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시민 참여 저널리즘'이라고 써 놓고 보니, 참 막연하다. 과연 어떤 모델이 바람직한 진화 방향일까? 요즘 고민하고 있는 주제 중 하나다.

김병철 교수가 쓴 <온라인 시민 저널리즘 연구>란 책에는 세 가지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기자 주도형 시민기자 모델, 기자-시민 공동 주도형 시민기자 모델, 그리고 시민 주도형 시민기자 모델이 바로 그것이다.

김 교수의 이 모델은 H. Aday의 모델, 즉 동반자 모델, 권력이양 모델, 그리고 정보제공자 모델 등을 좀 더 한국적인 시각으로 변형한 것인 듯하다.

굳이 따지자면 오마이뉴스의 시민 기자제는 '기자-시민 공동 주도형 시민기자 모델'이 될 것이고, 미디어다음의 블로거 기자제는 '시민 주도형 시민기자 모델'이 될 것이다. 과연 어떤 것이 한국적 현실에서, 또 온라인 시민 참여 저널리즘이란 측면에서 바람직한 모델일까?

대선이란 대형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는 2007년엔 이런 온라인 시민 참여 저널리즘 모델들의 진화 방향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참 쉽지 않은 주제인 듯 같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지난 해 패널로 참가했던 미디어다음 블로거 기자 100일 기념 좌담회 기사를 다시 보게 됐다. "블로거 뉴스, 더 열리고 더 겸허해야" 란 그 기사의 제목은,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실천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긴 하지만.

신고
그만님과 떡이떡이님이 기자 블로그에 대해 좋은 글들을 올려주셨다. 그들의 주장에 대체적으로 공감한다는 전제 하에 몇 마디 덧붙인다.

몇 년 전 주요 일간지들이 기자 블로그 제도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난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란 얘기를 한 적 있다. 왜 그런 얘길 했을까? 내가 특별한 통찰력이 있어서? 절대 아니다. 기자 블로그 제도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것도 아니다.  

당시 기자 블로그 제도를 도입하려고 했던 대다수 신문사들은 기자들에게 '블로그'라는 또 하나의 '지면'을 메울 것을 강요했을 뿐, 본지와의 연결고리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다. 종이신문에서 블로그로 가는 통로는 열려 있었지만, 블로그에서 종이신문으로 향하는 정보 통로는 완전히 막혀 있었다.  

여기서 잠시 시간을 몇 년 전으로 되돌려 보자. 내가 전에 몸담고 있던 신문사에서 기자들에게 인터넷신문에 올릴 기사를 작성할 것을 적극 독려한 적 있다. 당시 연합 기사 쓰는 문제 때문에, '골치 아플 바에야 아예 자체 조달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발상이었다.

제법 파격적인 '당근'도 내걸었다. 이를테면, 주요 기사를 연합보다 30분 정도 먼저 출고할 경우엔 '온라인 특종'으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기자들에겐 '건당 얼마'식의 당근보다는 매력적인 인센티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전략은 보기 좋게 실패했다. 결국 한 달인가, 두 달만에 백기를 든 기억이 있다.

2년 전 쯤 반짝했던 기자 블로그는 몇 년 전 내가 경험했던 것보다 '인센티브'가 더 적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블로그의 글이 신문 지면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경로가 (내가 알기론) 거의 없었다. 기자들에겐 '(어느 정도의) 돈'보다는 자신의 기사가 널리 인정받는 것이 더 매력적인 유인 요인이란 점을 감안하면, 당시 신문사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했던 기자 블로그 제도는 애당초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구조다. (하루 기사 막기로 버거운데, 블로그까지 메우라니. 그것도 전혀 기사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그렇다면 기자 블로거는 의미가 없나?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기자 블로거가 의미 없다고, 혹은 가능성 없다고 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답답하긴 하지만, 충분히 해볼만한 시도라고 본다. 기자 개인 차원에서 드넓은 대지를 한번 개척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힘들다. 하루 하루 기사 막는 것도 버거운데, 무슨 열정이 남아 있어서 블로그를 운영한단 말인가?

