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교실에서 도난사고가 발생했다. B가 A의 물건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여러 정황 증거를 감안해 볼 때 B가 범인일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범범 행위를 한 B가 퇴학 당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그런데 학생 징계조정위원회 열리기 일주일 전 학교로 탄원서가 날아왔다. 학부형들이 나서서 "학생의 앞 길을 막을 수 있는 퇴학 처분만은 내리지 말아달라"고 청원했다. B를 좀 봐달라는 얘기인 셈이다.  


이럴 경우 공개적인 탄원서를 제출하는 행위를 부당한 압력으로 불 수 있을까?


뜬금 없이 웬 학교 얘기? 란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최근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공개 편지를 보낸 사실을 보도하는 여러 기사를 보면서 문득 엉뚱한 생각을 해 봤다. 국내 언론들은 의원들이 ITC에 공개 편지를 보낸 자체가 애플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단 기사 몇 개만 한번 살펴보자. (그냥 눈에 띄는 것 링크했음. 아무런 의도 없음. 동업자 비판이니 이런 얘기는 하지 말란 말씀.)


미 의원들 애플에 유리한 판결 압력 

美의회, ITC에 ‘애플 편들기’서신 논란

美의원들 '애플 편들기'…ITC에 공개 서한보내


기사들은 대부분 미국 의회가 노골적인 애플 편들기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예상된다는 제목을 단 매체도 있었다. (개인적으론 무슨 논란이 예상된다는 건지 의문이다. 논란이라고 하면 입법부가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었다는 부분일텐데, 글쎄, 아무리 눈 닦고 외신 살펴봐도 논란이라고 문제 제기한 미국 외신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미국 기자들이 단체로 애국심에 눈이 멀었단 말인가?)



1. 핵심은 표준특허 처리 


편지 내용은 간단하다. 상원의원들은 “표준특허가 문제된 사안에선 수입금지 조치를 내릴 때는 공익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표준특허가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는 근간이 된다는 점을 들어 이 같이 주장했다.


물론 상원의원들이 ITC 판결을 일주일 앞두고 공개 편지를 보낸 건 우리 입장에선 애매해보일 수도 있다. 보기에 따라선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건을 애플에 유리한 압력을 받아내려는 국수주의적인 행태로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 있을까? 보기에 따라서 다를 순 있겠지만,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허 소송을 둘러싼 최근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쉽게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그 얘기부터 해 보자. 


미국 정가에선 최근 몇 년 사이에 '특허 소송 남발'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소송을 거는 '특허 괴물'들의 폐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삼성,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한치 양보 없는 소송전을 계속하면서 비판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독창적인 지식을 공유하는 대가로 독점적 권한을 줌으로써 혁신을 극대화한다'는 특허제도 자체의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문제로 떠오른 것은 바로 표준특허다. 표준특허란 간단하게 말해, 어떤 제품을 만들 때 도저히 우회할 수 없는 특허권을 말한다. 이를 테면 스마트폰을 만들 때 핵심적인 3G 통신 기술은 꼭 필요하다. 표준특허권에 대해선 진작부터 '공정하고 비차별적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한다'는 FRAND 규정을 적용해 왔다. 


올들어 미국 정가에서 여기서 한 발 더 나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표준특허 소송에선 판매금지 판결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계속 내놓고 있다. 가능하면 당사자들이 협상을 통해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겠단 것이다. 


이번에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ITC에 편지를 보낸 것도 이런 움직임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면 된다. 앞에서 비유로 얘기한 것처럼, 웬만하면 퇴학만은 시키지 말아달라, 정도의 청원이라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이게 유리한 판결을 하라는 압력인지는, 입법부가 사법기관에 월권을 한 것인지는 개인적으로 판단해보기 바란다. 


2. 판매금지는 마지막으로 내리는 조치  


좀 더 자세히 한번 따져보자. 31일로 예정된 ITC 판결에선 크게 두 가지가 핵심 이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이슈는 살짝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애플 제품이 삼성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일 것이냐는 부분이다. 우리 입장에선 원고(삼성) 승소 판결이 나올 것이냔 부분이 가장 큰 관심사다. 현재 분위기로 봐선 애플이 삼성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두 번째 이슈는 첫 번째 전제가 성립될 때 제기될 수 있다. 바로 삼성 특허권을 침해한 애플 제품을 판매금지 시킬 것이냐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곰곰 따져보자. 첫 번째 이슈는 전적으로 법적인 영역에 속한다. 특허권을 침해했느냐는 여부를 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회 아니라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이 부분에 대해선 절대 영향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 그건 월권이다. 


하지만 두 번째 이슈는 조금 다르다. 이건 법적인 영역이면서 동시에 다른 여러 영역에 함께 걸쳐 있기 때문이다. 


절대 다수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제품을 어느날 갑자기 시장에서 퇴출시킨다고 한번 가정해보라. 대혼란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제품이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해서 곧바로 판매금지 명령을 내리는 건 아니다. 판매금지 명령은 해당 기업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삼성의 패배로 끝난 갤럭시S 초기 모델 관련 소송을 떠올려보라. 당시 법원은 삼성 제품이 애플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판매금지를 해 달라는 애플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삼성에게 배상금을 물라고 판결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소송도 잘 살펴보면, 가급적 판매금지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미국 ITC는 지난 3월 판결을 5월말로 연기하면서 "삼성 특허권을 침해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릴 경우 어느 정도 피해가 예상되는 지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 의원들이 ITC에 보낸 공개 편지 역시 비슷한 차원에서 볼 수도 있다. 설사 애플 제품이 삼성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영구 퇴출 시키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권고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3. 아이폰 구모델 판금, 삼성에도 별 도움 안돼 


미국 의원들의 이번 편지에 대해 지나치게 흥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또 있다. 실익을 따져봐도 애플 제품을 판매금지 시키는 게 삼성 쪽에 그다지 유리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쟁점이 된 제품들은 아이폰 최신 모델이 아니다. 아이폰4S 이후 제품들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삼성 입장에선 판금 조치 받아봐야 크게 덕 될 것 없다. 


두 번째는 더 현실적인 이유다. 같은 기준 적용하게 되면 삼성이 훨씬 더 걸릴 게 많다. 지난 해 8월 배심원 평결이 난 1차 특허 소송에 이어 내년초엔 갤럭시 S3를 비롯한 제품을 대상으로 한 2차 소송이 기다리고 있다. 


