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겼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고 험난하다.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분쟁 얘기다.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은 20일(현지시간) 삼성이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모처럼 승소 판결을 안겨줬다. 헤이그법원이 이번에 인정한 특허는 '제어정보신호 전송 오류 감소를 위해 신호를 부호화하는 방법(특허 269)'. 법원은 아이폰3와 3GS, 아이폰4를 비롯해 아이패드1, 2가 삼성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외신들은 삼성이 처음으로 본안 소송에서 이긴 부분에 의미를 부여하긴 했다. 연전연패하던 팀이 한번쯤 승리한 건 어쨌든 의미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이번 승리는 상징적인 의미 이상을 부여하기는 힘들 것 같다. 무엇보다 최신 제품인 아이폰4S와 뉴아이패드는 삼성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은 것으로 판결한 때문이다. 


아이폰4S부터 퀄컴 칩 쓰면서 공세 빠져나간 애플 


애플이 최신 제품인 아이폰4S와 뉴아이패드를 만들면서 어떤 변화를 줬기에 특허 침해에 대해 면죄부를 받은 걸까? 바로 칩셋을 교체한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4와 아이패드2까지는 인텔과 인피니언의 칩셋을 이용했다. 하지만 지난 해 가을 내놓은 아이폰4S부터는 퀄컴의 스냅드래곤으로 바꿨다.


퀄컴은 삼성에 정당한 로열티를 주고 칩셋을 만들었다. 바로 그 때문에 애플은 특허권 침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퀄컴을 거치면서 삼성의 특허가 세탁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걸 특허 전문가들은 '특허가 소멸됐다'고 하는 모양이다. 


삼성의 승리를 논하기 민망한 부분은 또 있다. 소송 비용까지 떠맡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엔 삼성이 승리했다고 보도됐지만, 엄밀하게 말해 4건을 상정해서 1승 3패를 한 셈이 됐다. 종합전적으로 졌으니까, 소송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현재 추산되는 소송 비용은 약 80만 유로. 대표적인 특허 전문 사이트인 포스페이턴츠는 삼성이 이번 손해 배상을 통해 받게 될 돈이 소송 비용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 부분을 직접 옮겨보자. 


As I already said on Twitter, there's no question that Apple is ready, willing and able to pay a FRAND royalty rate. It just didn't want Samsung to win an injunction, or pay an excessive rate. Court documents say that Apple asked Samsung half a dozen times (!) to quote a FRAND rate before the 2.4% demand, which the court considered outrageous, was made. Considering the parameters and circumstances I just described, Samsung will be lucky to even recover its attorneys' fees with this. The dispute will continue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삼성은 이전에 애플 측에 2.4% 로열티를 요구했다. 하지만 애플은 이전부터 FRAND 규정을 계속 들이댔다. '2.4% 로열티'를 요구하기 이전부터. FRAND란 소위 '표준 특허'에 대해선 공정하고 합리적인 선에서' 로열티를 주고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말한다. 유럽에선 프랜드 규정을 위반하게 되면 바로 반독점 조사를 받게 된다. 그만큼 무시무시한 규정이다. 


출구전략 유리하게 끌고 나가는데 별 도움 안 될 듯 


삼성의 손해배상 전략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근거는 또 있다. 게다가 헤이그법원 역시 2.4% 로열티가 터무니없다고(outrageous) 지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애플 측이 삼성에 두둑한 로열티를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게 포스페이턴츠의 주장이다. 소송 비용에도 미치지 못할 것 같단 얘기다. 


삼성, 애플 모두 소송 비용에 크게 구애받진 않겠지만, 포스페이턴츠의 전망이 사실이라면 삼성 입장에서도 참 민망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돈보다 더 큰 곳에 관심이 있는 데도 배상 규모가 왜 중요한 걸까? 그건 삼성의 출구전략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 입장에선 이기더라도 큰 타격을 가해야 출구 전략을 좀 더 유리하게 끌고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생명 다된 구모델에 한해 로열티를 받게 된 상황이니, 그다지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다고 봐야 한다. 진 것 보다야 백배 낫겠지만, 연패 탈출이란 상징적 의미 외에는 큰 성과가 없다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