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블로그에 올린 글은 '개인 의견'일 뿐일까? 저널리즘 활동과는 관계가 없는 사적인 행동일 뿐일까?

언뜻 생각하면 간단한 듯한 질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말처럼 간단하지만은 않다. 어떤 형식의 블로그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느닷없이 기자 블로그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최근 불거진 나훈아 괴담 때문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나훈아 씨의 기자회견이 있고 난 뒤 있었던 각종 일들 때문이다.

좀 더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 이번 소문의 진원지는 한 기자의 블로그 였다고 한다. 그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모모 씨가 어쩌고 저쩌고"라면서 올린 글이 확대되면서 괴담으로 확산됐다고 한다.

그리고 나훈아 괴담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던 그 기자는 PD수첩과의 인터뷰를 통해 "(소문이) 너무 터무니 없으니까 신문에는 다루지 못하지만, 블로그에는 그런 개인의 의견들은 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기자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글을 올린 것이란 얘기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기자 블로그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개인이라 할 지라도 자신의 블로그에 남의 명예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글을 올릴 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점은 논외로 하기로 하자.)

이 대목에서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기자가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은 '개인 의견'에 불과한 것일까? 적어도 신문 기사를 쓸 때와 같은 자기 검열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난 이 질문에 대해 절반은 예, 절반은 아니오라고 대답하고 싶다.

우선 자기 검열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분. 일단 형식적인 면에서는 당연히 그렇다. 기사 문법을 굳이 따를 필요가 없다. 아니 따르지 않는 것이 좋다고 본다. 신문에 글을 쓰듯 일방적으로 사실을 전달하기 보다는, 양방향적인 소통을 염두에 둔 글쓰기를 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정말로 "블로그에는 그런 개인의 의견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 그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본다. 더구나 문제가 됐던 그 기자가 운영하는 블로그는 해당 매체의 기자 블로그 중 하나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적어도 이 정도 블로그라면 '준 저널리즘 행위'란 생각을 갖고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대학교 교수가 해당 대학 사이트에 자신의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개인적인 공간이라 내 생각을 올렸을 뿐"이라면서 "대학 교수인 나의 지위와는 관계없는 얘기"라고 하면 인정할 수 있겠는가?

적어도 기자 블로그임을 명확히 할 경우에는 사적인 공간이란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는 것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본인이 아무리 사적인 공간이라고 우겨도, 독자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언론사들이 운영하는 기자 블로그가 활성화되지 않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시스템적인 부분, 기자들의 업무 부담, 등등 그 이유는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 하나로 나는 "블로그는 사적인 공간일 뿐"이라는 생각도 크게 작용한다고 본다. 공적인 기자 생활을 보완해줄 수 있는 매체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블로그를 운영하는 시간 자체가 아깝고 귀찮게 여겨지게 마련이란 얘기다.

이 부분은 길게 얘기할 것 없을 것이다. 모범적인 기자 블로그 운영자 몇 명만 벤치마킹 해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의 블로그가 왜 활성화되고, 또 똑 같이 바쁜 그들이 어떻게 기자 블로그를 잘 운영할 수 있는지 말이다.

나훈아 사건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연예 저널리즘에 대해 한 마디씩 하고 있다. 그러니 나까지 나서서 한 마디 거들 필요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블로그에 대한 부분은 꼭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 특히 기자 블로그에 대한 부분. 난 장기적으로는 인터넷 언론은 기자 개인 블로그들의 집합체로 진화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사회가 전문화 파편화 되면서 언론사 브랜드 못지 않게 개인 브랜드가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자들도 블로그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 얘기는 앞으로 다시 할 기회가 있을 듯하여, 이 정도로 끝낸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바로 그 대목이 아쉬웠다. 기자 블로그에 대한 인식 부족. 아니 더 정확하게는 '블로그'란 미디어에 대한 천박한 인식. 이런 인식을 빨리 벗어던지지 않으면, 요즘 언론들이 갖다 붙이기 좋아하는 '웹 2.0 시대'의 인터넷 저널리즘은 아직도 저 먼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 떡이떡이 2008.02.03 23:03

    기자는 블로그가 아니라 그 어느 장소나 공간에서 글을 쓰더라도 기자임이 밝혀지면 개인행위가 아닙니다. 그게 이번 몰이해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더 넓게 보자면, 미디어는 스스로 미디어라고 정의하거나 미디어와 비슷한 행위를 한다고 해서 미디어가 아닙니다. 그보다 남들이 미디어라고 부르고, 즐거찾으면, 스스로가 부정하더라도 1인 미디어, 1인 언론이 되는거죠.

