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품의 기술적인 복제 가능성의 시대에서 위축되는 것, 그것은 예술작품의 아우라이다."

발터 벤야민이 쓴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이란 글이 있다. 사진 기술의 발달과 함께 예술작품에 스며 있던 아우라가 사라졌다는 선언으로 유명한 이 소논문은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한층 더 많이 인용되고 있다. 그만큼 아우라가 살아 있는 논문인 셈이다.

이쯤 얘기하면 이 글 제목을 왜 '기술복제 시대의 저널리즘'이라고 붙였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지금 우리 저널리즘이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된 데는 크게 두 가지 계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지금부터 하는 주장은 전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그냥 감각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메일 보도자료, 그리고 포털이 몰고 온 변화 


내가 처음 기자생활 시작할 땐 보도자료를 주로 팩스로 받았다. 홍보실 사람들이 직접 들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 기자들은 팩스나 다른 경로로 전달받은 보도자료를 원고지에 옮겨 적었다. 굳이 원본(?) 그대로 옮겨 적을 유혹을 덜 받았다.

그런데 이메일 보급이 확산되면서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내 기억으론, 1990년대말부터 기자 이름 뒤에 이메일을 표기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난 디지틀조선일보에서 '굿모닝 디지털' 편집팀에 소속돼 일하고 있었다. 내가 기억하기론 국내에서 최초로 기자 이름에 이메일을 명기한 건 굿모닝 디지털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 보도자료도 대부분 이메일 첨부파일 형태로 받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신문 기사의 70% 가량을 점유하는 보도자료 기사 쓰기가 조금 달라졌을 것이란 추정을 한다. '기술 복제'가 가능해진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순전히 내 개인적인 추론이다. 한번 상상해보라. 팩스를 옆에 놓고, 읽어가면서 원고지에 옮겨 적는 거랑, 이메일 첨부파일을 내려받은 뒤 카피한 다음, 그걸 토대로 기사를 쓰는 것을. 꼭 베껴 적으려고 작정하지 않더라도 자신 만의 아우라를 만들려는 생각은 아무래도 덜 하게 된다. 보도자료를 토대로 한 기사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2000년대 중반 이후 포털이 뉴스 플랫폼으로 대두되면서 상황이 좀 더 복잡해졌다. 속보에 대한 강박 관념이 좀 더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다 인터넷 뉴스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젠 '복제 가능성'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단독 보도 같은 것들도 금방 복제가 된다. 경우에 따라선 타사 단독 보도를 살짝 갈무리한 기사들이 더 많은 조명을 받기도 한다. 


실종된 상도의 역시 아우라 상실의 또 다른 원인 


아우라가 상실된 원인은 기자 사회 내부에도 존재한다. 경쟁사의 특종이나 단독 기사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 '형편 무인지경 상도의'가 바로 그것이다. 

무슨 얘기냐고? 하다 못해 미국 뉴스 사이트를 일주일만 들여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미국 언론들은 타사 특종 기사에 대해선 철저하게 인용 보도해준다. 제목에 반드시 'report'란 단어를 붙여준다. 당연한 얘기지만, 인용 보도할 경우엔 '아우라 있는 원본 기사'를 반드시 링크해준다. 이렇게 함으로써 '기술복제 시대'에도 '특종 아우라'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우리는 타사 인용 보도하는 걸 치욕스럽게 생각한다. 파렴치하게 베끼는 기자들 뿐 아니라 충실하게 취재하는 기자들도 그렇다. 경쟁사가 특종 보도하면, 꼼꼼하게 추가 취재한 뒤 보도한다. 이 때 경쟁사가 단독 보도한 사실은 당연히 언급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술 복제시대에 이르는 우리 언론에선 '아우라'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보도자료 기사는 '카피 앤 페이스트' 형 글쓰기 때문에, 취재 기사일 경우엔 중립적인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속보 경쟁에다 '실종된 상도의'가 겹치면서 역시 마찬가지 신세가 된다. 


기술복제 시대 저널리즘의 아우라는?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 저널리즘은 벤야민이 기술복제 시대 예술작품의 운명을 걱정하면서 진단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아우라가 상실된 시대. 고만고만한 작품(?)들이 마구 쏟아져나오는 시대. 굳이 특정 제품을 찾을 이유가 별로 없는 시대.

자, 이런 상황에서 우린 어디서 아우라를 찾을 수 있을까? 뻔한 얘기지만, 일회성 단독 보도만으론 아우라를 갖기가 쉽지 않다. 워낙 빠르고 손쉽게 기술 복제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두 가지 방법 뿐이다. 


첫번째. 기술복제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제품 생산. 이를테면 뉴스타파 같은 곳에서 선보이는 탐사보도라든가, 기타 깊이 있게 파고든 기사 같은 것들. (그런데 이런 작품이 날이면 날마다 나오는 게 아니란 게 문제다.)

두번째. 최소한의 상도의 회복. 사실 상도의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저작물에 대해 최소한의 인정을 해주는 신사협정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돌아가면서 자신만의 아우라를 가질 수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쓰다보니 논점이 조금 흐려진 느낌도 없는 건 아니다. 아우라 얘기를 하면서, 살짝 헷갈린 느낌도 든다. 그 부분에 대해선 독자 여러분이 새겨 들을 것으로 믿는다.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란 책을 찾으려고 검색하다가 몽양부활 님이 디지털복제 시대의 뉴스 그리고 유료화란 글을 쓴 것을 발견했다. 역시 생각하는 건 비슷한 모양이다.)

뉴스는 수명이 얼마나 될까? 하루? 한나절? 글쎄. 과학적으로 조사를 해 본 적은 없지만, 그렇고 그런 뉴스는 기껏해야 한 두 시간 정도면 관심권에서 멀어져버리는 것 같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가 버린다.


기자들의 일상을 한번 생각해보자. 하루 종일 엄청나게 많은 행사 쫓아다닌다. 제대로 뛰어다니는 기자들은, 정말 죽을 고생한다.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열심히 뛰어다닌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열심히 써낸 기사들은, 비슷 비슷한 다른 기사들과 함께 묻혀버린다. '찬란한 유산'처럼. ^^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페이스북, 트위터를 비롯한 SNS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물론 SNS 무시하면 안 된다. 그런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해답이 될 수 있을까? 나 역시 (남들은 인정하지 않지만) 소셜 미디어에 대해 조금 안다고 자부하고 있고, 나름 애정도 많지만,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당장 뭘 얻을 수 있을 지 잘 보이질 않는다. 소셜 미디어는, 말 그대로 유통 채널의 하나일 뿐이다.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환상을 가져서도 안 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데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눈에 띄었다. '특종과 객관보도의 중요성이 갈수록 줄어드는 이유는? 맥락이 모든 것이기 때문(Why scoops and objectivity matter less and less~~)'이란 긴 기사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페이드콘텐트에 실린 기사다. 그것도 내가 무척 신뢰하는 매튜 잉그램 기자가 필자다. 





