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 가장 많은 기대를 나타낸 건 잡지들이었다. '와이어드'를 비롯한 전위적인 잡지들은 경쟁적으로 혁신적인 콘텐츠를 쏟아내면서 독자들을 현혹시켰다. 일부에선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예언자일보' 같은 현란한 유저 인터페이스(UI)를 거론하면서 잡지 혁명을 기대했다.


그로부터 3년 여가 지난 지금. 태블릿은 잡지들의 구세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 때 반짝 화제를 모았던 와이어드는, 대표 태블릿 매거진으로 자리잡는 데 실패했다. 루퍼트 머독이 야심적으로 시작했던 더데일리 역시 투자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결국 폐간됐다. 


태블릿 잡지가 왜 생각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는 걸까?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당연히 수익 모델이다. 동영상을 비롯한 현란한 편집으로 시선을 끄는 덴 성공했지만, 투자에 걸맞은 수익 모델을 발굴해내지 못했다.

현란한 편집 역시 강점만은 아니었다. 지나치게 현란한 잡지를 만들 경우 용량이 커져버리기 때문이다. 32GB 저장용량 제품이 주류를 이루는 태블릿 시장에서 한 호당 1GB에 육박할 정도로 무겁게 만드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앱의 폐쇄적 생태계?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앱의 폐쇄성이다. 이는 이미 2년 전 퓨리서치센터가 한 차례 지적한 부분이기도 하다. (난 당시 그 내용을 갖고 '태블릿은 과연 디지털 뉴스의 구세주일까?'란 글을 썼다.) 


오늘 기가옴에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태블릿 잡지는 왜 실패했는가(Why tablet magazines are a failure) 란 의미 심장한 제목을 단 기사다. 


기가옴의 지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가옴은 우선 닐슨과 플러리 자료를 인용해서 앱 기반 생태계의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준다. 우선 닐슨 자료에 따르면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하루 평균 41개의 앱을 깐다. 하지만 이 중 실제로 열어보는 건 5분의 1이 채 안 된다. 모바일 전문 조사업체인 플러리에 따르면 하루에 열어보는 앱은 평균 8개 내외다.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여러분들도 한번 꼼꼼히 따져보시라. 열어보는 앱은 대부분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이거나, 게임 관련 앱들이다. 잡지 앱을 열어서 꼼꼼하게 읽는 비중은 굉장히 낮다고 봐야 한다. 일단 선택되기도 힘들지만 선택되더라도 제대로 읽히는 경우가 극히 드물단 추론이 가능하다.


두 번째 이유 역시 앱 생태계의 폐쇄성과 관계가 있다. 검색이나 SNS에서 곧바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플립보드나 자이트 같은 큐레이션 앱들도 태블릿 잡지 안에 들어가 있는 콘텐츠를 연결해줄 방법은 없다. 그러다 보니 태블릿 매거진들은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가옴은 디자인도 태블릿 매거진의 약점으로 꼽았다. 종이 잡지에서 그토록 현란해 보였던 디자인이 막상 아이패드에서 볼 땐 그다지 단조로운 느낌마저 들었단 것이다. 


기가옴이 미국 미디어감사연합(AAM) 자료를 인용해서 소개하는 태블릿 잡지의 실상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가장 잘 팔리는 25대 태블릿 잡지를 살펴본 결과 전체 잡지 구독에서 태블릿 구독이 차지하는 비중이 12% 수준에 머물렀다. 태블릿의 장점을 잘 살릴 것으로 기대했던 와이어드가 평균인 12%에 머물렀고, 또 다른 명품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4%에 불과했다. 


씨넷코리아 황치규 기자는 기가옴의 견해에 공감을 나타냈다. 결국 앱의 폐쇄된 환경이 문제란 얘기다. "아무리 콘텐츠가 좋더라도 웹과의 고립은 사용자들이 원하는 방향은 아닌 것 같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나 역시 대체로 동의한다.


과연 그게 앱 만의 문제일까? 


하지만 난 이 문제를 좀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고 싶다. 이건 태블릿 잡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웹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매체가 만들어내는 콘텐츠만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오픈 플랫폼이란게, 단순히 구두선으로 그칠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참고로, 1990년대 말만 해도 중앙일보나 조선일보 사이트의 독자 유인력은 엄청났다. 당시 조선 쪽에 근무했던 난, 아침에 출근하면 엄청난 댓글 공세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태블릿 매거진 중에서도 플립보드나 자이트 같은 것들은 엄청난 각광을 받고 있다. 내가 감탄을 금치 못한 서카(Circa) 역시 위키피디아 식 뉴스 표출 방식에 힘입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역시 예전에 썼던 플립보드-자이트가 미디어의 미래 모습일까? 그리고 Circa와 모바일 뉴스의 새로운 지평을 참고하시라.)


결국 태블릿 매거진이 생각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는 건, 표면적으론 앱 생태계의 폐쇄성 때문이지만, 곰곰 따져보면 미디어 소비 행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도달한다. 굳이 구분하자면, 기가옴 기자가 진단한 것과 병명은 같지만, 병의 원인(혹은 감염 경로)는 다르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