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자클럽과 블로터닷넷이 공동 주최한 '2007 블로그 미디어 포럼' 행사에 발표자로 참여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분들이 준비한 행사인지라, 발표 자료를 준비하면서도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꼭 친구 결혼식 축가 순서를 배정받은 느낌이었다.(참고로 나는 한번도 결혼식 축가를 불러본 적이 없다. 적어도 내 노래 솜씨를 아는 사람은, 축가는 고사하고, 중창단에 참여하는 것도 꺼릴 것이다.)

"잔치 분위기에 누가 되면 안될텐데, 뭔가 의미 있는 얘기를 해야 할텐데."란 생각이 계속 나를 괴롭혔다. 발표 시작하기 직전까지 긴장을 했던 것도 이런 부담감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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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블로터닷넷]



어쨌든 행사는 '잘' 끝났다. 나는 '대화의 복원'이란 관점에서 블로그 미디어의 의미에 대해 얘기했다. 이건 내가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하버마스의 공론장과 블로그를 한번 연결해보자는.

'뉴스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지금 우리가 접하는 방식. 즉 기자들이 기사를 쓰고 독자들이 일방적으로 읽는 방식이 절대 진리는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하버마스가 '공론장(public sphere)'이라면서 그리도 감탄했던 18세기의 살롱, 카페 문화를 지탱한 것은 바로 대화였다.

하버마스가 정리한 공론장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위계질서가 없었다. 한 인간으로서 대등한 자격을 갖고 서로 토론에 임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발화자의 신분이 아니라, 내용에 따라 토론의 향방이 결정됐다. 지금이야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 귀족 주도 사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건 거의 혁명이다. (그 당시 평민이었던 소설가 스탕달이 살롱 문화를 통해 스타로 떠올랐다는 것은 굉장히 유명한 이야기다.)

둘째, 사실상 토론의 성역이 없었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그 동안 교회와 국가의 권위로 보호받던 많은 주제들에 대한 토론과 공방의 여지가 생기게 됐으며, 그 역할을 담당한 것이 바로 커피하우스와 살롱이었다.

셋째, 토론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개방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다. 공중들은 토론하면서 자신의 폐쇄성을 벗어던지고 대중 속으로 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이날 발표한 내용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바로 이런 것이다. 신문이란 대중매체가 등장하면서 뉴스에서 실종됐던 대화가 블로그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게 됐다는 것. 그런 점에서 언론이란 관점으로 접근할 경우엔 블로그가 바로 21세기의 공론장이라는 것. 그런 점을 주목하자는 게 내 발표의 요지였다.

발표를 끝내면서 "블로그는 그만 잊자. 사실 블로그가 별거냐?"고 얘기했는데. ㅎㅎㅎ. 내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했는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난 웹 2.0이니, 롱테일이니, 하는 '용어들의 홍수'를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다. 블로그 역시 용어들의 홍수 속에 빠져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서명덕 님께서 '블로그는 기성 뉴스에 없던 대화 복원한 것' 이란 제목으로 발표 요지를 잘 정리해준 것 같다. '까칠한' 블로거들이 던질 예리한 비판이 두렵기도 하지만, 그 또한 '생산적 대화'라고 생각하기에 '묘한 기대감'이 생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