맥락적 저널리즘의 도래?


이 기사에서 소개하는 논문이 더 흥미롭다. 맥락적 저널리즘의 도래(The Rise of Contextual Journalism)란 보고서다.  


맥락적 저널리즘이 다소 생소한 용어라고? 미안하지만 이 말. 전혀 생소한 용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저널리즘이 막 관심을 끌 때 미국 학자들이 엄청 많이 주장했던 용어다. 내 첫 저술인 '인터넷신문과 온라인 스토리텔링'에도 "인터넷 저널리즘의 경쟁 포인트는 맥락적 저널리즘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솔직하게 털어놓자. 저건 내 얘기가 아니라, J. Pavlik이란 학자의 주장을 요약 소개한 것이다. 물론, 절대 무단 인용하지 않았다. 파블릭이란 학자는 저렇게 주장했다, 고 친절하게 각주 달아줬다.)


콜롬비아대학 교수 두 명이 공동 집필한 이 논문은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미국 저널리즘의 추세를 연구한 논문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단순 사실 보도(fact-finding reporting)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맥락적인 보도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이 이들의 주장을 잘 포괄해준다. 





흔히 이런 변화를 블로그나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최근 페북, 트위터 등을 통해 실시간 보도가 확대되면서 기자들의 사실 보도가 갖는 매력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논문 저자들은 "1950년대 이래 꾸준이 이어져 온 변화"라고 주장한다. 사실 보도 자체는 이제 '오픈소스화' 되고 있기 때문에, 맥락을 짚어주고 전해주는 뉴스로 승부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맥락적 저널리즘이 통일된 용어는 아니다. 연구자에 따라서 심층보도(In-depth reporting), 장문 보도(Long-form journalism) 같은 말을 쓰기도 한다. 요즘 부쩍 관심이 증가한 데이터 저널리즘 역시 일종의 맥락적 저널리즘이라고 봐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맥락적 저널리즘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왜 기자들은 바뀌지 않는 걸까? '맥락적 저널리즘의 도래' 논문 필자 주장에 따르면, 그리고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논지도 비슷한데, 기자들은 수 십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사실 보도 최우선 주의'를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형식적인) 객관보도 형태에 대한 믿음도 절대 흔들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그리고 사족으로 붙인 내 의견 


우리 시대의 뛰어난 소설가이자 문장가인 김훈이 기자 시절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이런 말이었다.


"정확한 팩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6하원칙이 필요하다하지만  팩트 뒤에 숨겨진 인간의 진실까지 6 원칙으로 설명할  있을까."


내 석사 논문 제목은 '인터넷의 매체 특성이 인터넷신문 기사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당시 문제 의식은 제법 거창했다. 인터넷이란 매체에 글을 쓰게 되면 스토리텔링 방식이 달라질 것이란 게 내가 가졌던 문제의식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 난 문제의식은 거창한 데, 그걸 학문적으로 증명해 낼 능력이 없었다. 하다 못해 기본 통계 기법에 대한 지식도 없었으니. (ㅋㅋㅋ. 이런 학생 지도하느라 고생하신 지도교수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


그런데, 그 때 원대했던 내 문제의식을 촉발시켰던 게 바로 김훈 기자의 저 말이었다. 아까운 저 말을 꼭 써 먹고 싶었던 난, 비교적 눈에 잘 띄지 않는 각주에 저 말을 집어넣었다. 그런 식으로라도 내게 문제의식을 안겨준 김훈 기자에게 감사하고 싶었던 것이다. 


자, 옆으로 좀 많이 샜다. 어쨌든, 난 김훈의 저 말을 "기사도 스토리텔링이다"는 식으로 이해했다. J. Pavlik의 책에서 접했던 '맥락적 저널리즘' 역시 '제대로 된 스토리텔링'이란 관점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갈수록 팩트보다는 맥락이 중요해진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그러니 기자들도 저런 변화에 조금은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야만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초특급 유통망이 힘을 발휘하지. 그렇지 않고, 그렇게 그런 기사 백날 트위터나 페북으로 쏴 봐야, 친구들한테 '소음'만 안겨줄 따름이다. 


'재활용 저널리즘(recycling journalism)'이란 말이 있다. 말 그대로다. 이미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재활용해서 새롭게 수익을 올리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일종의 '콘텐츠 마케팅'이라고 해도 크게 그르진 않다.


언론사들이 잘 나갈 땐 재활용 마케팅 같은 것에 굳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광고와 구독료 수입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언론사들 상황이 그렇게 여의치 못하다. 다들 죽을 상들이다. '뉴스캐스트'가 없어지면서 울상을 짓고 있는 국내 언론사들 사정이야 말할 필요도 없고, 미국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 신문미디어 산업(NAA) 매출 현황 보고서를 한번 살펴보자. 


지난 해 구독료 수입은 5%가 증가했다고 한다. 최근 많은 언론사들이 온라인 (부분) 유료화를 단행한 덕분이다. 하지만 광고 쪽은 참담하다. 신문광고 수입이 9%나 감소한 것. 디지털 광고 수입이 5% 가량 증가했지만, 덩치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에 머무른다. 디지털 광고 수입 증가분이 인쇄 광고 감소분을 상쇄하는 '디지털 크로스오버'는 아직은 먼 얘기다.


결국 지난 해 미국 신문업계는 전체 매출 2% 감소란 쓰라린 성적표를 받아들어야만 했다. 신문업계의 최대 과제가 '0% 성장 달성'이 될 정도로 상황은 절박하다.


왜 이런 상황이 생겼을까? 당연한 얘기지만 수익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광고 아니면 구독료. 그게 전부다. NAA 자료에 따르면 광고와 구독료를 제외한 매출 비중은 8%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진 않을 듯 하다.)


자,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부터 소개하는 건 니먼 저널리즘랩에 실린 'The newsonomics of recycling journalism'을 요약한 것이다. (NAA's new revenue report란 글도 참고해볼 만하다.) 


그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재활용'이다. 좀 더 유식한 용어로 하자면 '고객 맞춤형 큐레이션'이다. 기왕 만들어놓은 무지 무지 많은 콘텐츠들 중 개별 고객들의 필요에 맞도록 모아서 제공하자는 것이다. 


