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말에 논문을 끝내고 난 뒤에 다짐한 것이 있다. 다시는 '멀티태스킹 생활'을 하지 않으리란 것이었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한 우물파기. 당시 나는 그것을 가슴 깊숙이 다짐했다.

지난 1학기 내 삶을 돌이켜보면 '건성 건성 생활'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논문에다 <Hypertext 3.0> 번역. 게다가 강의, 그리고 회사 생활까지. 돌이켜보니 그 중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도록 끝낸 게 없는 듯했다. (특히 강의가 그랬다. 그래서 학생들한테 정말 미안했다. 진심으로.)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내 생활은 여전히 똑 같다. 우선 번역. <하이퍼텍스트 3.0> 끝낸 지 얼마 안돼 다시 다른 책을 잡았다. <Glut>이라는 책. 고대 이래 정보 시스템의 변천에 관한 책. 꽤 재미는 있다. 기한은 내년 1월말. 여기서부터 내 약속은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술. <빌 게이츠>에 관한 책이다. 이건 원래 11월말까지 넘겨주기로 했는데, 본의 아니게 약속을 못 지켰다. 그래서 한 달 더 말미를 얻었다. 이제 마감이 열흘밖에 안 남았다. 요즘은 이 책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중. 나름대로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강의. 이번 학기엔 좀 멀리있는 학교로 뛰었다. 오늘 성적 입력 끝내고, 한숨 돌리는 중. 강의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상대 평가라는 게 참 잔인하다. 전체적인 평등을 위한 제도일텐데, 학생들을 석차별로 줄 세운 뒤 등급 비율에 따라 잘라야 하는 건 정말 잔인하다. 대학 강의 나가면서 제일 싫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 사이에 또 다른 저술을 하나 했다. <뉴스의 미래> 프로젝트에서 한 챕터를 작성해서 넘겼다. 이 책도 내년 1월 경에 출간될 듯 하다. 지도 교수를 비롯해 여러 명이 공동 저술한 책이다. <뉴스의 미래>라는 테마 자체가 매력적이어서 참여했다.

이래 저래 분주하게 생활하다 보니, 자꾸만 나를 소모시키는 느낌이다. 내공을 쌓아야 할 시기에 지금까지 쌓아놓은 얄팍한 지식을 갉아먹고 있는 느낌이다. 이젠 뭘 하더라도 좀 더 고민을 담아서 해야할 듯 하다. 그래야 나도 발전하고, 또 적어도 이 나라의 지식 체계에 먼지 부스러기 만한 기여를 할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