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어떤 것이 옳은 방식일까?


뉴욕타임스가 플립보드와 콘텐츠 제휴를 하기로 한 바로 다음 날 뉴요커와 와이어드는 플리보드와의 제휴 관계를 끊기로 했다. 


한 쪽은 플립보드 같은 서드파티 앱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또 다른 쪽은 자기만의 'walled garden'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당연히 상반된 양쪽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외신들도 이 부분에 대해선 조심스런 접근 방식을 보이고 있다. 기가옴이 뉴욕타임스의 행보에 힘을 싣는 기사를 게재한 반면, 매셔블은 플립보드의 전략에 적잖은 차질이 빚어질 것 같다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옛 후배 둘이 열심히 운영하고 있는 테크잇은 매셔블 쪽에 가까운 글을 올렸다. 마지막 부분을 조금 인용하면 이렇다. 


매셔블 기사를 보면 플립보드가 뉴스에 있어서는 포털을 꿈꾸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디어들과는 어느정도 헤게모니 싸움을 벌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디어 입장에서 수익적으로 얻는게 많지 않다면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들이 나올 것 같다. 개인적으로 써본 입장에서 플립보드는 미디어들이 최적화된 콘텐츠를 주지 않아도 다양한 뉴스를 편하게 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도 든다. 플립보드나 포털 사이트 뉴스 서비스 모바일판의 힘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뉴욕타임스와 뉴요커는 왜 다른 길을 택했을까 


그런데 내가 보기엔 뉴욕타임스와 뉴요커(편의상 뉴요커만 쓰자. 그래자 운율이 잘 맞으니. ^^)의 행보는 그리 달라보이지는 않는다. 결국은 플립보드 같은 서드파티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부분이 초점이 될 수밖에 없으며, 그런 측면에서 한 쪽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일 뿐이고, 다른 쪽은 그렇지 않았을 따름이다.


우선 뉴요커가 플립보드와 결별한 까닭을 살펴보자.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자사 사이트에 있는 배너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플립보드에 최적화된 형태로 콘텐츠를 보여주는 현재와 같은 제휴 방식으론 그게 불가능하다. 배너 광고 대신 그냥 중간 중간에 전면 광고 형태를 끼워넣는 방식을 이용해야만 한다. 이건 국내에서도 포털과 공방을 벌인 적 있는 이슈다. 포털에 콘텐츠를 제공할 때 언론사 페이지에 있는 광고도 함께 보여주는 문제를 놓고 양측이 논란을 벌인 적 있다. 물론 포털 쪽이 허용할 리 만무하다. 


두번째는 좀 더 근본적인 이유다. 플립보드가 콘텐츠 유통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자칫하면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생긴 것이다. 이 부분 역시 국내 언론사들이 절감하고 있는 이슈다. 단, 국내 언론사들은 포털에 주도권이 넘어가고 난 뒤 다시 판을 바꾸려 했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그럼 뉴욕타임스는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던 걸까? 당연히 생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플립보드와 손을 잡았을까?


우선 첫번째 부분은 뉴욕타임스 쪽의 입장이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잘 아는 것처럼 뉴욕타임스 디지털 전략의 주 수익 모델은 더 이상 '배너 광고' 중심 구도가 아니다. 지난 해부터 공을 들이고 있는 유료 전략을 좀 더 확대하는 쪽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굳이 자기 사이트로 모든 독자들을 끌어모으지 않아도 된다. 


이 대목에서 뉴욕타임스는 한 가지 얻어낸 부분이 있다. 바로 유료화 전략의 원형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 부분은 플립보드가 상당히 양보했다고 봐도 된다. 그러니 뉴욕타임스 입장에선 배너 광고 수익 문제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닌 셈이다.


자, 그럼 두 번째 이유는 어떨까? 이건 사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뉴욕타임스 쪽의 공식 입장은 "독자들의 뉴스 수용 방식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현실을 인정하고, 플립보드 같은 서드파티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게 더 낫다는 쪽이다. 


여기서 잠시 지난 해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를 떠올려보자.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25대 뉴스 사이트를 매달 10번 이상 고정적으로 방문한다고 응답한 독자 비중이 7%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방문한다고 응답한 독자 비중은 65%에 달했다. 이쯤 되면 개별 뉴스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결국 뉴욕타임스는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는 쪽을 택한 셈이다. 반면 뉴요커나 와이어드는 여전히 자신들의 고품격 콘텐츠는 자기네 사이트에 와서 봐야한다는 쪽인 셈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뉴요커가 플립보드와 제휴를 끊는다고 해서 플립보드에서 콘텐츠를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플립보드에 최적화된 형태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 뿐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그냥 네이버에 기사 공급하던 것을 뉴스캐스트 방식으로 바꿨다고 보면 된다.)


뉴스 배포 경로 둘러싼 철학적 논쟁 본격화되나 


기가옴이 뉴욕타임스와 뉴요커 사례를 비교하면서 신문들이 뉴스 콘텐츠 배포 문제와 관련해 문화적, 철학적인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한 것은 정확한 진단인 것 같다. 당연한 얘기지만, 현재로선 어느 쪽 전략이 옳은 지를 판단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런 측면에선 플립보드도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매셔블에 따르면 플립보드가 지향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네이버와 비슷한 모델인 것 같다. 뉴스를 보는 관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플립보드의 전략은 '규모의 경제'가 제대로 작동해야만 가능한 모델이다. 뉴요커나 와이어드처럼 (주도권 문제든, 수익 배분 문제든 간에) 불만을 품고 이탈하기 시작할 경우엔 영향력이 급격하게 감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플립보드 역시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워나가기 위해선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매셔블의 지적처럼, 차별화된 광고 모델을 선보이든, 아니면 뉴욕타임스의 유료 모델을 그대로 수용한 것처럼 언론사들의 전략을 훼손하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이래 저래 미디어 시장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기술 쪽에 밝은 CEO를 찾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에 좀 더 잘 대처하자는 의도일 것이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서, 어쩔 수 없이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한국의 인터넷 저널리즘 환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