재활용 저널리즘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1. 만들어놓은 콘텐츠 그대로 제공(using content already published)

2. 고객 입맛에 맞게 재가공(creating or customizing content)


1번은 간단하다. 그냥 풀 패키지로 모아서 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삼성 관련 각종 뉴스들을 모아서 삼성에 제공하는 방식. 콘텐츠를 전혀 수정하지 않은 채 클라이언트가 관심 가질 만한 것들을 풀 패키지로 준다. 그럼 클라이언트는 그걸 활용해서 자기네 고객들을 좀 더 유인한다.


2번은 조금 복잡하다. 여기선 누가 콘텐츠를 재가공 하거나, 혹은 만들 것이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경우에 따라선 스폰서 기사와 다를 것이 뭐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큐레이션이란 것도 단순히 모아주는 것과 다를 게 뭐냐는 비판이 가능하긴 하다. 그래서 콘텐츠 마케팅이란 게 참 어려운 모양이다.)


콘텐츠 마케팅은 두 가지 전제 위에서 성립되는 비즈니스다. 


첫째. 편집자와 출판업자, 즉 콘텐츠 제공자는 콘텐츠 기반한 경험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 

둘째. 대형 브랜드-혹은 중소 브랜드-들은 고객을 좀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선 콘텐츠 기반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여기도 두 가지 사업 유형이 있다. 하나는 자기네 콘텐츠를 직접 활용해서 하는 경우. 대표적인 사례는 메리디스 퍼블리싱(Meredith Publishing)이다. 메리디스는 'Better Homes' "FamilyCircle' 등 많은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이런 콘텐츠를 클라이언트의 욕구에 맞게 재가공해 주는 것이 메리디스의 기본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이다. Kraft, Acura, Jeep, 코카콜라, 뱅크 오브 아메리카, NFL선수연합 등이 클라이언트들이라고 한다. 





결국 메리디스는 잡지 출판사에서 콘텐츠 마케팅 대행업까지 하는 경우라고 보면 된다. 


반면 완전히 중개업자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도 있다. 뉴스크레드(NewsCred)가 대표적인 사례다. 뉴욕타임스, 블룸버그를 비롯한 대형 언론사들의 콘텐츠를 라이선싱한 뒤 클라이언트들의 수요에 맞게 제공해 준다. 펩시, AIG, 존슨&존슨, 제너럴 일렉트릭, 오버스톡닷컴 등이 대표적인 클라이언트다. 특히 뉴스크레드는 최근 뉴욕타임스를 콘텐츠 제공 파트너로 영입하면서 큰 힘을 받고 있다고 한다.


뉴스크레드 주장에 따르면 지난 해 콘텐츠 파트너들에게 수 십 만 달러 가량의 매출을 만들어줬다고 한다. 또 올해는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등 일급 파트너들에겐 수 백 만 달러 수준의 매출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만큼 재가공 저널리즘이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언론사의 수익 구조는 다소 기형적이었다. 핵심 상품을 통해 직접 올리는 수익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광고도 엄밀히 말해 콘텐츠로부터 발생하는 매출이다. 하지만 콘텐츠 자체의 가치 때문이라고 보다는 다른 측면이 더 많이 고려된 측면이 있다. 그리고 정당한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비싼 편이다. 


콘텐츠로 수익을 올리는 방법은 유료화를 비롯해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유료화 역시 녹록치가 않다. 우리나라에서 콘텐츠에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계층이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B2C로 접근할 경우엔 그 기반이 정말로 얕다.


위에 소개한 콘텐츠 마케팅은 일종의 B2B적 접근 방식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처럼 시장도 크고, 매체도 많은 곳에선 충분히 가능한 모델이다. 


그런데 우리 상황에서도 이게 통할 수 있을까? 쉽지 않아 보인다. 시장도 좁은 데다, 각 매체들의 논조도 큰 차이가 없다는 한계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마케팅 역시 장기적으론 언론사의 매출 포트폴리오 상에서 꼭 필요한 영역인 것 같다. 

잠시 12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때는 2000년 10월 어느 날. 장소는 고려대학교 정문 앞. 주인공은 김영삼 전 대통령.


당시 김 전대통령은 고려대 함성득 교수가 진행하는 대통령학 수업에 특강을 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나라를 망친 전직 대통령을 '민족 고대' (고려대 출신들에겐 미안하지만, 이 표현은 좀 웃긴다고 생각한다.) 정문에 들어오는 걸 허락할 수 없다고 맞섰다. 18시간 가량 학생들과 대치하던 김 전 대통령은 결국 다음 날 새벽 돌아섰다.


이 정도 사건이면 기사 가치가 어느 정도나 될까? 내 판단으론 사회면 가십 기사, 잘 봐주면 사회면 준톱 정도 될 것 같다. (1980년대 방송사나, 요즘의 M본부 같으면 톱 기사로 나올 지도 모른다.)


그런데 당시 신생 인터넷 언론사였던 오마이뉴스는 좀 색다르게 접근했다. 18시간 동안 진행된 대치 상황을 실시간 중계해준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당시 20건 가까운 기사를 올렸다. 마치 개인 블로그에 올리듯, 최신 기사가 위에 붙는 방식이었다. 


기껏해야 사회면 가십 정도 될 사건이었던 김 전 대통령의 '고대 정문앞 오기 발동' 사건은 졸지에 인터넷 언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사건으로 탈바꿈했다. (당시 인터넷 언론에 대한 고민을 조금씩 하고 있던 나 역시 오마이뉴스의 뛰어난 감각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다.)



과정으로서의 뉴스 


오마이뉴스의 'YS 고대 정문 앞 대치' 사건 보도를 어떻게 봐야 할까? 제프 자비스나 제이 로젠 같은 미국의 뉴미디어 전문가들은 '과정으로서의 뉴스'(news as a process)라고 평가하지 않을까? 


여기서 또 다시 언론학 교과서를 펼쳐 보자. 우리는 지난 100여 년 동안 '역피라미드형 기사'에 익숙했다. 중요한 내용이 앞 부분에 나오는 것이 역피라미드형의 골자. 당연하지만 이런 기사 유형은 전신 시대의 산물이다. 전신으로 기사를 전송하던 시절,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능하면 압축해야만 했던 시절의 산물이다. 종이신문 시대에도 지면 제약이 있기 때문에 역피라미드 기사는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됐다.


전통 저널리즘, 특히 신문의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바로 '완성품' 개념이다. 판갈이를 하긴 하지만 독자들에게 뉴스가 도달할 때는 완성품 형태로 전달된다. 말하자면 독자들은 완성된 건물을 구경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빌딩, 동아일보 빌딩, 한겨레신문 빌딩.