쓰다보니 길어졌다. 삼성과 관련된 기사를 쓸 때마다 늘 흥분들을 하는 것 같다. 물론 개인적으로 삼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잘 하고 있는 건 보기 좋다. 애플과 시장 경쟁 뿐 아니라 소송에서도 이겼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바램과 사실을 제대로 전해주는 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건 보도에선 국내 언론들이 좀 많이 흥분한 것 같다. 그럴 사안이 아닌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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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IT 기사에서 삼성과 애플은 양극단에 자리잡고 있는 기업이다. 그러다 보니 기사 논조도 극도로 상반된다. 한쪽은 지나치게 우호적으로, 또 한 쪽은 지나치게 까는(?) 논조가 문제가 된다. 엄밀하게 따지면 사실 두 가지는 결국 같은 연원을 갖고 있는 문제다.


저런 현상은 일정 부분 어쩔 수 없다. 한국 기업이란 '명분'에다 최대 광고주라는 '실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나도 기사를 쓸 때 손이 오글거린다. 


하지만, 비판할 때 비판하더라도 팩트까지 엉터리로 쓰면 안 된다. 제대로 된 외신 기자라면 미묘한 뉘앙스도 가급적 그대로 전해줄 필요가 있다. 기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한쪽으로 기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일단 선택한 기사를 다른 톤으로 바꿔버리는 건 상도의가 아니다.


자, 그럼 오늘 발견한 기사 얘기를 한번 해보자. 애플 직원들, 헤드헌터 찾는 이유가… 란 기사였다. 비즈니스인사이더를 인용한 걸로 돼 있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그 동안 낮은 연봉과 엄청난 업무 강도에도 묵묵히 버티던 애플 직원들이 요즘 들어 헤드헌터 회사를 부쩍 많이 찾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더 이상 회가 자신들에게 혁신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애플 직원들이 이력서를 제출하는 일이 이전 보다 두배는 늘었다"는 부분까지 있었다. 애플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있었다. 


읽는 순간 좀 이상했다. 내가 주목한 건 크게 세 가지 부분이었다. 


1. 회사가 자신들에게 혁신을 주지 못한다 

물론 회사가 혁신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할 때 떠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알기론 극소수 능력 있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사에 남아 있는 이유를 혁신에서 찾지는 않는다.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나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정당한 보상, 등이 주된 요인이다. 


2. 이력서 제출하는 일이 두 배는 늘었다는 부분

직접 멘트로 나왔는데, 헤드헌터에 이력서 제출하는 게 두 배로 늘었다는 자체가 좀 이상했다. 이걸 어떻게 집계하지? 란 생각이 우선 든 때문이다. 물론 인터뷰한 사람이 자기네 헤드헌터 회사 사례만 얘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원 기사를 쓴) 기자가 저런 식으로 직접 인용 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3. 애플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잡스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건지, 아니면 팀 쿡이 제대로 못한다는 건지 궁금했다. 


그래서 일 삼아 비즈니스인사이더 기사를 살펴봤다. Apple Employees Are Sending Out Resumes Like Never Before 란 제목이었다. 이전보다는 이력서는 훨씬 많이 제출하고 있다는 뉘앙스였다. 





1. 애플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부분


원 기사엔 애플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없었다. 그나마 비슷한 게 "Apple culture has started to change with the new leadership on top."란 부분이었다.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오면서 애플문화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 부분 외에는 그 어디에도 애플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내용은 없었다. 만약 그렇다면 저 부분을 오역했을 가능성이 있다. 


번역 기사는 또 "외신엔 한 달 전부터 애플이 혁신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고 쓰고 있다. 이것도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가 안 됐다. 한 달 전에 무슨 일이 있었지? 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부분도 찾아봤다.


A month ago, top Apple reporter/analyst John Gruber of Daring Fireball said that retention has become "the single biggest problem that Apple faces, and almost nobody is talking about."


한 달 전에 애플 전문 기자/애널리스트인 존 그루버가 한 얘기를 인용하는 것이었다. "그 누구도 얘기하진 않지만, 애플이 직면한 최대 문제는 직원들을 눌러 앉히는 것"이란 정도 의미다.


그런데 번역 기사는 이 부분을 이렇게 표현했다. 


존 그루버 애플 담당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가장 큰 문제에 직면했으나 누구도 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을 눌러 앉히는 게 가장 큰 문제'란 부분이 '애플이 가장 큰 문제에 직면했다'고 바뀌어버린 것이다. 


2. 애플 직원들이 이직을 고려하는 이유  


After speaking with some of these job-seekers, this source says the cause for the increase is two-fold: startups are paying more and "Apple culture has started to change with the new leadership on top."


번역 기사에선 혁신 부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원 기사에선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1) 스타트업들이 보수를 더 많이 주기 때문 2) (팀 쿡 체제 이후) 애플 문화가 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 


그리고 이런 내용도 있었다. 


Gruber says: "The consensus among the people I’ve spoken to is that this is in no way a "rats leaving a sinking ship" scenario, but rather the inevitable churn of talented people capitalizing on the success of the company."


아직까지 애플에선 "난파하는 배에서 쥐들이 탈출하는 것 같은 상황'은 아니다는 내용이다. 단지 재능 있는 인물들 사이에선 회사의 성공에 합당한 대가를 받고자 하는 욕구는 있다는 정도. 게다가 원 기사엔 이런 부분까지 있었다.


Reached via email, Gruber says that in the month or so since he sounded the alarm, departures from Apple have not "accelerated. "But it hasn’t slowed down either."


놀랍게도 애플에서 떠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이다. 물론 줄고 있지도 않다는 단서가 있긴 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혁신 없는 회사는 더 이상 희망이 없으니 떠나자는 내용은 아니란 얘기다. 


3. 이력서 제출이 두 배로 늘었다는 부분 


도대체 이력서 제출이 두 배로 늘었다는 건 어디에서 따 온 얘기일까 궁금했다. 혹시 아랫 부분에서 'two-fold'를 잘못 해석한 것 아니었을까? 물론 아닐 것으로 믿는다. 그런데 그 부분 외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This source says the cause for the increase is two-fold: startups are paying more and "Apple culture has started to change with the new leadership on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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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IT 기자 노릇하면서 가장 쓰기 어려운 기사 중 하나가 바로 특허분쟁이다. 특히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 분쟁. 어려운 데다, 워낙 소송 건수가 많기 때문이다. 잠시만 넋놓고 있으면 이슈가 뭔지, 어떻게 되고 있는지, 헷갈려 버린다.


오늘 미국 항소법원이 중요한 판결을 하나 했다.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가처분 항소심에서 삼성 쪽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 8월 특허 소송에서 참패했던 삼성 입장에선 다소 숨통 트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항소심과 관련 얘기는 삼성, 갤럭시 넥서스 항소심 이긴 비결은? 이란 기사를 통해 정리했다.)


그런데 역시나. 국내 언론들의 오버성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갤탭이어 갤럭시넥서스까지, 애플의 판매금지 전략 줄줄이 실패 그나마 젊잖은 편이다. 수세 몰리는 애플특허전쟁 끝나나는 기사에 이르면 할 말이 없다. 마법 풀린 애플 판금 ''...삼성 판세 뒤집나 역시 과장 왜곡 보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럴까?


