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뜬금 없긴 합니다만, 지난 해 연말 'Extra 2%'란 책을 한 권 번역했습니다. 미국 프로야구 탬파베이 레이스 팀의 성공 비결을 다룬 책입니다. 때 마침 2011 시즌 마지막 날 탬파베이 팀이 극적인 승부를 펼치면서 낑낑대며 번역하는 저를 더 기쁘게 해주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출판사에 원고를 넘긴 상태입니다. 출판사 쪽 얘기로는 메이저리그 개막에 맞춰서 낼 예정이라고 하네요. 야구나 영어나 대한민국 평균을 조금 웃도는(??) 실력으로 대형 사고를 친 셈입니다.

 

아래 글은 원고 넘기면서 마지막으로 썼던 역자 후기입니다. (한글판 제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구요, 역자 후기 역시 나중에 교정 과정에서 살짝 바꿀 가능성도 있습니다.) 

 

 

2011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은 탬파베이의 몰락을 점쳤다. 주전 마무리 투수를 비롯한 구원 투수진 전부에다 주력 타자들이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전 마무리였던 라파엘 소리아노는 양키스로, 칼 크로포드는 레드삭스로 이적했다. 핵심 선수가 같은 지구의 라이벌 팀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시즌 첫 출발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막하자 마자 6연패에 빠졌다. 첫 10경기에서 챙긴 승수는 고작 1승이었다. 하지만 탬파베이는 더 이상 쉽게 무너지곤 하던 팀이 아니었다. 9월초 한 때 9경기나 뒤져 있던 탬파베이는 막판 스퍼트를 한 끝에 한 경기를 남기고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레드삭스와 동률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맞이한 시즌 마지막 경기. 뉴욕 양키스와 맞선 탬파베이 레이스는 경기 초반 7대0으로 뒤졌다. 하지만 경기 막판 맹추격을 한 레이스는 9회말 극적인 동점홈런을 날린 뒤 연장 12회말 간판스타 에반 롱고리아의 끝내기 홈런으로 8대7로 승리했다. 같은 시간 동률이던 보스턴이 9회 끝내기 패배를 당하면서 극적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 이야기를 그대로 영화로 만들었다면 "너무 상투적인 승부"라고 비판을 들었을 정도였다. 

 

탬파베이는 2008년과 2010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세 번째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신흥 명문 구단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탬파베이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문제덩어리 구단이었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틈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였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전혀 딴 팀으로 변화한 셈이다. 

 

조나 케리의 '탬파베이, 2%의 기적'은 한 때 만년 꼴찌였던 탬파베이가 어떻게 최고 팀으로 탈바꿈했는지 다루고 있다. '탬파베이, 2%의 기적'을 읽어보면, 탬파베이가 약팀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팀 운영의 일관성이 없었다. 미래를 준비하면서 찬찬히 팀을 육성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당장 1승에 목마른 팀처럼 단기적인 자세를 버리지 못했다. 구단주와 단장은 우왕좌왕하기 일쑤였다. 몇 년 동안의 팀 운영 상황을 보면 한 팀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일관된 전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감독 역시 이런 외풍에 흔들리면서 중심을 잡지 못했다.

 

이 책은 이처럼 허점 투성이 팀이 어떻게 변신했는 지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변화는 월스트리트 출신인 스튜어트 스턴버그가 팀을 인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스턴버그와 단장인 앤드류 프리드먼은 데이터와 통계를 기반으로 팀을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선수들을 영입할 때도 스카우트들의 감에 의존하기 보다는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인 투자 기법을 활용했다. 이런 부분은 마이클 루이스가 '머니볼'을 통해 소개했던 오클랜드 팀의 변신과 통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탬파베이의 힘은 '머니볼'에서 볼 수 있는 지점에서 좀 더 멀리 나아간다. 특히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스턴버그와 프리드먼은 선수들을 영입할 때 미래 가치란 관점에서 접근한다. 에반 롱고리아나 제임스 쉴즈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들과 계약하는 장면을 보면 철저하게 월스트리트적인 가치 개념이 개입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스턴버그 구단주가 저자와 인터뷰에서 강조한 것처럼 '여분의 2%'를 찾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메이저리그 야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독자들이라면 탬파베이의 변신 이야기에서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단순히 야구 이야기에 머무르는 건 아니다. 일반적인 경제 경영 서적으로 읽어도 손색이 없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라는 거대 구단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탬파베이의 모습은 대다수 기업들이 처한 상황과 그리 다르지 않다. 이를테면 조그만 기업이 삼성과 SK 같은 대기업들과 대등하게 경쟁을 해 나가는 이야기라고 비유할 수도 있다. 탬파베이는 거대 기업들과 달리 단 한번의 전략 실패 만으로도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탬파베이는 '여분의 2%'를 더 많이 필요로 한다. 그런 긴박한 상황에서도 한 치 오차 없는 전략을 보여주는 탬파베이의 모습에선 짜릿한 전율까지 느껴질 정도다.

 

역자는 이 책을 번역하는 내내 흥미진진한 한 편의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만끽했다. 그만큼 탬파베이의 변신 이야기는 극적이면서도 흥미롭다. 마치 2011 시즌 막바지 극적인 승부를 보는 듯한 짜릿한 쾌감까지 느껴질 정도다. 메이저리그 야구 팬이라면 야구를 보는 재미도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야구팬이 아니더라도 막장으로 치달았던 한 기업의 화려한 변신 이야기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몇 년전 많은 야구팬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던 '머니볼'보다 좀 더 많은 재미와 교훈을 선사해준다. 야구 뿐 아니라 경영 서적으로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탬파베이의 혁신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모처럼 흥미로운 책을 소개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건 역자 입장에선 큰 행운이다. 번역 과정 내내 이 책의 재미를 그대로 전달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빈약한 영어 실력과 야구 지식 때문에 한계를 느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 때마다 이름 모를 야구 전문가들의 글들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땅의 야구 붐을 든든하게 지탱하고 있는 그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비인기 구단을 다룬 책 출판을 기꺼이 수용해준 김훈태 대표에게도 감사한다. 이 책이 잘 팔려서 출판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척박한 한국의 중소기업 환경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탬파베이의 경영 혁신에서 또 다른 생존 방법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그들에게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된다면, 역자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