그린왈드가 사표를 제출했다. 그린왈드 본인은 "평생 한번 올까 말까 한 기회를 잡은 때문"이라고만 밝혔다. 정황상 일생일대 기회란 건, 새로운 미디어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 소식을 처음 전한 버즈피드에 따르면 그린왈드는 "조만간 모든 걸 공개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여기서 그린왈드가 누구인지 소개하는 게 순서일 것 같다. 대체 기자 한 명 퇴사했다고 온 언론들이 난리치는 지 궁금할테니. 그린왈드는 현직 변호사이면서 가디언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하루 종일 가디언에 붙어 앉아서 일하는 유형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진 출처는 위키피디아) 


좀 더 직접적으로 얘기하자. 올 들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사찰 사실을 특종 보도한 기자다. '딥 스롯' 역할을 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비밀 서류 뭉치를 폭로할 언론사로 가디언을 낙점한 것은 그린왈드 기자 때문이라고 알려져 왔다. 그린왈드는 평소 정부 비리와 부정부패 등을 집중 보도하면서 명성을 쌓아왔다. 


특종을 밥 먹듯 하는 기자. 어떤 언론사가 놓치고 싶겠는가? 게다가 전세계를 뒤흔든 대특종 여진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기사를 쓴 기자가 그만두겠다면? 당연히 각종 억측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그린왈드와 가디언 측 모두 이런 부분이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둘 사이 관계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힌 것. 심지어 가디언은 "우린 아주 우호적인 관계로 잘 정리했다"고 까지 밝혔다. (이 정도 파워 있는 기자. 정말 부럽다. ^^)


그린왈드가 합류한 매체는 이베이 창업주 작품 


어쨌든, 그린왈드의 가디언 퇴사 소식은 버즈피드가 최초 보도했다.당연히 충격적인 소식이다. 그런데 오늘 로이터통신에 또 다른 뉴스가 실렸다. 그린왈드가 만들려고 하는 새로운 매체의 물주가 바로 이베이 창업자 중 한 명인 피에르 오미다르란 소식이다. 


오미다르는 이베이 하나 잘 만든 덕분에 85억 달러 가량의 자산을 갖고 있는 갑부다. 오미다르는 돈 많은 갑부들이 흔히 그렇듯, 적당한 자선 사업을 하면서 여러 비즈니스 쪽에 투자를 하면서 살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빌 게이츠와 함께 MS를 창업했던 폴 앨런은 프로농구와 프로풋볼 구단주로 활동하고 있다. 역시 부러운 인생들이다. ^^)


어쨌든, 가디언의 스타 기자 글렌 그린왈드는 오미다르가 만드는 미디어 책임자로 스카우트됐다는 게 로이터통신 보도다. 그린왈드는 새로운 매체를 처음부터 설계하는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라고 한다.


내가 그린왈드 퇴사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는 딱 하나다. 최근 미디어 시장에도 '갑부'들이 자꾸 뛰어들고 있다는 것. 정상적인 비즈니스 모델로는 ROI가 제대로 안 나오는 언론사업 특성상, 원도 한도 없이 돈을 번 갑부들이 '이윤' 생각하지 않고 장기 투자하는 모델이 현재로선 유일한 장기 생존 모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때문이다.


제프 베조스의 워싱턴포스트 인수 때부터 이런 생각을 강하게 했는데, 오미다르가 글렌 그린왈드까지 빼갔다는 얘길 듣고 보니 더 확신이 생긴다. 게다가 최근엔 스티브 잡스 미망인(갑자기 이름이 떠오르질 않네.)까지 신생 미디어에 투자를 할 계획이란 보도까지 나오는 걸 보면…. 한국엔 건강한 미디어 육성을 위해 대가를 바라지 않는 투자를 할 갑부는 없는 걸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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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 가장 많은 기대를 나타낸 건 잡지들이었다. '와이어드'를 비롯한 전위적인 잡지들은 경쟁적으로 혁신적인 콘텐츠를 쏟아내면서 독자들을 현혹시켰다. 일부에선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예언자일보' 같은 현란한 유저 인터페이스(UI)를 거론하면서 잡지 혁명을 기대했다.


그로부터 3년 여가 지난 지금. 태블릿은 잡지들의 구세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 때 반짝 화제를 모았던 와이어드는, 대표 태블릿 매거진으로 자리잡는 데 실패했다. 루퍼트 머독이 야심적으로 시작했던 더데일리 역시 투자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결국 폐간됐다. 


