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수정예형 미디어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러다보니, 지금 몸 담고 있는 회사가 처음 출범할 때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우리도 소수정예였다. 당시 IT 담당 기자들 중 나름 실력 있다는 기자들이 모여서 출범했다. (이 대목에서 인상 쓰는 분께 한 마디. "그래, 나는 뺀다, 빼.")


출범하자마자 우린 꽤 많은 특종 기사를 쏟아낸 기억이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2000년 4월엔가 썼던 남북 IT 협력 관련 기사였다. 그 기사가 인상적이었던 건, 바로 그날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사실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는 정부 발표를 보면서 짜릿한 경험을 맛봤다. "휴, 기사 하루만 묵혔어도…"라며 안도하기도 했다. (잘 아는 것처럼, 그 이후 김대중 대통령이 그 해 6월15일 평양 순안공항을 통해 북한을 방문하는 장면이 생중계됐다.)


생각해보라. 정부가 해방 이후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 사실을 공식 발표하는데, 그 전날 저녁 '남북 IT 협력' 관련 기사를 톱으로 썼을 때의 기분을. 그 기분 때문에 기자 생활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 


지금 돌이켜봐도, 당시 우린 열정과 꿈, 그리고 희망으로 똘똘 뭉쳤던 것 같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초기의 열정은 사라지고, 하나 둘 조직을 떠났다. 하지만 그 때 우리가 갖고 있던 열정과 맨파워라면, 적어도 IT 언론에선 전혀 뒤질 게 없었던 것 같다. 


이 대목에서 이런 질문을 한번 던져 본다. "과연 그 때 우리는 진정한 소수정예였던 걸까?"


예전 같으면 이 질문에 대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 우리가 소수정예 미디어였다"는 대답을 하진 못하겠다. 대신 "적어도 편집국 기자들은 소수정예였던 것 같다"고 좀 더 분명하게 대답할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우린 '반쪽만' 소수정예였다. 편집국 이외 다른 조직에 대해선 큰 신경을 쓰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쪽의 혁신에 대해선 잘 몰랐다. IT를 전문으로 다루면서도, 조직 전반적으로 IT 활용도가 떨어졌던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한계로 작용했던 것 같다. 


비단 이런 상황은 우리만 그런 건 아니었을 게다. 당시 출범한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기자'만 있으면 모든 게 다 되는 걸로 생각했다. 회사의 분위기도 편집국 문화가 강하게 지배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회사에서 기자 정신이 대접받지 못하는데 환멸을 느꼈던 기자들 입장에선 이런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 정말 아무 걱정없이 기사만 쓰는 되는 문화였기 때문이다. 적어도 당분간은. ^^)


혁신적인 조직이 되려면 여러 가지가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 물론 스티브 잡스처럼 강력한 카리스마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조직에 혁신 DNA를 심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넓다는 미국에서도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니 절대 지존 같은 지도자가 조직의 문제를 단 번에 해결해줄 것이란 기대는 아예 접는 게 좋다.


다시 처음의 고민으로 돌아가보자. 이런 상황에서 중소 인터넷언론사들이 혁신적인 시스템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기자들도 그렇지만, 기자 이외 직종 사람들에게 중소 인터넷언론사는 선호 대상에서 한참 뒤진다. 능력 있는 기획자, 능력 있는 개발자는 언론사를 싫어한다. 특히 중소 인터넷 언론사는 더 싫어한다. 이런 저런 일은 많은데, 정작 자신의 능력을 십분발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단순하고 반복적인 유지보수 업무만 실컷 처리하다가 나가 떨어지기 십상이다. 게다가 중소 언론사들은 높은 연봉을 주고 쓸만한 인물을 데려올 재력도 없다.


어쨌든 가면 갈수록 21세기형 언론사는 기자만으론 안 되는 조직이란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된다. 개발과 기획 분야의 맨파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쟁력을 발휘하기 힘든게 21세기 언론 지형도이다. 


10여 년 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가장 먼저 이런 문제를 고민할 것 같다. 일단 한 번 그려놓은 그림을 고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제대로 그리는게 훨씬 손이 덜 가기 때문이다.


점심 식사 후에 이런 저런 우울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곰곰 따져보니, 난 다음 주에 휴가구나. 갑자기 기분이 업~ 되는 느낌. 그러고보면 인생 참 단순한 듯. 아니면 내가 단순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