특허소송에서 주의해야 할 두 가지 


특허 소송에서 주의해서 봐야 할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과 특허침해 본안 소송을 잘 구분해야 한다. 


수학 용어를 잠시 빌려서 설명해보자. 판매금지 조치는 특허 침해의 부분 집합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특허 침해했다고 해서 다 판매금지 되는 건 아니다. 판매금지까지 이어지려면 특허 침해 사실 외에도 아래 두 가지 요건을 더 충족시켜야 한다. 


1. 특허 침해한 제품을 판금 조치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안겨줄 우려가 있다.


2. 피해가 특허 침해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야 한다. 즉, 특허 침해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번에 항소법원은애플의 판금 요청을 기각하면서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문제 삼았다. 삼성이 애플 특허권을 갤럭시 넥서스에 무단 사용했다고 할 지라도, 애플이 판금 조치를 받아내려면 그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애플은 그걸 입증하지 못했다는 게 항소법원의 판단이다. 


이런 기준 적용하면, 앞으로 판매금지 판결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쓴 Apple-Samsung Ruling Shows High Bar for Injunctions란 기사가 이런 부분을 잘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사이트는 유료 독자만 볼 수 있다. 하지만 저 기사 제목을 구글에서 검색하면 전문을 볼 수 있다. 하루에 다섯 건까지는 검색을 통해 볼 수 있다. 그게 월스트리트저널의 전략이다.)


왜 이렇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까? 당연한 얘기지만, 인위적으로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판매금지는 강력한 조치다. 따라서 판금 조치가 기각됐다고 해서 곧바로 특허 침해 본안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소송마다 핵심 이슈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특히 지난 8월 배심원 평결이 나온 소송과 갤럭시 넥서스 등을 둘러싼 소송은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갤럭시S와 S2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인 8월 소송의 핵심 이슈는 디자인이었다. 한 마디로 삼성이 애플 제품을 대놓고 베꼈느냐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반면 갤럭시 넥서스 소송은 기술 특허 쪽이 쟁점이다. 시리 통합 검색을 비롯한 기능이 주 이슈다. 따라서 좀 더 복잡하다. 게다가 이 소송은 엄밀히 말하면 삼성이 아니라 구글이 책임질 사안이다. 


이런 기본 지식을 바탕에 깔고 이번 소송을 들여다보자. 


1. 애플 한계 드러내면서 삼성에 유리한 분위기?


일단 아시아경제 기사를 한번 살펴보자. 


1심 법원의 판결이 연이어 뒤집어지면서 미국 현지에서 삼성전자에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항소법원이 1심 법원의 판결을 연이어 번복하면서 미국에서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일단 업계 관계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미국에서 무슨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앞에서 지적했다시피, 이건 어디까지나 판금 조치에 대한 것이다. 갤럭시 넥서스 등을 둘러싼 본안 소송은 여전히 시작되지도 않았다. 


외신 어디를 봐도 삼성전자에게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기류는 찾을 수가 없다. 단지 항소법원이 지역법원에 비해 판매금지 요건을 좀 더 강력하게 적용했을 따름이다. 삼성 입장에선 당연히 판금이 해제된 것이 기쁜 일이다. 하지만 이걸 본안 소송과 그대로 연결시키긴 힘들다. 


2. 최근 10억달러 배상 판결 받은 재판에도 유리한 영향?


국내 언론들이 제기하는 또 다른 논점은 '특허 소송에서 삼성이 승기를 잡았다'는 기조다. 최근 연이어 뒤집어지고 있기 때문에 12월 최종 판결을 앞둔 갤럭시S 소송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과연 그럴까?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갤럭시 넥서스 소송과 지난 8월 배심원 평결이 나온 소송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 


지난 8월 갤럭시S 소송은 디자인 특허 침해가 핵심 이슈였다. 한 마디로 삼성이 스마트폰 만들면서 애플 제품을 베꼈다, 는 게 주된 논점이었다. 실제로 법정에서 삼성의 '벤치마킹 자료'가 공개되면서 배심원들이 애플 쪽에 완승을 선언했다. 한 마디로 삼성의 악의적으로 애플 제품을 베꼈다는 판단인 것이다.


그런데 갤럭시 넥서스를 둘러싼 소송은 디자인 문제가 이슈가 아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기본 작동 방식이 핵심 이슈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시리 특허권 역시 엄밀히 말하면 삼성이 아니라 구글이 책임질 문제다. 그러니까 이번 소송 결과가 12월에 있을 루시 고 판사의 최종 판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물론 팔이 안으로 굽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팩트까지 왜곡하면 안 된다.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 때문에 IT 기자들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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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 소송이 시작된 지 2주가 지났다. 양쪽 모두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한 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재판의 승패는 뻔하다고 보는 편이다. 애플이 이기게 돼 있는 재판이란 얘기다. 이게 꼭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배심원 재판의 특성상 애플의 주장들이 훨씬 더 대중적으로 잘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또 있다. 삼성이 중요한 증거 자료 하나를 놓치고 싸움을 시작한 때문이다. 바로 '아이폰이 소니를 복제했다'는 증거 자료다. 


물론 나는 아이폰이 소니 제품을 베꼈다는 주장 역시 약간은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삼성이 제시한 그 증거 자료를 받아들일 경우, 며칠 전 공개된 삼성 내부 자료는 "그대로 베껴 그리라"고 노골적으로 지시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뉘앙스가 그렇단 얘기다.


하지만 '아이폰이 소니 제품을 베꼈다'는 삼성의 주장은 이번 재판의 논점을 흐리게 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도 있었다. 삼성 입장에선 그 부분만 잘 물고 늘어졌어도, "하늘 아래 새로운 것 뭐 있어?"란 쪽으로 몰아갈 수 있었다. 이건 전문가들이 아니라 일반인인 배심원들이 판결을 하는 미국 사법제도 하에서는 상당히 잘 먹혀들 수 있는 카드였다. 그런데 삼성은 애석하게도 그 카드를 못 쓰게 됐다. 