그런데 인터넷 저널리즘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아나가면서 이런 개념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전된 내용을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보도 형태가 주류로 떠오르기 시작한 때문이다. 


최근 들어선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스마트폰 바람이다. 갈수록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독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SNS나 모바일 기기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비율이 갈수록 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해 7%, 9%였던 SNS와 모바일 뉴스 습득 비율은 올 들어선 20%와 15%로 증가했다. 패러다임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언론사들도 모바일 뉴스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다. (뉴스는 완성품이 아니라 완성되어 가는 과정 참고)


하지만 고민 뿐이다. 현재 언론사 중 모바일에 특화된 뉴스를 선보이는 곳은 없다. 그냥 인터넷용으로 쓴 기사를 모바일 화면에 맞게 코딩해서 내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 역시 마찬가지다. 뭐, 당연하다. 새롭게 모바일 뉴스 팀을 꾸려서 기사를 만드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플립보드나 자이트 같은 모바일 뉴스 앱도 완성품들을 여럿 보여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플립보드 같은 것들이 태블릿용으론 적합하지만, 스마트폰에는 다소 걸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Circa의 의미 있는 실험 


최근 등장한 Circa는 바로 모바일 시대에 새로운 뉴스 경험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한다. 기가옴의 매튜 잉그램 기자는 Circa가 "제프 자비스와 제이 로젠의 '과정으로서 뉴스' 개념을 잘 구현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Circa의 기본 개념을 잠깐 살펴보자. Circa는 뉴스 텍스트를 전부 보여주지는 않는다. 대신 그 뉴스를 원자 단위(atomic unit)으로 나눈다. 이 원자 단위들은 뉴스 팩트 뿐 아니라 배경 정보, 사진, 인용 같은 요소들이다. 독자들은 주어진 시간 내에 이 정보들을 얼마나 읽을 지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면 미국 허리케인 관련 뉴스를 본다고 하자. 그 동안은 여러 언론사에서 배포한 뉴스를 골라서 읽는 방식으로 정보를 습득했다. 그러다 보면 상당 부분은 겹치는 내용들을 다시 읽어야 한다. 제목만 살짝 바꿔 놓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Circa는 뉴스를 조각낸 뒤 계속 덧붙여준다. 건축에 비유해보자. 그 동안은 완성되어 있는 집들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이젠 각종 건축 기자재들 중 자신에게 적합한 것들을 골라서 자기 만의 집을 지을 수도 있다. 


Circa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팔로우(follow) 기능이다. '팔로우'는 이를테면 관심 있는 뉴스를 북마크하는 것과 비슷하다. 특정 이슈에 관심이 있을 경우 팔로우하게 되면 관련 뉴스들이 계속 덧붙게 된다. 위키피디아와 비슷한 뉴스 소비 방식인 셈이다. (구글 뉴스 책임자 "뉴스 사이트, 위피피디아 구조로 가야" 참고)


아직 Circa를 제대로 써 보지 못한 터라 딱 부러지게 뭐라고 하긴 조금 애매하다. 기가옴 기사에 붙은 댓글을 잠깐 읽어보니, 여기서도 찬반이 뚜렷하게 엇갈리는 것 같다. 모바일 시대 새로운 뉴스의 전형을 만들었다는 평가부터, 도대체 저게 뭐냐는 반응까지 다양하다. 와이어드 기사 역시 한번 읽어볼만하다. 


어쨌든 Circa에 대한 진지한 비판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 새로운 뉴스 소비에 대한 고민을 짙게 담고 있는 앱이란 점만은 인정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외신 기사를 쓰는 건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렵다. 영어를 잘한다고 외신 기사를 잘 쓰는 것도 아니다. 전체적인 맥락을 잘 알고 있어야 우리 나라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뛰어난 영어 실력은 단지 필요 조건에 불과하다.


또 한 가지. 외신 기사를 쓸 때는 원문을 그대로 해석하지 않는다. 전체적인 맥락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역시 우리 상황에 맞게 잘 정리해야 한다. 때론 원문 기사에서 작게 취급된 부분을 크게 다루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더라도 한 가지 전제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적어도 인용 보도를 하는 한, 원 기사를 왜곡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원문과 맥락이 완전히 다른 기사를 쓰려면, 아예 인용을 하지 말고 다른 자료를 이용해서 써야 한다. 그게 애써서 기사를 작성한 이름 모를 외국 기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뻔한 얘기를 쓴 건, 오늘 좀 심하다 싶은 기사를 발견한 때문이다. "애플, 특허로 경쟁사 죽이기 10년 전부터 준비" 란 제목의 문화일보 기사였다. 


한 마디로 애플이 잡스 지시로 10년 전부터 무차별적으로 특허를 신청해 경쟁사 죽이기 준비를 해 왔다는 게 문화일보 기사의 골자다. 



이 기사는 미국 현지 시간으로 지난 7일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The Patent, Used as a Sword 란 기사를 인용 보도한 것이다. 원 기사는 뉴욕타임스 인터넷 사이트에 총 7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다. 제목에서 보다시피 이 기사의 논점은 애플의 특허 공격이 아니다. 요즘 IT 시장에선 특허가 칼 같은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뭐, 이런 맥락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국내 독자들에게 방대한 기사를 다 요약해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자, 문화일보가 집중 보도한 애플 관련 부분을 한번 살펴보자. 뉴욕타임스 기사는 애플이 2006년 아이폰을 준비하던 무렵의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다. 당시 애플 본사에선 엔지니어와 경영진, 그리고 변호사들이 수시로 미팅을 했다. 이때부터 애플이 특허권에 대해 집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 애플이 10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

그런데 애플이 왜 이렇게 집착했을까? 뉴욕타임스 기사는 그 몇 개월 전 애플이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란 싱가포르 회사와 특허 협상을 막 끝낸 사실을 소개하고 있다. 당시 크리에이티브는 아이팟이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소송을 했다. 결국 애플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리에이티브에 1억 달러를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잡스는 아이폰을 내놓기 전에 "특허를 수집하라"는 지시를 했다. 다시 뉴욕터임스 기사에서 그 부분을 인용해보자. 


Former Apple employees say senior executives made a deliberate decision over the last decade, after Apple was a victim of patent attacks, to use patents as leverage against competitors to the iPhone, the company’s biggest source of profits.

Privately, Mr. Jobs gathered his senior managers. While Apple had long been adept at filing patents, when it came to the new iPhone, “we’re going to patent it all,” he declared, according to a former executive who, like other former employees, requested anonymity because of confidentiality agreements.


