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소싱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크라우드소싱이란 제프 하우가 2006 '와이어드(Wired)' 실린 기사에서 처음 쓴 말이다. 당시 하우는 '작은 일거리를 수많은 개개인에게 아웃소싱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크라우드소싱이란 말을 썼다. 


하지만 그 뒤 크라우드소싱은 저널리즘 쪽에 넘어오면서 여러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보도 방식으로 널리 불리게 됐다. 대표적인 시민저널리즘 이론가인 제이 로젠 뉴욕대학 교수는 '어사인먼트 제로'란 크라우드 소싱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추적 60분'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프로그램을 떠올려보면 된다. 그 프로그램들은 끝날 무렵이 되면 "추적 60분은 미혼모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례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있는 분들은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문구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프로그램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드는 방식을 크라우드 소싱이라고 한다.


늘 그렇듯, 서두가 길었다. (이게 나의 치명적인 약점인듯.) 





탐사보도 사이트로 유명한 프로퍼블리카가 의료 사고로 고통받는 사례를 취재하면서 크라우드 소싱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사실 특별할 것 없다. 그런데 크라우드 소싱을 하는 방식이 다소 특별하다. 대개 해당 기자나 팀 이메일이나 트위터 계정을 활용하는 대신 아예 페이스북에 관련 페이지를 만든 때문이다. Propublica Patient Harm Community는 공개 페이지로 운영되고 있다. 누구나 여기 와서 자기 경험을 올리고, 또 다른 사람들과 토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페이지 운영자는 프로퍼블리카의 두 기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에 개설한 페이지가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중립적인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공공연히 선언하고 있다. 


프로퍼블리카 측이 밝히는 내용을 보면, Propublica Patient Harm Community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 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들은 "환자 뿐 아니라 의사, 간호사, 정부 당국자, 의료 관련 경영자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 곳에서 피해 상황 뿐 아니라 현황과 대안을 함께 논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언론사 기자들도 이 페이지에서 나온 정보를 활용해 취재 활동을 해도 무방하다고 주장한다.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니먼저널리즘 랩에 실린 기사를 참고하면 될 것 같다. 


두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형식적인 측면이다. 그 동안의 관행과 달리 자신들이 다루는 주제를 포괄할 수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오고 가는 모든 정보까지도 공개해버리겠다는 자신감이다. 언론사가 중심에 있으면서, 모든 정보를 자신들이 독점하려고 했던 기존 크라우드 소싱 전략과는 또 다른 방식이라는 점에서 프로퍼블리카의 이번 실험은 상당히 눈길을 끈다. (물론 제이 로젠 교수가 했던 크라우드 소싱 실험도 있다. 하지만 로젠 교수는 어디까지나 연구자 입장에서 한 프로젝트였다는 한계가 있다.)


두 번째는 프로퍼블리카의 철저한 변신 노력이다. 2년 여 전부터 프로퍼블리카는 새로운 언론 모델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국내에서도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한 언론 모델로 프로퍼블리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프로퍼블리카는 2년 연속 퓰리처 상을 받으면서 자신들에게 자금 지원을 해 준 많은 시민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기자들도 1년에 한 두 꼭지를 집중적으로 취재하면서 깊이 있는 탐사 보도의 진수를 선보였다.


이런 방식을 운영해 오던 프로퍼블리카가 이젠 오픈 플랫폼 역할까지 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번에 실험적으로 해 본 페이스북 페이지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엔 이 방식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기대해 볼 수도 있다.


프로퍼블리카의 이번 프로젝트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니먼저널리즘랩이 잘 지적했다. 그 부분만 옮겨와 보자. 


And that jibes with ProPublica’s larger social media strategy. At its core is the idea that journalists are not the only ones who can deliver important information, and traditional articles aren’t always the best distribution channel.


어쨌든 페이스북 페이지를 활용한 프로퍼블리카의 크라우드소싱 실험은 앞으로 주시해볼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성공할 경우엔 크라우드소싱 취재 실험의 또 다른 전범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페이지에 들어가보니 5월초 처음 개설한 것 같다. 현재까지 이 페이지 참여자는 약 280명 정도. 아직까지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정보가 쌓이게 되면 참여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 민노씨 2012.05.22 14:18

    엑스리브리스 님의 요 글이 '슬로우뉴스' 새 공부자료로 올라왔습니다. ㅎㅎ 나날이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주셔서 고맙습니다.

  • 봉경숙 2012.06.15 10:10

    크라우드소싱이라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사업화 하기가 어렵지만, 미국에는 Quirky,한국에는 Tnoto가 구체화에 성공했다고 알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