생각보다 잘 하고 있는 삼성 측 변호사들 


자, 이런 배경을 깔고 이번 재판을 한번 들여다보자.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삼성 쪽 변호사들이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적어도 애플 쪽 변호사보다는 삼성 쪽 변호사들이 '수임료' 값은 더 잘 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일방적으로 몰릴 수도 있었던 싸움을 혼전 양상으로 몰고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일부 언론들이 마구 써대듯이 "삼성 변호사들이 애플 증인들을 바보로 만들었다"고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포브스를 인용해서 그렇게 쓰던데, 아무리 찾아봐도 포브스 기사에서 그런 뉘앙스는 발견할 수 없었다. 그날 재판 상황이 궁금한 사람은 포브스가 쓴 현장 중계 기사 Apple-Samsung Trail: Mac Iconographer To Testify (Live Notes) 를 한번 읽어보시길. 미안한 얘기지만, 웬만한 증인들은 변호사들이 반대 심문하면 다 바보처럼 보이게 돼 있다. 그게 변호사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생각을 하게 된 첫 번째 계기는 삼성이 '법정 기각된 증거자료'를 언론에 공개하던 때부터였다. 삼성 측 대표 변호사인 존 퀸이 저지른 과감한 승부수다. 솔직히 말하면 '페어플레이'는 아니다. 그런데 존 퀸 변호사는 '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없는' 반칙을 해 놓고선 "어차피 배심원들은 언론 보도 못 보도록 돼 있는게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퉁쳤다. 결국 별 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넘어가는 데 성공했다. (삼성과 애플 변호인단의 면면이 궁금하신 분은 삼성 vs 애플 특허 스타군단, 누가 이끄나? 를 참고할 것.)


자, 그럼 이게 왜 절묘한 수일까?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선 항소심부터 법률심이다. 무슨 얘기냐 하면, 그 때부터는 새로운 증거 자료를 제출해서 다시 싸우는 게 아니라, 1심 재판부의 법률 적용이 제대로 됐는지 여부만 다룬다. 따라서 원래대로라면 삼성은 '소니 관련 자료'를 항소심 가서도 써먹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럼 그 자료를 써먹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1심 재판이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는 점을 자꾸 부각시켜야 한다. 법정 기각 자료를 언론에 전격 공개해버린 건 항소심을 염두에 둔 작전 같다는 얘기다. 


그래서 내가 든 생각이 삼성 변호사들은 1심에선 질 수도 있다는, 아니 진다는 가정 하에 재판에 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 재판은 어느 쪽이 이기든 항소심까지 가게 돼 있다. 게다가 대상이 된 제품들도 삼성 입장에선 전부 구형 모델들이다. 최악의 경우 판매금지 명령을 받아봐야 별 영향도 없다.


재판 시작 전부터 소니 전 디자이너 증언 문제를 놓고 한바탕 공방을 벌인 것이나, 이메일 삭제 건으로 경고를 먹고 난 뒤 곧바로 애플 쪽도 자료 삭제했다고 주장한 것 역시 이런 부분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인 것 같다. 1심 재판부가 삼성에 불이익을 줬다는 걸 자꾸만 부각시키려는 전략인 것 같다는 얘기다. 


신종균 사장이 내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놓고 공방을 벌일 땐, 솔직히 삼성 변호사들이 애플 쪽보다 훨씬 더 논리 싸움을 잘 한 느낌이 든다. 


삼성 입장에선 지난 2주 동안 불거져 나온 이슈 중 최대 악재는 이메일 삭제 건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당혹스러운 것은 다소 적나라해 보이는 아이폰 벤치 마킹 문건이다. 총 126개 항목에 걸쳐 세세하게 비교분석한 뒤 개선 방향을 지시한 그 문건을 보면 삼성이 아이폰에 대한 공포감이 엄청났다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다. 


(자, 여기서 잠시 앞에서 거론했던 얘기로 되돌아가보자. 삼성이 회심의 카드로 써먹으려다 증거 제출 시한을 놓쳐서 못 써먹은 '아이폰의 소니 복제' 주장 문건은 삼성 내부 문건과 비교해보면 양반이다. 정말 원론적으로 벤치마킹한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증거 자료는 '벤치마킹'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개선 방향을 지시해 놓고 있다. 물론 삼성 입장에선 이런 걸 놓고 공방을 벌이는 것도 나쁠 건 없다. 진흙탕 싸움이 될수록 삼성에겐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저께 애플이 공개한 삼성 내부 문건은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다. 배심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진 모르겠지만, 통상적인 벤치마킹을 한 것이라고 우길만하기 때문이다. 결국 남은 건 이메일 삭제건인데, 이 부분은 삼성이 '물귀신 작전'으로 버티고 있다. 1심 재판부가 받아들여주면 좋겠지만, 안 받아들이더라도 항소심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했다'고 우기기엔 충분할 정도로 소동을 벌여놨다.


영 마음에 안 드는 국내 언론 보도 


그런데 내가 이번 재판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을 느낀 건 국내 언론들의 편향된 보도 때문이다. 어차피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삼성에 우호적인 기사를 쓰는 건 어쩔 수 없다. 적진에 가서 불리한 여건에서 싸우고 있는데, 뒤에서 총질하는 건 상도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팩트는 제대로 챙겨줘야 한다. 오늘 자 조선일보 기사를 읽고 난 뒤 이런 생각을 더 굳혔다. 우선 그 부분을 한번 인용해보자.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 보면 분위기상으로는 애플이 수세에 몰려 있다. 애플이 법정에서 자사에 유리한 증언을 한 증인에게 돈을 준 사실이 밝혀지고, '애플도 일본 소니 디자인을 참조했다'는 전직 디자이너의 발언이 공개된 것.


일단 '돈 준 사실이 밝혀졌다'는 표현을 한번 생각해보자. 법정 증언을 하려면 당연히 돈을 줘야 한다. 내가 알기론 그렇다. 자사 직원이 아닌 다음에야 그냥 와서 증언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 그건 기본 예의다. 따라서 돈 준 사실만으로 일방적으로 매도를 할 수는 없다. 


다만 대가가 적정했느냐는 부분이 문제가 될 수는 있다. 삼성 측 찰스 버호벤 변호사는 이 부분을 짚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소송에서 버호벤 변호사가 맹활약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더버지의 현장 중계 기사에서 그 부분을 옮기면 이렇다. (Classic Mac icon designer Susan Kare takes the stand: live from  Apple v. Samsung 기사 참고.) 


1:25 PM: How much is Kare being paid for her services in this trial? $550 an hour. How much has she collected to date? Around $80,000.


