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큐레이션이 대세는 대세인 모양이다. 뉴욕타임스가 대표적인 아이패드 앱인 플립보드와 콘텐츠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뉴욕타임스가 25일 공식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번 콘텐츠 제휴는 오는 28일부터 본격 시작된다.


따라서 그 때부터 뉴욕타임스 구독자들은 플립보드에서 뉴욕타임스가 제공하는 모든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물론 뉴욕타임스 구독자가 아닐 경우엔 지금처럼 일부 콘텐츠만 볼 수 있다. 참고로 뉴욕타임스는 지난 해 3월부터 사이트 전면 유료화를 단행했다. 초기엔 매달 20개씩 공짜로 볼 수 있게 했지만, 올 들어선 공짜 콘텐츠 갯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부분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 천하의 뉴욕타임스가 서드파티 앱을 통해 자신들의 모든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왜?"라는 질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뉴욕타임스는 독자들에 대한 의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자체 조사 결과 구독자 중 20% 가량이 플립보드 같은 서드파티를 통해 자사 기사를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러니 기사 제공 채널을 확대하는 것은 독자에 대한 당연한 의무란 것이 뉴욕타임스의 설명이다.


물론 언론사가 땅 파 먹고 장사하는 집단은 아니다. 당연히 콘텐츠 제휴 모델엔 수익 모델이 포함되게 마련이다. 뉴욕타임스는 플립보드 기사 사이에 전면 광고를 끼워넣을 계획이다. 이렇게 생긴 광고 수익은 플립보드와 나누게 된다.


자, 여기까지가 공개된 팩트이다. 그럼 이번 제휴가 두 회사엔 어떤 이득을 가져다줄까? 플립보드와 뉴욕타임스 측면에서 이번 제휴의 득실을 한번 살펴보자.  


1. 실속 챙긴 플립보드 


플립보드 입장에선 뉴욕타임스 가세가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잘 아는 것처럼 플립보드는 2010년 아이패드용 앱으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넷스케이프에서 활약했던 마이크 맥큐와 애플에서 아이폰 작업을 했던 엔지니어 출신 에반 돌이 공동 설립한 회사다. 나오자마자 그 해 애플 측으로부터 최고 앱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개인적으론 플립보드보다는 CNN에 인수된 자이트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언론사 파트너도 적지 않다. ABC뉴스, USA투데이, 와이어드, 배너티 페어 같은 유력 매체들이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뉴욕타임스까지 모든 콘텐츠를 제공해주기로 함에 따라 플립보드의 위세가 상당히 강해지게 생겼다. 뉴욕타임스 독자들을 플립보드 이용자로 끌어들이는 효과도 있다. 


마이크 맥큐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제휴는 우리에겐 엄청난 일"이라고 한 건 충분히 공감할만한 부분이 있다. 하긴, 뉴욕타임스의 프리미엄 콘텐츠까지 보여줄 수 있게 됐으니, 그것만 해도 엄청난 상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독자들이 기사를 보는 방식도 달라질 전망이다. 그 동안은 뉴욕타임스의 각종 사진이나 양방향 그래픽 같은 것들을 가져오지 못했다. 링크를 누르면 별도 창을 띄워서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앞으론 플립보드에서 뉴욕타임스 기사를 사이트에 있는 것과 똑 같은 모양으로 볼 수도 있게 됐다. 말 그대로 'NYT 에브리훼어'의 수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2. 채널 확장한 뉴욕타임스, 효과는?


앞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이번 콘텐츠 제휴는 'NYT Everywhere' 전략의 일환이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사 기사를 유통시키겠다는 뉴욕타임스의 야심이 그대로 녹아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플립보드식 광고 모델을 통해 추가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그 동안 뉴욕타임스 디지털 버전 기사를 읽으려면 웹 사이트를 방문하거나, 아이폰 및 안드로이드 앱을 이용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제 플립보드까지 채널이 확장하게 됐다. 최근 이용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뉴욕타임스 입장에선 상당한 성과를 기대함직하다. 


하지만 이번 제휴가 과연 'NYT Everywhere' 측면에서 부가적인 효과를 얼마나 가져다 줄 지는 미지수다. 올싱스디지털 지적처럼 그 동안 뉴욕타임스 독자들은 이미 아이폰을 비롯한 다양한 기기들을 통해 뉴욕타임스 기사를 접해왔기 때문이다. 플립보드가 뉴욕타임스의 기존 앱들과 크게 다르진 않기 때문이다. 구독자 입장에선 플립보드 한 곳에서 모든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정도의 편리함을 빼면 사실 큰 차이는 없을 듯 하다. (물론 이게 크다면 큰 차이이긴 할테지만)


그럼 뉴욕타임스를 구독하지 않는 독자들은 어떨까? 일단 이들은 뉴욕타임스가 공짜로 제공하는 콘텐츠만을 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의 paywall이 플립보드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의 유료화 전략이 '트래픽'과 '구독료 수입'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플립보드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사 콘텐츠를 맛뵈기로 보여주면서 구독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뉴욕타임스는 'Everywhere' 전략보다는 '마케팅 채널 확충'이란 부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플립보드를 활용한 광고 영업 역시 뉴욕타임스에는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다. 


3. 혹시 플립보드 인수를 염두에 둔 건 아닐까?


이번 콘텐츠 제휴 소식을 들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전통 언론들 중에서 가장 소셜 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페이스북 페이지 팬 수가 220만 명에 달할 정도다. 발행부수의 150%는 족히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미국의 다른 매체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팬 수가 발행 부수의 20%를 밑돌고 있다.)


누군가는 이번 제휴를 "허핑턴포스트에 추월당한 뉴욕타임스가 소셜 미디어에 눈을 돌렸다"는 쪽으로 해석하는 것 같던데,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말씀이다. 


솔직히 지난 해 허핑턴포스트가 뉴욕타임스 트래픽을 앞질렀다는 기사를 보면서 고소를 금치 못했다. 심지어 보고서에도 그런 인용이 포함되는 걸 보면서 참 웃긴다는 생각을 했다. 





한번 생각을 해보시라. 뉴욕타임스가 지난 해 3월 사이트 전면 유료화를 단행했으니, 2분기 들어 허핑턴포스트에 추월당하는 건 당연하다. 추월 안 당하는 게 오히려 뉴스 아닌가? 


솔직히 나도 뉴욕타임스의 소셜 전략에 대해선 잘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대형 언론사처럼 소셜 미디어 활용이 서툴 것이란 생각은 아예 접어두는 게 좋다. 벌써 몇 년 전에 소셜 데스크 제도를 두면서 소셜 전략을 수행해 올 정도로 상당한 내공을 쌓아왔다.


그래서 문득 든 생각이 바로 인수다.  CNN이 자이트를 인수한 것처럼 뉴욕타임스도 혹시 플립보드 인수를 염두에 둔 건 아닐까? (플립보드-자이트가 미디어의 미래 모습일까? 참고.)


물론 플립보드와 자이트는 규모나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크다. 캐나다의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에서 프로젝트로 시작한 자이트와 달리 플립보드 창업자들은 실리콘밸리에서 내공을 쌓은 비즈니스 맨들이다. 가격이나 여러 가지 측면을 생각하면 녹록한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웬지 뉴욕타임스가 플립보드 인수에 상당한 관심을 보일 것 같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아, 물론 이건 그냥 내가 감으로 얘기한 거니,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시길. ^^ (너무 허무하게 끝을 맺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