위에 인용한 내용은 애플이 last decade부터 아이폰 경쟁자들을 특허권으로 견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부분이다. 이런 발언을 한 건 (무명의) 애플 전직 직원들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는지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냥 그런 얘기가 있다, 정도다. 


그럼 잡스가 지시를 내린 건 언제였을까?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2006년이다. 아이팟 출시 직후 특허 때문에 호되게 당한 뒤 특허 수집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이폰을 만들면서는 더 이상 특허 때문에 당하는 일이 있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 뒤 애플은 제품 개발 과정에 변호사들이 적극 개입한다. 설명을 들은 뒤 특허권이 필요한 부분은 바로 특허 청원을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특허 전쟁이 어떻게 되었든 간에, 시작은 방어 수단 마련 성격이 강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따라서 잡스 지시로 10년 전부터 특허 전쟁을 준비해 왔다는 건 엄밀히 말하면 오보다. 


2. 낸시 하이넨 인용 문제 


문화일보 기사는 또  애플에서 최고법률책임자로 일했던 낸시 하이넨이 말한 부분을 집중 부각시킨다. 마치 낸시 하이넨이 애플이 10년 전부터 무분별한 특허 전쟁을 준비했다고 말하는 모양새다. 


그럼 원문을 한번 읽어보자. 낸시 하이넨은 잡스가 특허에 어떻게 집착했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His attitude was that if someone at Apple can dream it up, then we should apply for a patent, because even if we never build it, it’s a defensive tool,” said Nancy R. Heinen, Apple’s general counsel until 2006.


보다시피 낸시 하이넨은 2006년 잡스가 특허 비축을 지시하던 부분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있다. 잡스 지시 이후 직원들이 변호사들과 회의를 하면서 필요한 특허를 모두 취합했다는 것이다. 


물론 뉴욕타임스 역시 특허권 남용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만 그렇다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다는 얘기다. 


3. 애플은 특허 소송할 때 협상 따윈 염두에 두지 않는다?


문화일보 기사는 또 애플이 특허 소송을 할 때 아예 협상을 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무자비하게 상대방을 짓누르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시 그 부분을 인용해보자. 


더욱 중요한 것은 애플이 특허 소송을 하면서 협상을 할 의사가 처음부터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전직 애플 임원은 뉴욕타임스에 “애플의 전략에 협상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의 소송에서 루시 고 판사의 권유로 삼성전자와 애플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여러 차례 만났지만, 애플은 처음부터 협상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 부분은 뉴욕타임스 기사 어떤 부분을 인용한 걸까? 워낙 긴 분량이라 기자아 어디를 집중적으로 참고했는지 명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짐작컨대 이 부분인 것 같다. 


In March 2010, Apple sued HTC, a Taiwanese smartphone manufacturer that had partnered with Google. Apple did not talk to HTC before suing. Negotiations were not part of the strategy, according to a former executive. “Google was the enemy, the real target,” the executive said.


애플이 2010년 HTC를 제소할 때 얘기다. 당시 애플은 경고도 없이 곧바로 HTC를 제소했다. 협상할 생각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 부분이 중요하다. "애플의 진짜 타깃은 바로 구글이다." 는 부분. 당연히 애플은 HTC와 협상을 해서 유리한 고지를 이끌어낼 의지가 없었다. 동맹군 중 하나인 HTC를 구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애플이 삼성과 소송 당시 협상을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는 부분은 기자의 작문이다. 그건 뉴욕타임스 원 기사에 거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애플 CEO 간 협상이 결렬된 건 어느 쪽 탓인지 알려진 바가 없다. 


어쨌든 문화일보는 뉴욕타임스 기사를 토대로 두 건의 기사를 썼다. 그리고 이 기사는 지금 네이버 IT 섹션 톱으로 올라가 있다.


뉴욕타임스 기자는 미국의 특허 시스템 자체를 비판하고 있다. 애플은 사례 중 하나로 든 것일 따름이다. 그런데 이 기사가 한국에 와서는 "애플이 10년 전부터 치밀하게 특허전쟁을 준비해 왔다"는 기사로 탈바꿈했다. 과연 기사를 이렇게 써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나는 양심상, 도저히 저런 기사는 못 쓸 것 같다. 

과연 저널리즘의 지속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뭘까? 광고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현재의 구조로 과연 장기적인 생존이 가능할까? 아니, 장기적인 생존은 고사하고, 당장 언론 본연의 임무를 감당할 수 있을까? 사람에 따라 답은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엔 "아니올시다"이다.


그럼 이번엔 콘텐츠 쪽으로 시각을 좁혀보자. 미국에서 IT 뉴스 매체를 새롭게 시작하면 승산이 있을까? 뻔한 대답이긴 하지만, 하기 나름이다. 작년말 출범한 더버지(TheVerge)는 1년도 채 안됐는데도, 벌써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더버지를 만든 사람들은 엔가젯으로 한번 성공을 경험해 본 베테랑들이다. AOL에 회사를 매각하고 한참 동안 휴식을 취하고 난 뒤 새롭게 만든 사이트가 바로 더버지다.  


제 아무리 세계 최고 IT 시장인 미국이라 하더라도,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들이 도전하기엔 결코 만만치 않다. 틈새 시장이 별로 없어보인다는 얘기다.


이런 상식을 깨고 틈새를 잘 개척한 '강소 IT 사이트'가 요새 미국에서 화제다. 필라델피아 지역에 둥지를 틀고 있는 테크니커리 필리(Technically Philly)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근 테크니컬리 필리는 볼티모어 지역에 테크니컬리 볼티모어를 선보였다. 그리고 회사 명도 테크니컬리 미디어로 바꿨다.)





탬플대학 출신인 션 블랜다. 크리스토퍼 윙크, 그리고 제임스 커크 등 3명은 지난 2009년 필라델피아 지역의 IT 소식을 전문적으로 전해주는 '테크니컬리 필리'란 뉴스 사이트를 개설했다. 2009년엔 필라델피아 지역 대표 일간지인 필라델피아 인콰어러까지 파산 보호 신청을 할 정도로 엄청난 불황에 시달리던 무렵이다. 


하지만 블랜드 등 세 명은 IT와 필라델피아 지역이란 두 개 차별화 요인을 앞세워 과감하게 도전했다. 창업 자금이 그다지 많은 소요된 것도 아니었다. 투자한 것이라곤 워드프레스 구입비 정도. 영업, 편집, 브랜드 마케팅 등 세 부문을 각각 나눠 맡고 있는 이들은 짧은 시간 내에 지역을 대표하는 IT 전문 매체로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이들의 슬로건은 간단했다. "테크놀로지를 통해 더 나은 필라델피아를 만들자."