버호벤 변호사가 묻자 수잔 케어는 시간당 550달러, 총 8만 달러를 받았다고 대답했다. 애플이 증인을 매수한 게 아니라, 당연히 줄 수고비를 줬다는 것이다. 물론 수고비가 과했느냐는 부분은 논란의 여지는 있을 것 같다. 8만 달러면 우리 돈으로 9천만원에 육박하는 돈인데, 글쎄. 이건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 다음에 '애플도 소니 디자인을 참조했다'는 디자이너의 발언이 공개됐다는 부분. 이 부분은 이번 재판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법정에서 이 사실은 '절대 언급 금지' 사항이기 때문이다. 일본인 애플 디자이너 증언을 일부 활용할 수는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두 회사 제품 비교할 때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배경을 무시한 채 삼성이 굉장히 유리하게 재판을 이끌고 있다고 기사를 쓰는 건, 엄밀히 말해 오보다. 이렇게 써 놓고선 나중에 판결 나오면 "미국인들의 편파적인 판결" 운운하는 건 좀 많이 편파적인 자세가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론 이번 재판을 통해 삼성이 굉장히 잘 싸우고 있다는 생각한다. 또 재판 승패와 상관 없이 삼성에겐 결코 나쁠 것 없는 재판이라고 생각한다. 쟁점이 되고 있는 제품들은 주력 제품도 아닐 뿐더러, 어차피 항소심까지 가게 돼 있는 재판이기 때문이다. 내밀한 자료들이 공개되면 될수록 선두업체인 애플이 손해볼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을 감안하고 이번 재판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유가 좀 그렇긴 하지만, 월드컵 대표팀 평가전 관련 기사를 쓰면서 승패 위주로 쓰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평가전의 승패는 전술이 제대로 작동했느냐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 역시 그런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승패도 중요하지만, 이번 재판의 승패 못지 않게 긴 맥락에서 전략과 전술을 짜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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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명령 집행이 일시 정지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6일(현지시간) 삼성의 갤럭시 넥서스 스마트폰 판매금지 집행 연기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지난 3일 새너제이 지역법원 판결로 판매가 금지됐던 갤럭시 넥서스는 사흘 만에 다시 판매재개됐다. 한 때 사라졌던 구글 플레이 매장에도 다시 등장했다. 


이번 판결 이후 몇몇 국내 언론은 항소법원이 하급심 판결을 뒤집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것이 연합뉴스 기사다. 연합뉴스는 "갤럭시 넥서스 판매 일시 허용"이란 주제목 밑에 '하급심 결정 뒤집어'란 부제를 달았다. 


법률적으론 큰 의미 부여 힘들어 


하지만 항소법원의 이번 판결은 법률적으론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 하급심 판결을 뒤집었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냥 재판 진행 절차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항소법원이 판매금지 집행을 일시 중단한 것은 삼성의 연기 신청에 대한 애플의 답변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오는 12일까지 삼성의 판매금지 집행 정지 신청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항소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특허 전문가인 플로리언 뮐러는 "판매 허용과 금지를 왔다 갔다 하는 상황(on again, off again)"이라고 평가했다. 루시 고 판사가 판매금지 판결한 이후 애플이 곧바로 공탁금을 기탁하면서 시작된 판매금지 조치가 항소법원의 집행 일시 정지 명령으로 다시 풀린 때문이다.


항소법원의 판결문을 봐도 특별한 설명이 없다. 그냥 삼성의 신청을 받아들인다고만 돼 있다. 


법률적으론 큰 의미가 없는 결정일지라도 삼성에겐 큰 도움이 되는 판결임에는 분명하다. 판매금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구글은 연방지역법원의 판매금지 판결 이후 곧바로 소프트웨어 패치 계획을 발표했다. 갤럭시 넥서스에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대신 최신 버전인 젤리 빈을 탑재한 뒤 다시 출시할 계획이다. 이들은 또 갤럭시 넥서스에서 특허 침해 논란이 있던 몇몇 소프트웨어도 개선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런 작업을 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번에 항소법원에서 판매금지 집행 정지 청원이 받아들여짐에 따라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삼성, 경제적 피해 최소화 효과 


항소법원의 이번 결정이 본안 소송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항소법원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판결문에는 그냥 삼성의 신청을 받아들인다고만 돼 있다.


하지만 특허전문가인 플로리언 뮐러는 "삼성 측이 판매금지 명령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설득하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곧바로 항소심이 끝날 때까지 판매금지 명령을 연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순 없다고 뮐러가 분석했다.


판매금지 명령 직후 삼성과 구글이 문제가 된 부분을 피해갈 수 있는 새 제품을 내놓겠다고 선언한 점도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애플 입장에선 바로 그 점을 들어서 항소심 끝날 때까지 판매금지를 하더라도 삼성 쪽에 가혹한 판결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일시 정지된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조치는 애플이 답변서를 제출하는 대로 곧바로 다시 적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이번 결정으로 경제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당장 갤럭시 넥서스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놓을 때까지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수 주 정도로 예상되는 유예 기간 동안 소비자들과 단절되지 않는다는 건 큰 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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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겼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고 험난하다.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분쟁 얘기다.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은 20일(현지시간) 삼성이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모처럼 승소 판결을 안겨줬다. 헤이그법원이 이번에 인정한 특허는 '제어정보신호 전송 오류 감소를 위해 신호를 부호화하는 방법(특허 269)'. 법원은 아이폰3와 3GS, 아이폰4를 비롯해 아이패드1, 2가 삼성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외신들은 삼성이 처음으로 본안 소송에서 이긴 부분에 의미를 부여하긴 했다. 연전연패하던 팀이 한번쯤 승리한 건 어쨌든 의미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이번 승리는 상징적인 의미 이상을 부여하기는 힘들 것 같다. 무엇보다 최신 제품인 아이폰4S와 뉴아이패드는 삼성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은 것으로 판결한 때문이다. 


아이폰4S부터 퀄컴 칩 쓰면서 공세 빠져나간 애플 


애플이 최신 제품인 아이폰4S와 뉴아이패드를 만들면서 어떤 변화를 줬기에 특허 침해에 대해 면죄부를 받은 걸까? 바로 칩셋을 교체한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4와 아이패드2까지는 인텔과 인피니언의 칩셋을 이용했다. 하지만 지난 해 가을 내놓은 아이폰4S부터는 퀄컴의 스냅드래곤으로 바꿨다.


퀄컴은 삼성에 정당한 로열티를 주고 칩셋을 만들었다. 바로 그 때문에 애플은 특허권 침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퀄컴을 거치면서 삼성의 특허가 세탁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걸 특허 전문가들은 '특허가 소멸됐다'고 하는 모양이다. 


삼성의 승리를 논하기 민망한 부분은 또 있다. 소송 비용까지 떠맡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엔 삼성이 승리했다고 보도됐지만, 엄밀하게 말해 4건을 상정해서 1승 3패를 한 셈이 됐다. 종합전적으로 졌으니까, 소송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현재 추산되는 소송 비용은 약 80만 유로. 대표적인 특허 전문 사이트인 포스페이턴츠는 삼성이 이번 손해 배상을 통해 받게 될 돈이 소송 비용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 부분을 직접 옮겨보자. 


