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인터넷신문과 온라인 스토리텔링> 출간 이래 댓글에 많은 관심을 가져 왔다. 인터넷 저널리즘에서 중요한 것은 독자 반응이고, 그 독자 반응 중에서 정수는 기사에 붙은 댓글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댄 길모어 등의 용어를 빌린 것이긴 하지만, 나는 이 같은 상황을 '대화 저널리즘(journalism as a dialogue)'이란 말로 표현했다. 악플 공세 때문에 다소 약해지긴 했지만, 이런 믿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난 요즘 댓글만 보면 기겁을 한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댓글이 많이 붙은 기사들을 볼 때면 한숨이 나온다.

사연은 이렇다. 요즘 '박사 논문 초치기' 작업을 하고 있다. 당장 한 달 뒤까지 논문을 완성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아직 이렇다 할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회사 일로 바빠서 논문 작업에 손을 제대로 대지 못한 때문이다.

최근 블로거들의 기사를 분석하고 있는 데, 분석 항목 중 댓글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댓글이 100개를 넘는 기사를 만날 땐 한숨부터 나오는 것이다. 당연히 표본이 많으니 좋아해야 마땅하련만 사정은 말처럼 간단하지만은 않다.

최소한 500개 기사는 분석해야 하는 데, 만약 한 기사당 댓글이 100개씩 붙어 있다면 5만개의 댓글을 일일이 읽고 분석해야 한다는 얘기다. 5만개. 이걸 혼자서, 그것도 퇴근 이후 틈틈이 읽어서 한 달만에 분석하는 게 가능할까?

그러다 보니 댓글이 없는 기사를 만나면, 웬지 공짜로 먹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

그래서 일과 유희는 다른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두껑 보고도 놀란다'고,  올 가을엔 댓글만 보면 가슴이 벌렁거릴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