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격언에 '센터는 감독을 즐겁게 하고 가드는 관중을 즐겁게 한다'는 말이 있다. 화려한 개인기로 무장한 가드들보다는 골밑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센터들이 훨씬 더 실속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 프로농구(NBA)에서는 오랜 기간 장신센터들이 득세했다. 빌 러셀, 카림 압둘 자바 같은 센터들은 팀에 우승 반지를 선사하면서 감독들을 즐겁게 했다. 1980년대 중반 마이클 조던이 등장하기 전까지 NBA는 '센터들의 시대'였다.

1984년 NBA에 첫 발을 디딘 마이클 조던은 이런 분위기를 단번에 바꿔버렸다. 만년 하위였던 시카고 불스에 6개의 우승컵을 안겨주면서 '가드 농구'가 감독까지 즐겁게 해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에어 조던'이란 별명처럼 조던의 에어쇼는 농구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것이었다.

"웬 농구 이야기냐?"고 할 지도 모르겠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맥월드 기조연설을 보면서 마이클 조던의 에어쇼를 떠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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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맥북 에어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애플]


예년에 비해 다소 맥빠진 이날 행사에서 유독 눈에 띈 것이 바로 '맥북 에어'였다. 잡스는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맥북 에어'가 세계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마치 미인대회 참가자를 소개하는 듯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글을 올린 한 블로거는 애플이 "슈퍼모델 평가하듯이 PC를 평가하도록 만들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사실 애플과 스티브 잡스는 그 동안 노트북PC의 트렌드를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해 왔다. 특히 지난 1990년대 후반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면서 내놓은 아이맥은 밋밋한 컴퓨터에 식상했던 많은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

아이맥은 패션 감각 뛰어난 컴퓨터가 시장에서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 첫 작품이다. 그런 차원에서 아이맥은 PC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제품이라고 해도 크게 그르진 않을 듯하다.

한 동안 이런 움직임에 무심한 반응을 보였던 PC업체들도 애플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기호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되면서 앞다퉈 '컴퓨터 패션 경쟁'에 동참한 것이다.

2008년 맥월드 기조연설에서 스티브 잡스가 보인 '맥북 에어' 쇼는 이런 움직임을 극한까지 끌고 간 느낌마저 들었다. 성능보다는 패션과 '몸매' 쪽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유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에어(공기) 안에는 무언가 있다(There's something in the air)'는 맥월드 2008 슬로건을 연상케했던 '맥북 에어.' 다소 실망스러웠던 맥월드 2008을 떠받쳐줬던 스티브 잡스의 '에어쇼'는 노트북PC의 패러다임이 확실하게 바뀌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마이클 조던의 '에어쇼'만큼 파괴적이진 않을지 모르지만, 스티브 잡스의 '에어쇼' 역시 나름대로의 메시지는 충분히 담고 있는 듯 했다. 적어도 "이번 맥월드는 시시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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