As I already said on Twitter, there's no question that Apple is ready, willing and able to pay a FRAND royalty rate. It just didn't want Samsung to win an injunction, or pay an excessive rate. Court documents say that Apple asked Samsung half a dozen times (!) to quote a FRAND rate before the 2.4% demand, which the court considered outrageous, was made. Considering the parameters and circumstances I just described, Samsung will be lucky to even recover its attorneys' fees with this. The dispute will continue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삼성은 이전에 애플 측에 2.4% 로열티를 요구했다. 하지만 애플은 이전부터 FRAND 규정을 계속 들이댔다. '2.4% 로열티'를 요구하기 이전부터. FRAND란 소위 '표준 특허'에 대해선 공정하고 합리적인 선에서' 로열티를 주고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말한다. 유럽에선 프랜드 규정을 위반하게 되면 바로 반독점 조사를 받게 된다. 그만큼 무시무시한 규정이다. 


출구전략 유리하게 끌고 나가는데 별 도움 안 될 듯 


삼성의 손해배상 전략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근거는 또 있다. 게다가 헤이그법원 역시 2.4% 로열티가 터무니없다고(outrageous) 지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애플 측이 삼성에 두둑한 로열티를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게 포스페이턴츠의 주장이다. 소송 비용에도 미치지 못할 것 같단 얘기다. 


삼성, 애플 모두 소송 비용에 크게 구애받진 않겠지만, 포스페이턴츠의 전망이 사실이라면 삼성 입장에서도 참 민망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돈보다 더 큰 곳에 관심이 있는 데도 배상 규모가 왜 중요한 걸까? 그건 삼성의 출구전략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 입장에선 이기더라도 큰 타격을 가해야 출구 전략을 좀 더 유리하게 끌고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생명 다된 구모델에 한해 로열티를 받게 된 상황이니, 그다지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다고 봐야 한다. 진 것 보다야 백배 낫겠지만, 연패 탈출이란 상징적 의미 외에는 큰 성과가 없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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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본능적으로 '경쟁'을 좋아한다. 유사 이래 스포츠가 인기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국가간 메달 경쟁이 올림픽의 기본 정신과는 한참 벗어난 것임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이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메달 숫자로 순위를 매기는 것도 다 이런 본능에 충실한 때문이다. "올림픽은 원래 개인 경기다"는 건전한 문제 제기는, 늘 올림픽 때면 한번씩 나오는 소수 의견으로 치부된다.


언론이 선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된다.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상품을 만들어야 잘 팔리기 때문이다. 장사만 생각하면 정말 훌륭한 접근 방식이다. 문제는 언론의 역할이 단순히 물건 잘 팔아먹는 데만 머물러선 안 되니 때문에 욕을 먹는 것이다.


서두가 좀 길었다. 지난 해부터 특허 전쟁이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삼성과 애플 간의 치열한 특허 전쟁이 연일 지면을 장식했다. 졸지에 우리 나라 사람들의 특허 지식이 확 업그레이드됐다. 박세리 덕에 골프 박사가 되고, 김연아 덕에 피켜 스케이팅 도사가 됐던 우리 국민들이 이젠 삼성과 애플 덕에 변리사 버금가는 특허 상식을 갖게 됐다(는 착각을 하게 됐다. ^^) 그 분야 전문 지식이었던 표준 특허, 프랜드(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규정 같은 것들도 이젠 상식 수준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늘 그렇듯, 언론들은 '다툼'과 '승패' 수준에서 이 분쟁에 접근한다. 여기에다 국내 언론 특유의 삼성 편들기까지 곁들여지면서 독자들은 혼란스럽게 그지 없다. 생각했던 것과 딴 판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많은 특허로 무장한 삼성이 금방이라도 '탐욕으로 가득찬' 애플에 반격을 가해 엄청난 상처를 입힐 것 같은데, 상황은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이 또한 당연한 결과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기자들은 특허 제도 자체에 대해 굉장히 무식하다. (내 특허 상식은 20년쯤 전에 특허법 개론을 읽어본 게 전부다.) 그러다보니 외신을 통해 쏟아져들어오는 단편적인 정보들을 재가공하는 선에서 머물 수밖에 없다. 


반면 특허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변리사들은 '대중적인 언어'에 약점을 갖고 있다. 그들의 설명을 듣고 있으면,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아먹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분명한 싸움의 구도를 설명해줘야 하는 데, 영 두루뭉수리하다. 물론 그들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현실은 언론들이 재단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도대체 현재 돌아가고 있는 특허전쟁을 어떤 관점으로 봐야 하는 걸까?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 정우성 변리사가 쓴 '세상을 뒤흔든 특허전쟁 승자는 누구인가?'란 제목의 책이다. 제목은 언론 보도 못지 않게, 굉장히 선정적이다. 그 때문에, 이 책 역시 그저 그렇고 그런, 시류에 편승한 책 아냐? 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특허 전쟁에 맞춰 나왔으니, 시류에 편승한 건 맞다. 하지만 내용은 굉장히 깊이가 있다. 지금 왜 특허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도대체 삼성과 애플은 왜 싸우며, 애플보다 훨씬 많은 특허를 갖고 있는 삼성이 왜 판판이 깨지고 있는 지를 조목 조목 짚어주고 있다. 또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 분쟁이 왜 쉽게 타협을 통해 해결되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는 특허전쟁을 '시대의 움직임'이란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모바일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불확실성이 증대했고, 그래서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곧 특허전쟁이란 것이다. "평화로운 시절에는 시장 경쟁으로 충분하지만, 대전환 시대에는 시장의 경쟁만으론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저자가 전작인 '특허전쟁'에서 줄기차게 주장했던 얘기다.


이 책은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간다. 현재의 특허 전쟁이 결국은 애플과 구글 간의 헤게모니 다툼이란 것이다. 아니 구글이 특허 전쟁의 중심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의 목소리를 직접 옮겨와보자. 


사람들은 글로벌 특허전쟁의 중심에 애플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눈을 씻고 다시 보라. 이 격전지의 중심 그리고 배후에 있는 기업은 다름 아닌 구글이다." (26쪽)



저자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3사가 자연스럽게 반구글 동맹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애플은 구글을 직접 겨냥하는 대신 제조사를 공격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협상전략으로 제조사를 공략하며, 오라클은 구글을 직접 공격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 자체는 굉장히 흥미롭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좀 더 관심을 갖는 건 다른 영역이다. 바로 삼성과 애플의 특허 전쟁이다. 그 부분에 대해 저자는 애플과 삼성의 전략이 서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일단 애플 입장에선 삼성이 직접 상대가 아니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삼성은 구글을 공격하기 위한 타깃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죽기 살기로 싸워서 삼성을 시장에서 쫓아낼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애플의 특허 전쟁 전략은 진지전이다.


그런데 삼성이 상황을 오판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애플보다 훨씬 많은 표준특허를 앞세워, 이 참에 특허강자로 인정받고 애플을 굴복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전략 자체가 상황을 오판한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부분 역시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보길 권한다. 