    아 그게 사실 엄청난 부담입니다. 그래도 저는 미디어가 아니라 그냥 '개인 행위'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여전히 개인 행위의 일부로 블로깅을 하고 있습니다. 미디어라는 말 자체가 매우 거창해서...

  • 2008.02.04 01:12

    저도 기자이면서 블로거인데, 이번 사건의 발단이 기자 블로그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은 몰랐습니다...

    기자가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감추고 익명으로 활동한다면 모를까,읽는이들이 기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무조건 '개인 공간'이라고 우기는 건 안 된다고 봅니다.

    읽는 사람들은 분명 기자니까 뭔가 알고 있겠지, 하고 생각할 테니까요..

  • 25일 방문자 2008.02.04 03:27

    그 기자의 블로그에 25일 우연히 방문한 사람입니다..그는 ㅎ씨와의 개인적으로 친분관계가있어, 그와 관계되는 부분을 몇번 언급하고 있었읍니다. 그외는 소문이었다거나, 누군가에게 들은것이라며 어느부분만 전하고 있었고, ㅎ씨에대한것은 중복 언급하고 있었읍니다.
    자세히 모르시는 분은 그의 블로그가 그 모든 소문의 진원지일거라고 판단해버리시겠지만, 그는 소문의 한 뿌리에만 관여한것 같았읍니다..우리가 들은 그 모든 소문은 다수의 합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윗글의 말하고자 하는 바를 떠나 또다른 잘못된 이야기의 확산을 우려하며, 알고 있는 바를 적습니다...

  • 서울대 미녀 2008.02.04 19:00

    잘 읽고가요

  • GREEN-BEE 2008.02.04 23:11 신고

    저도 기자이자 블로거입니다.

    님께서 지적하신 부분에 깊이 공감합니다. 특히나 '기자'라는 직업은 블로그는 물론 어느 공간에서도 그 꼬리표(?)를 달고다닐 수 밖에 없지요.

    다만 이번 '나훈아 괴담'은 위에 분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공개적인 팬픽'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물론 처음 소재를 제공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이 기회로 기자를 포함한- 블로거들, 나아가서 네티즌들이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현대 인터넷 문화가 '참여하는 열린 담론'인지, 목소리 큰 다수가 이기는 '진실 없는 수다의 장'인지.

  • 진호Jinho 2008.02.05 10:14 신고

    그냥 간단히 생각해 보면, 대통령이 개인 블로그에 쓴 생각은 본인이 아무리 개인으로서 쓴 생각이라도 사회적 파장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기자 역시' 개인의 자유'나 '자연인으로서 한 개인' 등의 원론을 떠나서 자신의 신분 정보가 자신의 글과 연결될 때에(그것도 글 또는 방송 언어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 그것은 더 이상 일개인의 발언 이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것입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 3M흥업 2008.02.20 21:54

    유효한 문제제기를 뒤늦게 읽었네요.^^늘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블로그를 개인의 관점과 주관성이 드러나야 하는 공간이라 생각하고 글을 썼다가, '이눔 기자잖아'라는 인식에 공정성이나 책임성, 또는 객관성 등 기존 저널리즘의 미덕을 강요 당한 경우가 적지 않아서요.^^

    인용된 사례에 대해선, 뭐랄까, 직업이 기자여서 블로깅을 할 때 더 신중해야 한다기 보다 모든 블로거에게 통용될 수 있는 사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인의 관점과 확인되지 않은 팩트를 혼동해서는 안되겠죠. 자신의 블로그를 폐쇄적인 개인 일기장이나 소수의 소통만을 위한 공간으로 상정하지 않았다면, 글이 공개됨으로써 특정인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위험성을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제 경우엔, 기존 저널리즘의 기계적인(그러나 자주 위선적인) 객관성의 도그마에서 벗어나 개인의 문화적 취향과 세계관, 주관적 관점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되, 팩트에 있어서만큼은 신중하자는 걸 철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건 기자라서가 아니라 '미디어'로서의 블로그의 진화를 위한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inemAg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