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학이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윤영민 교수는 페이스북의 기본 메커니즘을 잘 드러내는 것 중 하나로 선물경제를 꼽는다. 그런 측면에서 윤 교수는 소셜 미디어 관련 책을 찾는 이들에게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을 추천한다.


(자세한 내용은 정보사회학 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글을 참고하면 될 것 같다.)


물론 선물경제와 SNS를 직접 연결하는 것에 대해선 반론도 적지 않다. 실제로 정보사회학에도 다양한 반론들도 올라와 있다. 그건 충분히 논의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갑자기 마르셀 모스와 선물경제를 떠올린 건 페이스북의 최근 행보 때문이다. 지난 주 기업공개를 단행하자 마자 카르마(Karma)라는 선물 전문 앱을 인수한 것. 구체적인 인수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으니까 그 부분은 추측만 할 다름이다. 사실 인수 규모가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다.


그런데 곰곰 살펴보니 페이스북과 카르마를 조합할 경우 상당히 매력적인 서비스가 탄생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어쩌면 페이스북과 선물경제의 절묘한 조합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도 들었다.


카르마의 선물추천 기능, 페이스북과 결합 땐...


일단 외신들은 카르마 인수로 페이스북이 모바일 사업 쪽에 좀 더 힘을 받을 것이란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게 리드라이트웹의 기사다. 포브스 기사도 그 쪽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두 지인이 운영하고 있는 테크잇 역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그 부분도 큰 의미가 있다. 페이스북 입장에선 모바일 쪽에 안정적인 터를 닦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 정도 의미에 그치는 게 아니다. 카르마는 친구나 지인들에게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 지 추천해주는 기능이 있다. 이거 단순한 것 같아도 생각보다 유용하다. 가족 친지들의 생일이야 알아서 챙기겠지만, 이를테면 이맘 때쯤 친구 아들이 대학을 졸업한다거나, 아니면 최근 어떤 친구가 새로운 직장에 입사했다는 등의 정보를 토대로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 지 추천해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페이스북이 갖고 있는 각종 데이터를 결합하게 되면 상당히 그럴 듯한 서비스로 변신하게 된다. 물론 그 동안 카르마가 페이스북과 어느 정도 결합돼 있었지만, 이번 합병을 계기로 완전하게 통합될 수 있게 됐다.


한번 생각해보라. 이제 막 데이트를 시작한 커플이 있다. 여자 친구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은 데, 뭘 선물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이럴 때 페이스북이 그 여자 친구에 대해 갖고 있는 각종 정보가 상당히 유용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카르마 앱을 이용할 경우 선물을 보내는 것도 간단하다. 그냥 페이스북 담벼락을 이용하거나, SMS를 통해 선물을 보낼 수도 있다. 


페이스북 입장에선 당연히 그냥 선물 주고받는 선에서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쇼핑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유발하는 각종 선물경제 규모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점을 감안하면, 페이스북이 카르마를 인수한 건 상당히 현명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페이스북의 기본 매커니즘이 선물경제와 상당히 닮아 있다는 윤영민 교수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편이다. 이건 내가 예전에 '블로그 파워'를 쓸 때 주장했던 것과 일맥상통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모스의 '증여론'과 퍼트넘의 '나 홀로 볼링'


난 지난 2005년 '블로그 파워'를 쓸 때 로버트 퍼트넘의 '나 홀로 볼링'을 주목했다. (박사 과정 1학기 여름 방학 때 저 책 원서를 읽느라 골머리 썩였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나니 번역서가 떡 하니 출간되더라는 슬픈 이야기.)


사회적 연결망 관련 전문가인 퍼트넘은 그 책에서 '구체적 상호관계'와 '일반적 상호관계'른 두 가지 개념을 제시했다. 쉽게 설명하자면, 구체적 상호관계는 즉각적으로 주고 받는 것이다. 친구한테 밥을 사 줬으면, 반드시 그 친구한테 한번 얻어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계가 구체적 상호관계다.


일반적 상호관계는 좀 더 범위가 넓어진다. 이건 우리 같은 언론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문화다. 선배는 후배의 '경제적인 봉'이 되는 문화. 만나는대로 후배한테 밥을 사지만, 꼭 그 후배한테 다시 얻어먹겠다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대신 "저 녀석도 선배가 되면, 또 다른 후배에게 밥을 열심히 살테지"라고 생각한다. 


(오해를 피하기 위한 첨언. 비유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 일반적 상호관계가 '일방적인 관게'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주고 받는 범위를 사회 전체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관계를 의미한다. 당연히 구체적 상호관계 보다는 한 발 앞선 관계다.)


이걸 다른 각도에서 보면 물물교환과 화폐경제의 차이 쯤으로 볼 수도 있다. (더 자세한 얘기는 퍼트넘의 책을 참고하시길. 참고로, 퍼트넘 책, 무지 무지 두껍습니다.)


페이스북이 선물 앱을 완전히 결합할 경우 SNS가 좀 더 활기를 띨 가능성이 많다는 데 100원을 건다. 이번에 카르마 인수가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모스의 선물경제론이나, 퍼트넘의 '상호관계' 개념을 들이밀지 않더라도 이건 충분히 추론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IPO 다음날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고, 그와 동시에 선물 전문 앱을 사는 마크 주커버거. 내공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