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블로그 이사를 했다. 꼬박 2년 6개월 가량 거주했던 네이버 블로그를 버린 것이다. 물론 아쉬운 마음이 적지 않았다. 400개가 넘는 포스트를 그냥 버리고 나오면서, 빚쟁이들에 쫓겨 몸만 빠져나오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난 그 모든 걸 버리고 이사를 했다. 뒤돌아보지도, 미련을 갖지도 않기로 했다. 200명에 육박하는 이웃들에게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공지문 하나 달랑 남기고 떠나 버렸다.

왜 그래야 했을까? 내게 참 많은 선물을 주었던 네이버 블로그를 왜 버려야만 했을까?

1. 소통을 막는 폐쇄된 구조가 갑갑했다

처음 블로고스피어에 발을 디딜 땐 온 몸에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하루 하루 재산을 축적해 나가는 기분이었다. 제대로 된 홈페이지 하나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내게, 블로그는 신천지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조그마한 집을 지을 때나 느낄 수 있는 기쁨이었다. 집이 커지고, 덩달아 나의 의식도 성장하면서, 네이버 블로그가 새로운 만남을 갖는 덴 참 불편한 구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게 갈수록 견디기 힘들었다.

비유하자면 네이버는 '수도권 지역' 쯤 될 것이다. 대한민국 네티즌 중 상당수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만큼 넓게 광대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엔 수도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에서 올라오는 사람들 역시 정겨운 이웃이다.

네이버 블로그에선 바로 그 기쁨을 누리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힘들여 장마한 아파트를 내버려두고, 그냥 맨 몸으로 뛰쳐 나오기로 했다.

나는 블로그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가 바로 '자유로운 소통 구조'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네이버에선 '소통'을 만끽하기 힘들었다. 그들은 '네이버 안에서 평화를' 누리라고 강요했다. 난, 그게, 견딜수가 없었다.

2. 링크보다는 펌질을 방조하는 정책이 싫었다

네이버 블로그는 초보자들에겐 참 좋은 공간이다. 특별히 쓸 거리가 없어도 블로그 하나 쉽게 운영할 수 있다. 각종 기사 뒤에는 '블로그에 퍼담기' 단추가 있고, 블로그 포스트에도 역시 '스크랩' 기능이 있다.

나도 처음엔 '스크랩'이 좋았다. 내 블로그의 글들이 팔려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꽤 흐뭇한 기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쉽게 '펌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원 텍스트에 대한 논의가 실종되어 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공들여 쓴 글이 무차별적으로 도둑맞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누가 내 글을 스크랩해 가는 것이 기분 나빠서가 아니다.

'아무런 언급 없이' 그냥 퍼담기만 하는 분위기가 짜증이 났기 때문이다. 최소한 왜 퍼담았는 지,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 마디라도 할 수 있는 구조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부터 나의 불만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결국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담론이 실종된 것은 스크랩 기능 때문이다. 따라서 네이버는 토론과 담론을 말살하고 있다"는, 비논리적인 결론까지 도달하고 말았다. 물론 나도 안다. 이게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하지만 내 지적이 전혀 근거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믿음 또한 갖고 있다.

3. 블로거를 배려하지 않는 '그들'이 싫었다

네이버는 좀 이기적이다. 그들은 고객들의 UCC에 힘입어 엄청나게 성장했으면서도, 정작 UCC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에는 지나치게 인색하다. 무엇보다 블로그의 구조 자체가 사용자보다는 네이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게다가 최소한의 수익 배분에 대한 고민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아예 하지도 않고 있다. 이건 내가 블로그를 해서 떼돈을 벌겠다는 미련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난 나를 잘 안다. 내가 블로그에 광고를 해서 돈을 벌 재능도, 시간도 없다는 것을. 하지만 '안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내가 이번에 블로그를 옮기면서 '구글 애드센스'를 단 것은 그런 반발심도 작용했다.

웹 2.0이란 거창한 게 아니다. 서로 함께 하고, 고객들을 최우선에 두려는 마음이 바로 웹 2.0이다.

4. 네이버 블로그가 나쁘기만 할까?

그건 아니다. 처음 시작할 땐 정말 좋고, 편하다. 나도 그랬으니까. 나처럼 '심각한 기계치'인 사람들에겐 블로그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 더 없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블로그에 익숙해지고, 조금씩 눈이 뜨일수록, 네이버 블로그는 사람을 갑갑하게 하는 구조다. 그건 네이버 블로그가 양적으로는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전혀 변신하지 못했다는 말과도 통한다.

물론 나같은 보통 블로거 하나 떠나는 게 이슈가 될 리는 없다. 하지만 네이버 블로그 운영자들은 혹시 나처럼 갑갑증을 느끼는 사람이 없는지 한번쯤 돌아봐야 할 것이다.

또 지금보다는 좀 더 소통되고 열려야 한다. 그들을 거대한 제국으로 만들어준 고객들에게 조금 더 애정을 보여주길 간절히 소망한다.

"블로그가 블로그다워야 블로그지." 그렇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