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자 노릇을 하다보면 한계에 부닥칠 적이 적지 않다. 주로 전문성 때문이다. 이 분야 전문가도 아니면서, 이런 저런 지적을 하는 게 과연 타당한 것일까, 라는 고민이 들 적도 있다. 


사실 기자 초년 시절부터 이런 고민을 좀 했다. 과연 기자는 전문직인가? 아니면 상식 수준의 정보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인가? 우리나라엔 기자들의 전문성이 왜 떨어지는 걸까? 


(여기서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 마디. 글을 쓰다보면, 본의 아니게 나를 포장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평소에 나와 얘기를 못해 본 사람들은 내가 굉장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을 거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오해를 피하기 위해 분명히 한 마디 하자면, 그냥 그 때 계기가 되어서 몇몇 선배들과 그런 문제를 놓고 잠시 토론을 한 적 있었단 얘기다.)


오늘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 프레시안에 실린 김성근 감독 인터뷰 기사 때문이다. 김성근 "SK 이미지를 망친 것은 내가 아니었다" 란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였다. 전체적인 톤은 주로 SK 팀에 대한 강한 비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의 다음과 같은 발언이 내 눈에 확 들어왔다. 


평론가들이 하는 말도 흘러가는 말이 많아요. 그렇지? 매스컴들도. 정확히 지적을 하지 못하고. 그리고 지금 보면 기자들이 평론을 하는데, 그 자체가 틀려먹은 거라고. 기자가 과연 전문가인가? 야구의 깊은 내용을 아는가? 그 기자들의 평을 독자들이 보고 야구를 판단하는데, 기자들이 캐치볼은 해봤는가? 캐처(포수)가 어떻게 판단하고 배합하고 사인하는지를 아는가?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평을 하고, 그런 사람이 텔레비전 나와서 뭐라고 그러는데, 그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야. 우리나라 자체가 자꾸 그렇게 흘러가는 거야. 그렇지?

이 피처(투수)하고 타자의 승부를 기자들이 아나? 그런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겠냐고. 그런데 수비야구를 한다, 공격야구를 한다, 어쩌고 하는데, 공격야구의 에버리지(평균)를 뽑아보면 어떻게 돼있는지, 그것을 가지고 얼마나 손해보고 있는지 따지고 들어가야지. 스트라이크와 볼에 각각 얼마나 손대고 있는지 따지고 들어가야지. 깊은 곳에 들어가서 공격야구라는 것의 플러스-마이너스를 따지고 들어가야지. 무조건 초구를 치면 공격야구인줄 알아. 


현장에서 뛰는 기자들은 김성근 감독의 저 말을 듣고 상당히 분개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자들의 아픈 곳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가끔 기자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모 감독은 인터뷰할 때 굉장히 퉁명스럽다고 한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질문을 왜 하세요?"란 투로 대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난,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감독이 이해가 될 적이 많다. 생각해보라. 심각하게 경기 준비하는데, 뻔한 질문 해대면 얼마나 짜증이 나겠는가? 저런 대꾸 속엔 "기자가 공부 좀 하면 안 되나?"란 불만이 담겨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남의 영역이라고 쉽게 얘기하는 지도 모르겠다. 나도 솔직히 우리나라 스포츠 저널리즘에 대해선 불만이 많다. 네이버에서 일본 키무라 기자의 칼럼을 읽을 때마다 탁월한 분석 능력과 식견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지난 해 LG와 넥센이 2대 2 트레이드를 한 적 있다. 넥센이 송신영+김성현을 LG에 내주고, 박병호+심수창을 받는 트레이드였다. 


당시 기자들은 예외 없이 넥센이 또 다시 선수 팔아먹기를 하고 있다는 식으로 썼다. "넥센이 시즌을 포기하는가?"란 기사도 적지 않았다. 단 한 명도, "이 시점에서 왜 저런 트레이드를 했을까?"란 물음을 제기하는 기자가 없었다. 당시 난 이런 기사에 대한 불만을 담아 IT 기자가 본 LG-넥센 트레이드 손익 계산서란 글을 쓴 적 있다.


(물론 지금 시점에서 보면 넥센이 훨씬 득을 봤다. 잘 아는 것처럼 김성현은 승부 조작으로 사실상 선수 생활이 끝났고, 송신영은 FA로 한화로 갔다. 반면 박병호는 넥센의 4번 타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당시엔 LG 쪽으로 기운다고 볼 수 있는 트레이드였다.) 


이런 원초적인 전문성 부족이야 기자들의 자질 문제이니 논외로 하자. 김성근 감독이 제기한 문제는 조금 다르다. 


캐치볼 한 번 못해 본 기자가, 평론하듯 기사를 써서야 되겠느냐는 얘기였다. 아마도 뭣도 모르는 기자가 감 놔라 배놔라 하는 식으로 기사를 쓰는 것이 불편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나도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도 김성근 감독이 지적한 기자의 범주에 포함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난, IT에 대해 잘 모른다. 스마트폰 시장 얘기를 하면서도, 간단한 스마트폰 작동 원리에 대해서도 모른다. 물론 통신시장을 지탱하는 각종 이론적 기반이라든가, 다양한 담론들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이런 전문성은 굉장히 떨어지는 편이다. 그건 솔직히 인정해야만 한다. 


여기서 질문을 한번 던져보자. 과연 기자는 어디까지 전문성을 쌓아야 하는 걸까? 


김성근 감독 지적대로라면, 야구 기자들은 평론성 글은 쓰지도 말아야 한다. 물론 야구 해설을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포수의 미세한 근육 움직임을 보고, 사인을 간파해내는 프로들의 세계의 속사정을 모르는 기자들이 이러쿵 저러쿵 말을 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 걸까? 그런 전문성만이 필요한 걸까?


초창기 기자의 전문성 부족에 대한 고민에 빠졌을 때 내가 내린 결론이 있다. "기자들만큼 일반인의 언어로,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주는 사람도 드물다." 


김성근 감독 역시 기자들이 좀 더 전문성을 가지라는 의미로 그런 얘기를 했을 것으로 믿는다. 그게 아니라, 저 말 그대로 "야구 한 번 못 해 본 기자들이 감히..."란 의미라면, 그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결론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도대체 기자들은 어디까지 전문성을 가져야 하는 걸까? 그 분야 최고 전문가 수준? 예를 들면 일본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꼽히는 다치바나 다카시 정도? 하지만 일본에서도 다치바나 다카시는 한 명 밖에 없다.


에이 골치 아프다. 그리고 졸린다. 여기서 횡설수설 끝. 쩝. 질문은 거창하게 시작했는데, 뻔한 얘기로 마무리하고 말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