필라델피아를 택한 것은 차별화 측면에선 강점으로 작용했다. 누구나 관심을 갖는 실리콘밸리 지역에선 IT 뉴스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전국 일간-경제지 뿐 아니라 테크크런치, 매셔블, 더버지 등 내로라하는 IT 전문 매체들과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라델피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이런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웠다. 


이 부분은 필라델피아위클리 보도를 직접 인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Locally, it’s a very different story. The Technically Media trio noticed that while many local news outlets sometimes touched on technology, nobody was drilling down aggressively enough to cover Philly’s tech scene as thoroughly as they believed was warranted. “There was just a huge hole in the marketplace,” says Blanda.


광고 보다는 이벤트-컨설팅 등이 주수익 


하지만 이들이 진짜 놀라운 점은 바로 수익원 다각화에 성공했다는 부분이다. 니먼저널리즘 랩에 따르면 테크니컬리 미디어의 매출 비중은 행사/이벤트(40%)와 컨설팅(40%)이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디스플레이 광고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10%는 기부금(지원금? grants)라고 한다.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선 필라델피아위클리가 잘 요약했다.


Over time, they realized that their future as a media organization would have to go beyond simple reporting and ad sales. As digital media pundits like Jeff Jarvis were proselytizing, a sustainable news operation would have to rely heavily on other forms of community connectivity.


이들이 주최하고 있는 필리 테크 위크(Philly Tech Week)는 이제 지역의 대표적인 IT 관련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발표도 공짜, 행사 참가비도 공짜다. 수익은 기업들의 협찬을 통해 올린다. 지난 해 처음 시작한 '필리 테크 위크'는 4천 명 이상의 참가자를 끌어모으면서 화제를 불러 왔다. 또 행사 기간 내내 지역 주요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를 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올해는 행사 참가자가 1만 명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필리 테크 위크' 행사 중에 눈에 띄는 것은 IT 신생 벤처 발굴 코너다. 'Switch Philly'란 이 코너에선 다섯 개의 신생 벤처들의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 계획을 프레젠테이션한다. 이 중 투표를 통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기업을 발굴, 지원하는 코너다. 심사 위원 중엔 유력 벤처캐피털리스트도 있다. 물론 이런 행사는 실리콘밸리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류의 것들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IT 흐름에서 조금 뒤쳐진 편인 필라델피아에선 그 동안 드물었던 행사였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테크니컬리 미디어는 "테크놀로지란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이들은 이런 관점을 통해 지역 정부와도 공동 작업을 자주 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지역의 IT 관련 이슈들을 적극 발굴하는가 하면, 시 행정을 비롯한 각종 캠페인에도 적극 참여한다.


이 부분은 니먼 저널리즘 랩 기사를 살짝 인용해보자.


From an editorial standpoint, Kirk says Technically Media tries to combine the sensibilities of a community newspaper with the advocacy of a modern journalism startup. Coverage goes into one of three buckets: Tech business, tech education, and tech-related civics. “So looking at municipal government informed through tech,” Kirk said. “The bigger issue — or the more important one we push on a lot — is open data. And then the other side of it, infrastructure. Are they providing wifi or Internet access to citizens? What does City Council’s access look like?”


테크니컬리 미디어는 '강소 사이트'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당장 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 광고 대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오래도록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우리에겐 조금 생소해보이는 필라델피아 기반 IT 뉴스 사이트는 이제 미국 전역으로 확대해나가는 꿈을 꾸고 있다. 2014년까진 필라델피아와 볼티모어 외에 다른 지역에도 분점을 낼 계획이다. 후보 지역 중엔 뉴욕, 보스턴 같은 대도시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어떻게 성장해나가는 지 계속 주시해보도록 하자. 아울러 작지만 강한 뉴스 미디어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테크니컬리 미디어를 진지하게 벤치마켕해보는 것도 의미가 적지 않을 것 같다. 

기자 생활 초창기 겪었던 에피소드가 하나 생각난다. 그 때가 아마도 1990년대 초반쯤 됐을 것이다. 그 때 난 IT 전문 일간지에서 편집 기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당시 데스크들은 늘 한 면을 겨우 편집할 수 있는 만큼의 기사만 넘겨줬다. 그러다보니 늘 기사 꼭지 수가 모자랐다. 담당 데스크에게 기사 모자란다고 하면, 연합통신 텔렉스로 가서 종이 몇 장 찢어서 주곤 했다. 그러면서 꼭 한 마디씩 내뱉었다. "이 놈이 기자 두 명 몫 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한단 말이야." (아마도 당시 연합 기사 사용료가 기자 두 명 월급 정도 됐던 모양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난 굉장히 어렸다. 그리고 원칙주의자였다. 그런 데스크 모습이 정말 보기 싫었다. "어디 기사를 아웃소싱하다니…"란 생각을 했으니. (물론 그 땐 아웃소싱이란 멋진 말은 몰랐다. 그냥 '신성한 지면'을 연합 텔렉스 쪽지 북 찢어서 채워넣는 게 아주 못마땅했다.)


그로부터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 이젠 기사 쓰는 로봇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시대가 됐다. 기사 쓰는 로봇들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는 소식도 들린다. 보도자료나, 간단한 취재 기사 작성 능력은 아주 뛰어난 모양이다. 


하이퍼 로컬 뉴스 전문업체의 몰락 


자, 서론이 길었다. 최근 미국에선 '하이퍼-로컬 뉴스' 아웃소싱 전문 업체인 저내틱(Journatic)이란 업체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하이퍼 로컬 뉴스란 우리로 치면 구, 군, 동 단위 등 최말단 지역 뉴스를 의미한다. 대형 언론사들이 이런 뉴스까지 커버하기엔 비용이 너무 들기 때문에 저내틱에게 아웃소싱을 했던 것. 


그런데 저내틱이 공급한 일부 기사가 엉뚱한 기자 바이라인을 사용하는가 하면, 심지어 다른 기사를 표절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커졌다. 결국 시카고 트리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같은 대형 언론사들이 저내틱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한 때 '하이퍼로컬 기사 아웃소싱'이란 그럴듯한 모델을 만들어냈던 저내틱이 가짜 바이라인과 기사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당분간 하이퍼로컬 저널리즘 자체에 대한 비판이 상당히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가디언을 비롯한 몇몇 매체들은 그런 논조의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기가옴이 잘 지적했듯이 이번 사건으로 '하이퍼로컬' 기사 아웃소싱이란 콘셉트 자체를 탓할 문제는 아니다. 실제로 저내틱이 내세우는 명분을 곰곰히 살펴보면 상당히 그럴 듯한 부분이 많다. 비교적 단순한 업무를 아웃소싱 하는 대신 기자들은 탐사 보도와 기획물에 전력을 쏟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역 구석 구석에 있는 소식들을 취재하려고 인력을 배치하는 건 수지 타산을 따져도 그리 남는 장사는 아니란 주장이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우리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IT 쪽 언론에서 가장 큰 애물 단지는 역시 보도자료일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기자들은 매일 꽤 많은 보도자료를 처리한다. 출입처에 따라선 엄청나게 많은 자료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이다.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출입처와의 관계 때문에 자료를 처리해주는 경우고 적지 않다. 


