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논문을 약 400매 가량 썼다. 3주 가량 걸린 것 같다. (분량으로 치면 절반 정도 쓴 셈이다.) 풀타임 직장인으로 복귀하기 전에 예심 원고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 때문에 '논문에 대한 예의'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그 점, 아쉽고 또 아쉽다.

난 글을 쓰는 방법이 참 독특한 편이다. 우선 속도는 무지 빠르다. 최근에 쓴 <웹2.0 시대의 온라인 미디어>나 <블로그 파워> 같은 것들은 길게 잡아 두 달, 짧게는 한 달 반 정도 걸린 듯하다.

하지만 글을 쓰는 방식은 내가 생각해도 영 '꽝'이다. 처음 책을 쓰기 시작할 땐 전체 설계도는 없다. 개략적인 구상만 머리 속에 들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쓰면서 마구 살을 붙여 나간다. 그러면서 '모양'을 만들어나간다.

또 하나. 난 자료 정리를 잘 못한다. 주변에선 책 쓰느라 자료 정리해놓은 것 있으면 좀 달라고 하는데, 주기 싫어서가 아니라, 정말 모아놓은 자료가 없다. 그 때 그 때 필요한 자료를 찾아다닌다.

이번에 논문을 쓰면서도 이런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제대로 방향도 잡지 못한 채 글을 쓰기 시작해서, 400매까지 와 버렸다. 이제야 조금씩 방향이 잡히는 듯 마는 듯 하지만. ^.^

그래서 난 늘 나의 치밀하지 못한 성격을 탓하곤 했는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불후의 명작'을 남기겠다는 야심은 버린 지 오래됐다. 이젠 그냥 통과만되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바뀌어버렸다.

요즘 내가 글쓰는 방식이 왜 이 모양일까, 란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멀티태스킹의 역효과'다. 최근 7. 8 년 이내에 뭔가 한 가지에 집중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늘 두 세 가지 일을 한꺼번에 달고 다녔고, 그러다보니 늘 정신적으로 쫓기는 상태였다.

이번 박사 논문은 아마 더할 것 같다. 이제 다음주부터 '풀 타임 직장인'으로 다시 복귀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생각같아선 더 '버티고' 싶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못했다. 벌써부터 후회하는 걸 보면, 이게 썩 잘 내린 결정은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