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토끼'를 비롯한 토끼 시리즈로 유명한 존 업다이크란 소설가가 있다. 지난 2009년 폐암으로 사망한 존 업다이크는 '토끼 잠들다'로 1991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작가다. 미국 현대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좌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내가 업다이크를 기억하는건 이런 화려한 이력 때문이 아니다. 두 번째 직장으로 옮기던 무렵 외신에서 업다이크란 작가가 '공동창작' 실험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일종의 소설 이어쓰기 실험이었다. 업다이크가 먼저 운을 뗀 뒤 독자들이 그 뒤 이야기를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업다이크의 실험은 당시 막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던 인터넷을 활용한 것이었다. 실험정신이 뛰어난 작가답게 새로운 매체에 걸맞은 스토리텔링 방식에 대한 고민을 직접 실험했던 셈이다.


오늘 CNN 사이트에서 흥미로운 뉴스를 하나 발견했다. 역시 퓰리처 상 수상 작가인 제니퍼 에간(Jennifer Egan)이 트위터 소설을 쓴다는 소식이었다. 제니퍼 에간의 트위터 소설 창작은 미국의 고급 문화 잡지인 '뉴요커'가 진행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이번에 에간이 집필하게 될 '블랙 박스'란 소설은 5월24일부터 6월2일까지 열흘 동안 트위터에서 선을 보이게 된다. 방식은 간단하다. 에간은 매일 저녁 8시(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9시까지 한 시간 동안 트위터에 소설을 올린다. 물론 140자 제한이라는 트위터의 특성을 감안해 한 번에 140자 이내로 글을 올리게 된다. 


작가 입장에선 소설을 집필하는 동안 독자들과 바로 소통할 수 있다. 에간 역시 이런 부분에 대해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집필을 끝낸 작품을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방식이다. 에간은 트위터 공개를 위해 원래 자신이 집필했던 작품의 길이를 반으로 줄였다. 이 작업을 하는 데만 1년이 꼬박 소요됐다고 한다. 


사실 에간의 실험이 유별난 건 아니다. 일본에선 이미 휴대폰 소설이 꽤 인기를 모으고 있다. 게다가 작가들이라면 누구나 '글쓰기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마련이다. 내가 번역했던 '하이퍼텍스트 3.0'이나 '글쓰기의 공간' 같은 책들 역시 모두 스토리텔링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는 책들이다. 


여기서 잠시 옆길로 새어나가 보자. 영문학을 공부해보면, 시간과 의식. 그리고 그런 의식의 흐름을 잡아내는 것이 중요한 모티브라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영문학의 영원한 주제인 성경과 그리스 신화, 그리고 '잃어버린 성배' 같은 것들은 논외로 하자.)


제임스 조이스나 버지니아 울프(가 한 동안 느닷없이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오른 적 있다. 지금도 불가사의다.) 같은 작가들은 3차원적인 의식을 2차원 공간에서 담아내려는 노력을 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의식의 흐름' 기법이다. 그들의 소설이 난해한 건 3차원 공간의 일을 2차원 매체에 담아낸 때문이다. '율리시스' 같은 작품도 태블릿용으로 재구성하면 좀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난 에간의 이번 실험도 같은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글쓰기 공간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하는 작가의 실험. 물론 여기에 잡지사의 기획이 곁들여지긴 했지만, 트위터로 소통하는 세대에 걸맞은 소설을 써보겠다는 작가의 실험정신이 없었다면 애초에 불가능한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물론, 난 에간의 소설을 시간 맞춰서 트위터에서 읽을 생각은 없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많은 호응을 얻을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작가 입장에선 독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한 경험은 창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완성된 작품을 트위터로 풀어내는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말이다.


어쨌든, 글쓰기 공간과 스토리텔링 방식을 조화시키는 문제는 영원한 숙제인 것 같다. 늘 쫓고 쫓기는 그 과정을 통해 문학을 비롯한 각종 글쓰기가 진화 발전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올해 초 야심적으로 선언했던 T. S 엘리엇 '황무지' 앱 읽기는 여전히 손도 못 대고 있다. 먹고 살기 바쁜 내겐 글쓰기 공간과 스토리텔링 간의 변화 발전을 추구하는 건 너무나 먼 주제인 모양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