물론 보도자료를 무조건 폄하할 문제는 아니다. 사실 보도자료만큼 중요한 기사 거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 중에선 조금만 더 취재를 하면 훌륭한 기사로 만들 수 있는 것들도 적지 않다. 그러니 보도자료라고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 


문제는 보도 자료를 활동의 중심 축으로 삼다 보니, 비슷비슷한 기사들만 쏟아낸다는 점이다. 맘 잡고 굵직한 것 추적 취재를 하려고 해도,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자료 처리하느라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도 생각해 볼 문제들 


자, 다시 다른 얘기로 넘어가보자.


우리 나라 처럼 시장 규모가 적은 곳에서는 '소수 정예형 언론 모델'로 가야만 한다는 게 내 신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직원 수가 30명을 넘기게 되면 만만치가 않다. 돈이 될만한 광고주는 뻔한 상황에서, 결국 돈 벌 수 있는 곳의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소수정예형 미디어를 운영하면서 핵심적인 부분만 다루든가, 그도 아니면 대부분의 일상적인 콘텐츠는 아웃소싱 하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 잘 나가는 IT 매체들은 대부분 소수 정예로 운영되고 있다. 베테랑 기자들이 깊이 있는 기사를 쏟아내면서 자리를 잘 잡고 있다. 게다가 각 언론사마다 장점이 뚜렷하게 다르다. 한참만 읽어보면 매셔블과 테크크런치, 기가옴, 더버지 같은 사이트들이 어떻게 다른지, 또 각자의 장점은 어떤 쪽인지 금방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미국과 우리 상황을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다. 시장 규모가 다르고, 쓰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쓰는 언어가 다르다는 건, 그 쪽은 영어를 쓰기 때문에 글로벌 독자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랜만에 긴 글을 쓰다 보니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다. ㅋㅋ. 이제 글을 마무리해 보자.


자, 다시 저내틱 얘기로 돌아가 보자. 저내틱 설립자는 기가옴과 인터뷰에서 모든 걸 자동화하거나 아웃소싱 함으로써 기자들은 좀 더 부가가치 높은 일에 주력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주장했다. 맞는 얘기다. 


창업자와 갈등 끝에 편집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난 파우처란 인물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직접 인용해 보자. 


Journatic’s core premise is sound: most data and raw information can be managed much more efficiently outside the traditional newsroom; and, in order for major market community news to be commercially viable, it needs be conducted on a broader scale than ever before.


나 역시 이들의 주장에 전폭적으로 동의한다. 비록 표절과 엉터리 바이라인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긴 했지만, 저내틱이 던진 화두는 앞으로 언론계에서 심각하게 고민해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불황기에, 시장도 작은 나라에서, 인터넷 언론사들이 이것 저것 다하려고 해선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15년 쯤 전에 난 국내 대표적인 인터넷신문 중 한 곳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 무렵은 IMF 한파가 거세게 휘몰아치던 시절. 즐거운 뉴스라곤 찾아보기 힘든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즐거운 소식이 있었으니 바로 박찬호였다. 당시 LA다저스에서 뛰던 박찬호 선수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말로만 듣던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던 박찬호 선수의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 때 우린 또 다른 인터넷신문사와 엄청난 속보 경쟁을 하고 있었다. 그 때는 포털 뉴스란 것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양대 언론사의 인터넷신문이 속보 경쟁의 중심축 역할을 하던 시절이었다.


돌이켜보면 웃음만 나오는 15년 전의 박찬호 속보 경쟁  


특히 박찬호 선수가 선발 등판해서 승리투수가 되는 날이면 속보 경쟁이 불을 뿜었다. 우선 그 얘기를 해보도록 하자. 


(다른 선발투수도 그렇지만) 박찬호 선수도 (이기고 있는 경기라 할 지라도) 대개는 7회를 전후해서 내려가게 마련이다. 그 때부턴 본격적으로 불펜진이 가동된다. 


당시 LA다저스의 마무리 투수는 제프 쇼였다. 기억하는 사람은 기억할 테지만, 제프 쇼 선수는 '막강 마무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 보니, 다저스가 이기고 있는 경기의 9회는 늘 아슬아슬했다. 


우린 일단 박찬호 선수가 승리투수가 된다는 가정 하에 기사를 다 써놓고, 제목까지 완성시켜 놓은 상태에서 제프 쇼의 '마무리 곡예'를 지켜봤다. 마지막 아웃이 선언되자마자 '버튼'을 눌러서 판을 갈기 위해서였다. 


아마도 우리 쪽의 '버튼 작동 실력'이 좀 더 나았던 모양이다. 경쟁사와의 속보 경쟁에서 주로 이겼던 기억이 있다. 그래봐야 차이나는 시간은 1분 30초 내외. 하지만 우린 1분30초 먼저 톱 기사를 갈아끼운 사실에 뿌듯한 기분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 차이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 무렵 박찬호 선수 경기 중계를 할 때는 웬만한 사무실에선 텔레비전을 켜놓을 정도였으니.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때는 수시로 인터넷 들어와서 뉴스 확인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


어쨌든 두 회사 편집진 외엔 그 누구도 관심 없는 경쟁 때문에 우리는 거의 30분에서 한 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아무런 일도 하지 못했다.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한국 인터넷신문 역사 초기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다. (하긴 요즘엔 이런 경쟁을 하는 기사에도 [단독]이라고 붙여서 내보내는 언론사가 있으니, 그래도 그 때는 양심적이었던 것 같다.)


속보 쫓다가 대형 망신 당한 CNN


주말 오후에 웬 인터넷신문 드립? 이라고 할 지 모르겠다. 오늘 이런 저런 뉴스를 뒤적이다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법 위헌 여부 판결을 둘러싸고 한 바탕 소동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CNN과 폭스뉴스가 대형오보를 날린 모양이다. 


오바마케어(ObamaCare)로 불린 건보법 개정안은 미국 대선 경쟁의 핵심 쟁점으로 불릴 정도로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쟁점이 된 부분은 '개인의무가입 조항'이었다. 결국 공방 끝에 이 조항은 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된 것. 대법원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이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결을 내리기로 돼 있었다.