태블릿 잡지가 왜 생각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는 걸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당연히 수익 모델이다. 동영상을 비롯한 현란한 편집으로 시선을 끄는 덴 성공했지만, 투자에 걸맞은 수익 모델을 발굴해내지 못했다.

현란한 편집 역시 강점만은 아니었다. 지나치게 현란한 잡지를 만들 경우 용량이 커져버리기 때문이다. 32GB 저장용량 제품이 주류를 이루는 태블릿 시장에서 한 호당 1GB에 육박할 정도로 무겁게 만드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앱의 폐쇄적 생태계?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앱의 폐쇄성이다. 이는 이미 2년 전 퓨리서치센터가 한 차례 지적한 부분이기도 하다. (난 당시 그 내용을 갖고 '태블릿은 과연 디지털 뉴스의 구세주일까?'란 글을 썼다.) 


오늘 기가옴에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태블릿 잡지는 왜 실패했는가(Why tablet magazines are a failure) 란 의미 심장한 제목을 단 기사다. 


기가옴의 지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가옴은 우선 닐슨과 플러리 자료를 인용해서 앱 기반 생태계의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준다. 우선 닐슨 자료에 따르면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하루 평균 41개의 앱을 깐다. 하지만 이 중 실제로 열어보는 건 5분의 1이 채 안 된다. 모바일 전문 조사업체인 플러리에 따르면 하루에 열어보는 앱은 평균 8개 내외다.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여러분들도 한번 꼼꼼히 따져보시라. 열어보는 앱은 대부분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이거나, 게임 관련 앱들이다. 잡지 앱을 열어서 꼼꼼하게 읽는 비중은 굉장히 낮다고 봐야 한다. 일단 선택되기도 힘들지만 선택되더라도 제대로 읽히는 경우가 극히 드물단 추론이 가능하다.


두 번째 이유 역시 앱 생태계의 폐쇄성과 관계가 있다. 검색이나 SNS에서 곧바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플립보드나 자이트 같은 큐레이션 앱들도 태블릿 잡지 안에 들어가 있는 콘텐츠를 연결해줄 방법은 없다. 그러다 보니 태블릿 매거진들은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가옴은 디자인도 태블릿 매거진의 약점으로 꼽았다. 종이 잡지에서 그토록 현란해 보였던 디자인이 막상 아이패드에서 볼 땐 그다지 단조로운 느낌마저 들었단 것이다. 


기가옴이 미국 미디어감사연합(AAM) 자료를 인용해서 소개하는 태블릿 잡지의 실상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가장 잘 팔리는 25대 태블릿 잡지를 살펴본 결과 전체 잡지 구독에서 태블릿 구독이 차지하는 비중이 12% 수준에 머물렀다. 태블릿의 장점을 잘 살릴 것으로 기대했던 와이어드가 평균인 12%에 머물렀고, 또 다른 명품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4%에 불과했다. 


씨넷코리아 황치규 기자는 기가옴의 견해에 공감을 나타냈다. 결국 앱의 폐쇄된 환경이 문제란 얘기다. "아무리 콘텐츠가 좋더라도 웹과의 고립은 사용자들이 원하는 방향은 아닌 것 같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나 역시 대체로 동의한다.


과연 그게 앱 만의 문제일까? 


하지만 난 이 문제를 좀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고 싶다. 이건 태블릿 잡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웹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매체가 만들어내는 콘텐츠만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오픈 플랫폼이란게, 단순히 구두선으로 그칠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참고로, 1990년대 말만 해도 중앙일보나 조선일보 사이트의 독자 유인력은 엄청났다. 당시 조선 쪽에 근무했던 난, 아침에 출근하면 엄청난 댓글 공세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태블릿 매거진 중에서도 플립보드나 자이트 같은 것들은 엄청난 각광을 받고 있다. 내가 감탄을 금치 못한 서카(Circa) 역시 위키피디아 식 뉴스 표출 방식에 힘입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역시 예전에 썼던 플립보드-자이트가 미디어의 미래 모습일까? 그리고 Circa와 모바일 뉴스의 새로운 지평을 참고하시라.)


결국 태블릿 매거진이 생각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는 건, 표면적으론 앱 생태계의 폐쇄성 때문이지만, 곰곰 따져보면 미디어 소비 행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도달한다. 굳이 구분하자면, 기가옴 기자가 진단한 것과 병명은 같지만, 병의 원인(혹은 감염 경로)는 다르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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