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피로 논문 일기 2007.06.03 16:14
인자께서 가라사대, 사람은 하루에 두번 피로하게 되느니라. 정오와 황혼에 각각 그러하니, 황혼의 피로는 밤의 휴식이 약속돼 있지만 정오의 피로는 그것조차 없어 다만 서글플 뿐이니라. 너희 삶 또한 그러하리라.
                                                      이문열 <젊은 날의 초상> 중에서
이문열의 초기 대표작 중 하나인 <젊은 날의 초상>은, 내 젊은 나이에 많이 감동했던 소설이다. 다소간의 감정 과잉이 곳곳에 눈에 띄었던 그 소설은, 바로 그랬기 때문에 '감정 과잉'이었던 내 청년기의 감수성과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그 소설에서 눈에 띈 것 중 하나가 바로 '정오의 피로'다. '밤의 휴식조차 기대할 수 없는 피로.' 그것이 바로 정오의 피로다.

요즘 내가 느끼는 감정이 바로 '정오의 피로'다. 도대체 끝이 보이질 않는다. 일, 논문, 그리고 번역. 모든 게 내겐 버겁기만 하다. 언제쯤 끝낼 수 있을까, 란 질문조차, 내겐 성가시다. 당분간 박사 논문 생각을 접어두기로 했는 데, 그 빈틈을 <하이퍼텍스트 3.0> 번역 작업이 비집고 들어와 버렸다.

최근 내 주변에서 벌어진 이런 저런 사건들도 '정오의 피로'를 더해준 소품들이다. 빨리 '정오의 피로'에서 벗어나야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