단지 내가 굉장히 공감했던 저자의 현실 진단 한 부분을 인용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이 부분만 곰곰히 새겨봐도 현재까지 진행된, 그리고 앞으로 진행될 특허 전쟁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애플의 특허 공세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제품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기능에 관련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제조사가 회피할 수 있는 여지가 많고, 회피할 수도 있으므로 재판부가 애플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애플에 대한 제조사들의 특허 공세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기능에 관한 것과 밀접해진다면 애플로서는 관련 산업을 접으라는 공세로 비춰지고 이는 재판부가 특허제도를 이용한 선행주자들의 부당한 경쟁행위로 인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140쪽)


그렇다고 해서 삼성이 이번 특허전쟁의 패배자란 얘기는 아니다. 또 현재의 특허전쟁이 반드시 부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도 아니다. 변혁기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안정된 시장 구도를 만들어나가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작금의 특허 소송은 규칙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서 오히려 혼돈 속에 빠진 혁신을 구원할 수 있다. 누가 누구를 판결로서 함부로 추방하기 어렵다면, 이 특허전쟁은 산업 구조적인 면에서도 긍정적인 셈이다." (143쪽)


자, 이제 글을 맺자. 현재의 특허전쟁은 삼성과 애플이란 두 기업 간의 전투가 아니다. 거대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거대 기업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전쟁이다. 그러니 지나치게 개별 전투의 승패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특히 기자들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특허전쟁을 바라보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그런 접근 방식으론 특허전쟁이 왜 저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특허전쟁 승자는 누구인가? 호사가들에게는 유감스럽겠지만 정복자는 없다. ~ 세계는 구시대와 신시대를 잇는 극심한 전환기에 있다. 하지만 시장은 늘 안정되기를 원한다. 글로벌 특허전쟁은 오히려 안정을 부를 것이다. 불확실성은 잦아들고 경계선이 만들어질 것이다." (1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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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글을 어떻게 해야 할까? 검색 중립성 원칙을 통해 규제를 해야 하는 걸까?"


구글을 둘러싼 각종 공방이 커지면서 '검색중립성'이란 개념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다. AT&T를 비롯한 통신사업자들 뿐 아니라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도 망중립성 뿐 아니라 검색 중립성 개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냥 필요한 결과를 보여줄 뿐인 검색을 둘러싼 공방이 왜 이리 끊이지 않는 걸까? 당연하고 상식적인 얘기지만, 정보 홍수 시대엔 검색에 걸리지 않게 되면 아예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기반 서비스업체들도 구글이 검색 알고리즘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순위가 확 달라지기도 한다. 엄청나게 큰 외생변수인 셈이다.


뉴스 사이트들에게도 검색은 생명줄이나 다름 없다. 실제로 매셔블을 비롯한 많은 뉴스 사이트들은 '검색엔진 최적화(SEO)' 기법을 적극 활용한다. 구글 검색에 최대한 많이 노출되기 위해서다. 네이버 뉴스캐스트 트래픽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와 달리 미국에선 검색이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유입량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구글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보니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구글이 수시로 검색 알고리즘을 바꾸면서 경쟁자들을 무력화한다는 비판도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 중 하나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는 쇼핑 비교 사이트인 넥스태그(NexTag)의 최고경영자(CEO)가 기고한 글이 게재됐다. 제프레이 카츠란 이 CEO는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 변경 때문에 넥스태크가 검색 기능을 사실상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구글이 이런 방식으로 경쟁자들을 무자비하게 압박한다는 게 카츠의 주장이다.


실제로 구글은 유럽연합(EU)에선 불공정 관행 문제로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 하긴 세계 검색 시장의 82%를 독식하고 잇는 기업이니 당연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런 비판에 대해 구글도 할 말은 많다. 검색 알고리즘 변경은 최적의 검색 결과를 제공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취하는 조치일 뿐이란 것이다. 


기기옴은 구글의 이런 변명이 틀린 건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일련의 사태 때문에 '검색 중립성(search neutrality)'의 중요성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색 중립성? 물론 이 말은 망중립성에서 따온 것이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각 나라에서 첨예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망중립성은 한 마디로 망 사업자가 자신들의 망을 운영할 때 횡포를 부려선 안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안다, 나도. 이런 설명이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란 점을. 망중립성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각자 열심히 공부해보시길.)


검색 중립성 원칙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검색 역시 인터넷의 기간망 비슷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오픈 인터넷' 원칙이 지켜지려면 검색 중립성이 꼭 필요하다는 논리다. AT&T 같은 업체들은 구글이 사실상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면서 어떤 것이 중요한 정보인지를 결정한다고 비판했다. 여기에다 구글이 스폰서 검색 비중을 늘린 부분 역시 '검색 중립성' 원칙 도입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망중립성 원칙을 도입할 경우 가장 혜택을 보는 기업이 구글이란 점을 들어 검색 중립성 원칙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미네소타대학의  앤드류 오딜즈코(Andrew Odlyzko)이다.             


하지만 검색중립성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검색중립성에 대한 몇 가지 회의론'이란 논문을 쓴 제임스 그리마이맨은 검색은 굉장히 주관적인 행위란 점을 강조한다. 그런 관점에서 그는 검색 중립성이란 개념 자체엔 몇 가지 편견이 담겨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검색결과는 늘 같아야 하며, 올바른 객관적인 검색이 있다는 잘못된 관념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또 외부 검색에 트래픽의 절대적인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사이트들이 검색 엔진 때문에 방해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편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글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검색엔진도 뉴욕타임스처럼 표현의 자유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구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검색중립성이란 개념을 둘러싼 공방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과연 검색에도 통신망에 적용되는 것 같은 중립성 개념을 도입해야 하는 걸까? 겉보기엔 간단해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복잡한 질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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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기업공개(IPO)를 단행한 페이스북은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사전에 정보를 유출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된 때문이다. 이후 주가가 폭락하면서 페이스북은 졸지에 'IPO 바람을 주도할 구세주'에서 '애물덩어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당시 문제가 됐던 게 바로 페이스북의 모바일 매출 부문이었다. 모바일 부문 매출이 이용자 증가 추세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것. 그 여파로 2분기 매출 전망치가 예상보다 낮을 것이란 정보를 일부 핵심 애널리스트들에게만 제공했다는게 페이스북을 둘러싼 구설수의 핵심이다. 


