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뉴스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글로벌 세상'이란 말이 정말 실감난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 얘기 아니면 독자들의 큰 관심을 끌기 어렵다. 휴대폰이나 통신 요금 얘기 정도나 돼야 관심을 기울일 정도다. 


그건 뉴스 공급자 측면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이런 질문을 한번 던져보자. 삼성은 조선일보와 코리아 해럴드 중 어느 쪽을 더 두려워할까? 선뜻 대답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내가 삼성 의사 결정권자도 아니니. 하지만 한 가진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국내 독자들이 느끼는 두 매체의 영향력 지수와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을 거란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관심을 모은 매체가 있다. 바로 대만의 디지타임스이다. 몇 년 사이 대만이 애플의 부품기지 역할을 하면서 부쩍 디지타임스를 인용 보도한 기사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주로 신제품 관련 루머를 취합해서 전해줬는 데, 한 동안은 각 매체들이 앞다퉈 인용 보도를 했다. 


IT 기자 입장에서 솔직히 부러웠다. 디지타임스 같은 존재 하나 만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더구나 한국엔 애플과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는 삼성이 있으니, 어느 나라보다 유리한 상황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디지타임스 보면서 늘 느낀 게 '팩트 확인(fact-checking)' 문제였다. 거의 루머 수준의 기사를 마구 써 댄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얼마 전에도 애플이 울트라북에 대항해 799달러짜리 초저가 맥북 에어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만 놓고 보면, 이 기사 역시 오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저런 상황이 좀 짜증이 난 걸까? 타임지가 결국 칼을 빼들었다. 디지타임스가 애플 루머에 관한한 '늑대 소년' 같은 존재라는 혹독한 비판 기사를 실었다. 한 두 번 잘못된 보도를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상습적으로 엉터리 기사를 싣고 있다는 비판이다. 


Digitimes still has an audience. It doesn’t seem to matter whether the prognostications it publishes come true or not, and no amount of being wrong is enough to ruin its reputation.


위 인용문을 보면 상당히 신랄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타임은 아예 기사 말미에 디지타임스의 각종 오보 사례를 꼼꼼하게 정리해놨다. 


디지타임스 사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 같다. 눈에 확 띠는 보도로 전 세계(라고 해봐야 미국)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지만, 그런 명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콘텐츠'가 뒷받침되어야만 한다는 교훈. IT 뉴스 뿐 아니라 전반적인 언론들이 새겨야 할 교훈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