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IT 기사에서 삼성과 애플은 양극단에 자리잡고 있는 기업이다. 그러다 보니 기사 논조도 극도로 상반된다. 한쪽은 지나치게 우호적으로, 또 한 쪽은 지나치게 까는(?) 논조가 문제가 된다. 엄밀하게 따지면 사실 두 가지는 결국 같은 연원을 갖고 있는 문제다.


저런 현상은 일정 부분 어쩔 수 없다. 한국 기업이란 '명분'에다 최대 광고주라는 '실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나도 기사를 쓸 때 손이 오글거린다. 


하지만, 비판할 때 비판하더라도 팩트까지 엉터리로 쓰면 안 된다. 제대로 된 외신 기자라면 미묘한 뉘앙스도 가급적 그대로 전해줄 필요가 있다. 기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한쪽으로 기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일단 선택한 기사를 다른 톤으로 바꿔버리는 건 상도의가 아니다.


자, 그럼 오늘 발견한 기사 얘기를 한번 해보자. 애플 직원들, 헤드헌터 찾는 이유가… 란 기사였다. 비즈니스인사이더를 인용한 걸로 돼 있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그 동안 낮은 연봉과 엄청난 업무 강도에도 묵묵히 버티던 애플 직원들이 요즘 들어 헤드헌터 회사를 부쩍 많이 찾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더 이상 회가 자신들에게 혁신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애플 직원들이 이력서를 제출하는 일이 이전 보다 두배는 늘었다"는 부분까지 있었다. 애플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있었다. 


읽는 순간 좀 이상했다. 내가 주목한 건 크게 세 가지 부분이었다. 


1. 회사가 자신들에게 혁신을 주지 못한다 

물론 회사가 혁신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할 때 떠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알기론 극소수 능력 있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사에 남아 있는 이유를 혁신에서 찾지는 않는다.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나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정당한 보상, 등이 주된 요인이다. 


2. 이력서 제출하는 일이 두 배는 늘었다는 부분

직접 멘트로 나왔는데, 헤드헌터에 이력서 제출하는 게 두 배로 늘었다는 자체가 좀 이상했다. 이걸 어떻게 집계하지? 란 생각이 우선 든 때문이다. 물론 인터뷰한 사람이 자기네 헤드헌터 회사 사례만 얘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원 기사를 쓴) 기자가 저런 식으로 직접 인용 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3. 애플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잡스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건지, 아니면 팀 쿡이 제대로 못한다는 건지 궁금했다. 


그래서 일 삼아 비즈니스인사이더 기사를 살펴봤다. Apple Employees Are Sending Out Resumes Like Never Before 란 제목이었다. 이전보다는 이력서는 훨씬 많이 제출하고 있다는 뉘앙스였다. 





1. 애플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부분


원 기사엔 애플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없었다. 그나마 비슷한 게 "Apple culture has started to change with the new leadership on top."란 부분이었다.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오면서 애플문화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 부분 외에는 그 어디에도 애플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내용은 없었다. 만약 그렇다면 저 부분을 오역했을 가능성이 있다. 


번역 기사는 또 "외신엔 한 달 전부터 애플이 혁신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고 쓰고 있다. 이것도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가 안 됐다. 한 달 전에 무슨 일이 있었지? 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부분도 찾아봤다.


A month ago, top Apple reporter/analyst John Gruber of Daring Fireball said that retention has become "the single biggest problem that Apple faces, and almost nobody is talking about."


한 달 전에 애플 전문 기자/애널리스트인 존 그루버가 한 얘기를 인용하는 것이었다. "그 누구도 얘기하진 않지만, 애플이 직면한 최대 문제는 직원들을 눌러 앉히는 것"이란 정도 의미다.


그런데 번역 기사는 이 부분을 이렇게 표현했다. 


존 그루버 애플 담당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가장 큰 문제에 직면했으나 누구도 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을 눌러 앉히는 게 가장 큰 문제'란 부분이 '애플이 가장 큰 문제에 직면했다'고 바뀌어버린 것이다. 


2. 애플 직원들이 이직을 고려하는 이유  


After speaking with some of these job-seekers, this source says the cause for the increase is two-fold: startups are paying more and "Apple culture has started to change with the new leadership on top."


번역 기사에선 혁신 부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원 기사에선 크게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1) 스타트업들이 보수를 더 많이 주기 때문 2) (팀 쿡 체제 이후) 애플 문화가 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 


그리고 이런 내용도 있었다. 


Gruber says: "The consensus among the people I’ve spoken to is that this is in no way a "rats leaving a sinking ship" scenario, but rather the inevitable churn of talented people capitalizing on the success of the company."


아직까지 애플에선 "난파하는 배에서 쥐들이 탈출하는 것 같은 상황'은 아니다는 내용이다. 단지 재능 있는 인물들 사이에선 회사의 성공에 합당한 대가를 받고자 하는 욕구는 있다는 정도. 게다가 원 기사엔 이런 부분까지 있었다.


Reached via email, Gruber says that in the month or so since he sounded the alarm, departures from Apple have not "accelerated. "But it hasn’t slowed down either."


놀랍게도 애플에서 떠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이다. 물론 줄고 있지도 않다는 단서가 있긴 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혁신 없는 회사는 더 이상 희망이 없으니 떠나자는 내용은 아니란 얘기다. 


3. 이력서 제출이 두 배로 늘었다는 부분 


도대체 이력서 제출이 두 배로 늘었다는 건 어디에서 따 온 얘기일까 궁금했다. 혹시 아랫 부분에서 'two-fold'를 잘못 해석한 것 아니었을까? 물론 아닐 것으로 믿는다. 그런데 그 부분 외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This source says the cause for the increase is two-fold: startups are paying more and "Apple culture has started to change with the new leadership on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