물론 모바일 부문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검색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모바일 공간에선 배너보다는 검색 광고가 훨씬 더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최근 자체 검색 서비스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011 세계 모바일 광고 시장 규모 (단위: 100 달러)

 지역

 디스플레이

검색 

메시지 

 

 유럽 

367 

900 

114 

1,380 

북미 

572 

811 

295 

1,677 

남미 

31 

74 

83 

188 

아시아태평양 

491 

1,384 

41 

1,916 

중동-아프리카 

44 

124 

172 

 합계 

1,504 

3,292 

536 

5,323 

                                                                                               (자료: IAB)

 

이런 가운데 미국 온라인광고협회(IAB))가 의미 있는 보고서를 하나 발표했다. 지난 해 모바일 광고시장에서 검색 광고가 디스플레이광고보다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게 이번 보고서의 골자다. 지난 해 전 세계 모바일 광고 시장 규모는 53억3천300만 달러. 이 중 검색 광고는 32억9천200만달러로 전체 6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스플레이 광고는 15억400만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아태 지역 전체 모바일 광고 시장은 약 19억달러 규모. 이 중 13억8천400만달러 가량이 모바일 검색 광고 쪽이었다. 반면 디스플레이 광고는 4천910만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이런 결과 자체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화면이 작은 모바일 공간에선 상대적으로 디스플레이 광고의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모바일 광고는 검색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정보로 승부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보고서는 이런 일반론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IPO 이후 이런 저런 구설수에 시달렸던 페이스북 입장에서도 '제2의 도약'을 위해선 모바일 검색 광고 쪽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한 고민을 상당히 강도 높게 할 때가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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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토끼와 거북에 비교한 뉴욕타임스 기사가 화제가 된 적 있다. 당시 뉴욕타임스 기자는 페이스북이 교활하게 전력 질주하는 토끼라면, 트위터는 우직하게 뚜벅 뚜벅 전진해나가는 거북 같다고 비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두 회사의 프라이버시 정책 차이를 들었다.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에 대한 데이터를 무차별 수집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는 동안, 트위터는 그런 유혹을 뿌리치고 묵묵히 제 길을 갔다는 것이다. 아래 두 문장 속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바라보는 기자의 시각이 들어 있다.


In the world of social networks, Facebook looks like the swift and cunning hare, Twitter the leisurely and careful tortoise. This race is not judged by speed but by a stopwatch with a much longer lifespan, one that is tied to trust.


그 보다 좀 더 전엔 월스트리트저널이 구글 플러스를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까지 나서서 구글 플러스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선전했지만, 이게 생각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는 구글 플러스가 유령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콤스코어 조사 결과 구글 플러스의 월 평균 체류 시간이 3분 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 반면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월 평균 체류 시간은 405분에 달했다. 한 마디로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는 SNS라는 것이 당시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의 비판이었다.



[자료: 월스트리트저널]



그런데 이번엔 로버트 스코블이 트위터를 겨냥해 독설을 퍼부었다. 언론들이 구글 플러스를 '유령 도시'라고 비판하지만, 자기가 보기엔 트위터가 그렇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은 테크잇에 게재된 파워블로그 로버트 스코블 "트위터가 유령도시 같다" 는 기사를 참고해봐도 된다.)


스코블은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이런 결론을 내렸다. 지난 해 7월 이후 구글 플러스 팔로워는 0명에서 150만 명으로, 페이스북 이웃은 1만3천명에서 26만1천 명으로 늘어난 반면, 트위터 팔로워는 24만 명에서 26만 명으로 거의 제자리 걸음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스코블은 '그렇다고 트위터가 유령 도시라는 말은 아니다'는 전제를 깔았다. 그러면서 최근 트위터가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하는 이유를 몇 가지로 설명했다. 이 대목은 새겨들을 만한 것 같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정보 과부하'였다. 갈수록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정보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는 데, 트위터는 적절한 노이즈 콘트롤 수단을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용 모델 역시 '커뮤니티'보다는 '정보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게 스코블의 지적이다. 


그는 또 트위터가 개별 리스트에 담을 수 있는 계정 수를 500개로 제한하거나, 계정당 운영 가능한 리스트를 20개까지만 허용하는 부분 등에 대해서도 불만을 털어놨다.


자, 여기서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보자. 현재 SNS 지형도에선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를 3대 강자로 꼽을 수 있다. 핀터레스트가 있긴 하지만, 조금 성격이 다른 관계로 논외로 하자.


그 동안 세 가지 SNS 중 어떤 것이 더 유용한지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주변에도 트위터를 더 유용하게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페이스북을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트위터보다는 페이스북을 훨씬 더 유용하게 쓰고 있다. 구글 플러스는 아직 잘 모르겠다. 관련 책을 번역하기로 출판사랑 약속한 뒤 잠깐 써보려고 했지만, 요즘은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내팽개쳐 놓은 상태다. 


그런 측면에서 스코블의 주장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 트위터에 커뮤니티 적인 성격이 부족한 건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스코블의 주장 역시 자기 처지에서 털어놓은 불평불만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에 따라, 용도에 따라 선호하궈나 편하게 느끼는 SNS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잠깐 회사 트위터 계정을 운영한 적 있었다. 그 때 "다정 다감한 멘트를 붙여주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트위터엔 그런 것 붙여봐야 소음밖에 안 된다며, 그냥 정보만 쏴주는 게 좋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트위터보다는 페이스북이 트래픽 유발 효과는 더 크다는 게 대체적인 연구 결과다. 페이스북이 트위터에 비해 8배 정도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뉴욕타임스 같은 매체는 소셜 전략의 초점을 페이스북에 맞추고 있다.


반면 다른 연구 결과도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올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트위터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는 인식이 좀 더 강하다. 





따라서 트위터가 커뮤니티보다는 정보 창구 위주라는 지적은 정확하다. 하지만 그 때문에 더 썰렁하다는 건 절반만 맞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 부분이 트위터의 지향점이자 장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결국은 트위터가 승리할 것이라는 뉴욕타임스 기사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차라리 구글 플러스가 생각처럼 잘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더 마음이 쏠린다.


그럼 스코블의 저 숫자는 어떻게 된 것일까? 내 나름대로 한번 추론해 봤다. 일단 트위터나 페이스북 팔로워가 26만 명 선에서 정리된 것은 나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가 스코블이 끌어모을 수 있는 팔로워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구글 플러스는 도대체 뭘까? 란 질문이 날아올 것이다. 1년 만에 무려 150만 명이나 모았으니까.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스코블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란 '근거 약한' 결론은 가능할 것 같다. 구글 검색과 잘 연계된 덕분에, 스코블 같은 유명 인사, 특히 소셜 미디어 관련해서 수시로 묵직한 발언을 쏟아내는 사람은 당연히 팔로워 늘리는 것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비해 수월할 것이란 얘기다.


어쨌든 나름 예지력 있는 세 곳이 서로 다른 진단을 내리고 있는 건 참 흥미롭긴 히자만, 솔직히 저런 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자기 몸에 가장 잘 들어맞는 SNS를 선택한 뒤 열심히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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