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즐겨 찾는 아심코 사이트를 방문했다가 흥미로운 글을 하나 발견했다. 한국 조선일보의 케니 호 기자와의 인터뷰(An interview with Kenney Ho of The Chosun Daily of Korea)란 글이었다. 


"이게 뭥미?"란 생각이 들어 바로 검색해 봤다. 그랬더니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에 "시장신뢰 잃은 노키아, 과거 영광 되찾기 힘들 것"이란 기사가 실린 것을 발견했다.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커버 스토리였다. 기사 작성자는 호경업 기자로 돼 있었다. 


최근 끝없이 몰락하고 있는 노키아 문제를 커버 스토리로 다룬 감각이 돋보였다. 물론 아심코 운영자인 호레이스 데디우와의 인터뷰를 성사시킨 발 빠른 취재력 역시 남달라 보였다. 


호레이스 데디우가 올린 인터뷰 원문과 조선일보 기사를 동시에 읽어보는 건 상당히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읽으면서, 나라면 어떻게 기사를 썼을까, 생각해보는 것도흥미로웠다. 


그래서 몇 가지 논점을 한번 짚어봤다. 


우선 현재 노키아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과연 노키아는 회생 가능할까?"란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절대 강자 노키아는 왜 단기간 내에 몰락했을까?"란 물음이 독자들에겐 더 인사이트를 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차라리 "휴대폰 시장의 독특한 상황 때문에 더더욱 회생이 쉽지 않다"는 쪽이 좀 더 부각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즉 단말기 제조업체가 유통업자나 이동통신사에게 한번 신뢰를 잃기 시작하면 구매를 계속 미루게 된다는 부분. 


하지만 더 중요한 부분은 다음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선 기자는 삼성이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성공했다면서, 이 전략이 애플의 '퍼스트 무버' 전략보다 더 유리해 보인다고 질문했다. 그러자 호레이스 데디우는 이런 구분 자체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중요한 것은 혁신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삼성과 애플, 그리고 노키아의 혁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분이 좀 더 중요하게 다뤄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호레이스 데디우는 애플과 삼성, 노키아의 혁신을 비교해주고 있다. 애플은 기기, 서비스 등의 통합을 통한 생태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반면 삼성은 다양한 기기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한 유통혁신(distribution innovation)을 했다는 것. 반면 노키아는 비용 혁신을 통해 로엔드 시장을 열었다. 그런데 노키아 처럼 비용 혁신을 하는 전략은 새로운 경험을 토대로 한 새로운 시장이 열릴 때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결국 PC 시장 같은 곳에서는 애플 식의 접근을 통해 기회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반면, 경쟁의 기본이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일 때는 노키아 처럼 비용 혁신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하나. 10년 뒤 빅5 기업은 어디가 될까, 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데디우의 답변도 흥미로웠다.


데디우는 삼성, 애플도 10년 뒤엔 빅5를 장담하지 못한다고 봤다. 대신 중국 업체들이 상당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많으며, 아마존, 바이두, 페이스북 같은 온라인 서비스업체들 역시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으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신이 노키아 CEO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란 질문에 대한 답변 역시 재미 있었다. 호레이스 데이우의 답변과 조선일보 기사를 원문 그대로 옮겨보자. 


If I were the CEO of Nokia I would set course for turning the company into a new business. I would approach the market asymmetrically and not try to compete directly with the other vendors. I would look toward services, platforms and software solutions and de-emphasize hardware.

하드웨어 중심에서 서비스·플랫폼·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중점으로 하는 비즈니스모델에 주력하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소트프웨어와 플랫폼(구글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계 등) 없는 하드웨어 중심 회사는 몰락할 것이란 점이다. 


일단 플랫폼 없는 하드웨어 중심회사는 몰락한다는 부분은 찾을 수가 없다. 아마도 기자가 추가한 내용인 것 같다. 원문대로라면 자기가 노키아 CEO라면 새로운 비즈니스 쪽으로 진로를 잡을 것 같다는 얘기. 시장에 비대칭적으로 접근하고, 다른 휴대폰 판매업체와 직접 경쟁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이 부분이 조금 애매하긴 하다. 그렇긴 하지만, 조선일보가 풀어쓴 부분은 조금 단편적으로 해석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노키아의 조직 문화를 고친다면, 이란 질문 부분도 원문에서 한번 찾아봤다. 원문을 보니, 노키아가 2000년대 정상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서, 자기 만족에 빠진 것이 몰락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한 것으로 돼 있다. 이 질문에 대해 호레이스 데디우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갈라 말하면서 이런 답변을 했다. 


호레이스 데디우는 실제로 노키아는 열심히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기사에도 나오지만 소프트웨어, 서비스, 플랫폼에 열심히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기들의 위치에 대해 오만한 생각을 가졌다는 것. 데디우는 오만한 생각을 가졌다는 걸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This meant that they did not think the basis of competition would change. They thought they were too big to fail. They did not challenge the core business model of hardware-first and try to find an internal disruptive business.


한 마디로 노키아는 열심히 노력했지만, 경쟁의 기본 바탕이 바뀔 것이란 부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드웨어 우선이라는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고민까지는 해보지 못했다는 것. (이런 부분들은 한 시대를 풍미하던 기업들의 몰락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다.) 


어쨌든 조선일보 기사와 호레이스 데디우의 인터뷰 원문을 동시에 읽어보니 참 재미있었다. 하지만 조선일보 인터뷰가 호레이스 데디우의 답변을 조금은 피상적으로 다뤘다는 느낌이 들었다. 종합지인 만큼 대중적인 독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테지만, 지금 현재 모바일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식견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사람과의 인터뷰라는 점을 감안하면 좀 더 깊이 있는 기사를 쓸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물론 노키아 몰락을 과감하게 주말판 톱에 올리는 감각과, 또 다양한 각도로 노키아 문제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기획력은 대단히 높이 평가한다. 그리고 호경업 기자의 기사 역시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