하지만 이건 단순히 취미의 문제가 아니다. 좀 심하게 얘기하면, 장기적으로 신문 기자로 계속 경쟁력을 유지하느냐 못하느냐는 생존의 문제다. 게다가 블로그 공간에서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 내지는 아이디어도 무시못할 매력 덩어리다. (조선일보 유용원 기자가 대표적이고, 또 서명덕 기자 역시 소통이란 측면에서 상당히 앞서 나가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기자 개인 차원에서는 블로그를 활용할 방안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조직이 해결해주면 좋겠지만, 조직이 가만 있다고 해서 그냥 넋 놓고 있을 문제는 아니다. (나중에 조직이 평생 직장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앞으로 기자들도 개인 브랜드가 상당히 중요한 시대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사실 우리는 그 동안 기자 개인보다는 조직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가 어떤 기자이냐는 점 보다는, 어느 매체의 명함을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미국도 다르진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처럼 심하진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론 개인 브랜드가 더 중요하게 될 것이다. 왜 그럴까? 독자들의 뉴스 소비 행태가 '건별 소비' '맞춤형 소비' '주제별 소비'로 바뀌어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뉴스 시장 역시 음반 시장 쇠퇴 혹은 변화 과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런 추세에 불을 지핀 것이 포털이었고, 앞으로 더 강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RSS와 태그 같은 소품들이다. '웹 2.0'이란 식상한 얘기를 들먹이지 않더라고, 이건 그스를 수 없는 추세다.

그럼 기자들은 어떻게?
 
그래서 난 지금부터 변화될 환경에서 살아남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아니, 미래의 일도 아니다. 지금 포털 뉴스 코너에 가보라. 스포츠 섹션 같은 곳에서는 벌써 개인 브랜드가 구축되어 가고 있다. 특정 기자들의 기사에는 열혈팬들이 따라다닌다.

15년 쯤 전에 나는 고종석 기자의 팬이었다. 그로부터 5년쯤 전에는 김훈 기자('칼의 노래'를 쓴 그 김훈이다.)의 글을 읽기 위해 한국일보를 구독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난 한국일보에서 김훈 기자의 기사(더 정확하게는 '문학의 고향'(?)이란 시리즈물) 말고는 읽은 기억이 별로 없다.

블로그 공간에서는 이런 상황들이 더 잘 일어나지 않을까?

그만님이 지적한 것처럼 언론사 관계자들은 기자 블로그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여러 가지 고민을 폭넓게 해야 한다. 하지만 기자 개인 차원에서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변신을 꾀해야 한다. 그리고 그 첫 출발점은 '블로그 공간을 통한 독자와의 직접 소통'과 '개인 브랜드 구축하기'가 될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신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7년에 나온 따끈따끈한 책이다. 박사 논문 준비 운동도 할 겸해서 주문한 책. 이 책은 블로그, 시민 저널리즘, 그리고 미디어의 미래라는 세 가지 층위로 구성돼 있다.

저자가 서문에 밝힌 대로 하버마스의 이상이 블로고스피어에서 제대로 실현될 것인가란 것을 알아보는 것이 이 책의 주요한 주제 중 하나다.

Whether the activity that occurs within the blogosphere fits the Habermasian ideal is one topic of this book. (vii)
블로거가 갖는 힘에 대해 저자는 크게 세 가지 진단을 내놓고 있다. 뭐, 특별한 것은 없는 진단이고, 또 이젠 상식으로 통하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되뇌어볼만하다.

Their influence stems from several factors. First, they haver outsider status. Like television news in the 1950s, they are seen by users as conduits to raw information, somehow less corrupted by power than their predecessors. Second, some have attained a large audience. Regardless of whether they "should" have an audience, they do, and with it comes power. Third, they have the "power of the collective."
신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