오바마의 건강보험법 개혁안은 미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사안. 1990년대 후반 한국 국민들이 박찬호 선수 경기에 기울였던 관심보다 훨씬 더 큰 관심을 받는 사안이었다. 당연히 엄청난 속보 경쟁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CNN이 조금 오버를 해 버렸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인 이날 오전 10시7분 '대법원, 개인가입 의무조항 위헌 판결(Supreme CT. kills individual mandate )'이란 속보를 내보낸 것이다. CNN은 트위터를 통해서도 이 소식을 곧바로 쏴줬다. 그런데 이게 오보였던 것이다. 대법원은 합헌 판결을 내렸던 것이다.오바마 대통령조차 CNN 속보를 보고, 한 동안 자신의 건강보험 개혁안이 위헌 판결을 받은 줄 알았다고 한다. 이 쯤 되면 초대형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CNN 기사가 떠 있는 태블릿을 들고 있는 아래 사진은 개리 히란 사람이 만든 것이다. 트루만 대통령이 자신이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보도한 신문을 높이 들고 있던 사진을 패러디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법원 판결문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게 좀 애매하다. 기사 문장과 달리 '위헌 판결한다'고 서두에 선언해주는 게 아니다. 끝까지 다 읽고, 곰곰히 의미를 파악해야만 알 수 있다. CNN이 어떤 경로로 그렇게 판단했는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판결문을 오독해서 '위헌'이라고 내지른 셈이다. 


이번에 CNN이 오보를 냈다는 걸 처음으로 밝혀낸 건 로펌에 근무하는 81세 블로거 였다. 그래서 CNN은 이번 오보 파동이 더 아플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CNN은 "판결 의미를 재빨리 파악하는 능력이 81세 블로거보다 못하냐?"는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미국의 미디어 전문가들 사이에선 CNN의 이번 오보 파동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당연하게도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가 뉴스 소비의 중심이 된 시대에 특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성찰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CNN의 이번 오보 파동으로 '과정으로서의 뉴스'란 개념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제프 자비스가 처음 제기한 '과정으로서의 뉴스'는 소셜 시대 뉴스의 특성을 잘 짚은 개념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뉴스는 완성품이 아니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계속 새로운 사실이 덧붙여지면서 발전해나가는 것이란 게 '과정으로서의 뉴스' 개념의 기본 골자다. (과정으로서의 뉴스 개념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은 뉴스는 완성품이 아니라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참고하라. 


미국 NPR의 앤디 카빈이란 사람이 아랍권의 민주화 시위 당시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 뉴스를 전해준 것이 '과정으로서의 뉴스'를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과정으로서의 뉴스 개념 놓고 치열한 공방 


그런데 일부에선 CNN의 이번 오보 파동도 '과정으로서의 뉴스'로 봐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포인터연구소의 스티브 마이어란 사람이다. 그는 CNN이 오보를 내긴 했지만, 재빨리 오보를 수정하고 진전된 내용을 보도한 자체를 '과정으로서의 뉴스'로 봐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CNN은 이번 보도 과정에서 "현재 알고 있는 것을 보도한 뒤 잘못된 내용은 다음에 수정한다"는 자비스의 '과정으로서의 뉴스' 개념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비판이 거세다. 대표적인 것이 기가옴의 매튜 잉그램 기자다. 그는 지난 해 NPR의 앤디 카빈이 했던 것과 이번 대법원 판결 사례는 성격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아랍권의 민주화 시위는 어느 쪽으로 진행될 지 알 수 없는 사건인 반면, 대법원 판결은 모든 사람들이 판결문 카피본까지 갖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과정으로서의 뉴스'라고 보기 힘든 사안이란 것이다. (하긴 그나마 CNN은 나은 편이다. 바로 오보였다고 실토를 했으니, 머독 계열인 폭스뉴스는 한참 동안 오보가 아니라고 빡빡 우긴 모양이다.)


어쨌든 CNN의 이번 오보 사태는 소셜 미디어 시대 특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 사건이었던 것 같다.


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가 보자. 15년 전 경쟁사와의 속보 경쟁에서 이길 때마다 우리는 뿌듯해했다. 역시 우리가 한 수 위라며 엄청 좋아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정말 부질없는 경쟁이었다. 그보다는 박찬호 경기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의미 있게 분석해주려는 노력을 했더라면, 독자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그건 요즘도 마찬가지다. 특종도 좋고, 최초 보도도 좋지만, 이젠 예전에 비해 최초 보도의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 뉴스 순환 사이클이 워낙 빨라졌기 때문이다. '과정으로서의 뉴스'란 개념이 나온 것도 이런 시대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니 특종과 속보 경쟁에 대한 언론사의 마인드도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언론재벌인 루퍼트 머독이 대대적인 구조조정 방침을 밝혔다. 뉴스코퍼레이션을 신문, 출판 부문과 엔터테인먼트 등 두 개 부문으로 쪼개갰다고 선언한 것이다. 당연히 이번 구조조정이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머독이 신문 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린 것이란 진단이 가능하다. 한 마디로 신문, 출판 쪽을 버리고 엔터테인먼트 쪽에 주력하겠다는 속내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두 개 회사로 나누면서 배치한 것을 보면 이런 속내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신문 출판 쪽에는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해 더선, 타임스, 뉴욕포스트 등 신문사와 하퍼콜린스를 비롯한 출판사들이 배치돼 있다. 반면 엔터테인먼트 쪽에는 케이블 채널인 유로를 비롯해 20세기폭스 영화사 등이 있다. 


이번 분사 조치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폭스뉴스다. 예상과 달리 폭스뉴스를 엔터테인먼트 쪽에 분류한 것. 철저하게 돈 버는 사업을 한 쪽으로 몰아놓고 돈 안 되는 언론 쪽은 언제든 버릴 태세를 갖춘 셈이다.


500억달러를 웃도는 뉴스코퍼레이션 전체 자산 중 신문, 출판 쪽 비중은 10% 남짓한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더 선이 그나마 조금 돈을 벌 뿐 나머지 매체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결국 성가신 신문사업을 떼어냄으로써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 석권이란 야심을 실현하는데 좀 더 힘을 받게 됐다.


지난 해 불거진 해킹 사건도 큰 영향 미친 듯 


하지만 이번 조치를 단순히 돈 안 되는 신문사업 정리란 측면에서만 바라볼 문제는 아니다. 그 대목에서 생각나는 사건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지난 해 불거졌던 휴대폰 해킹 사건이요, 또 하나는 B스카이B TV를 인수하는 과정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뉴스코퍼레이션 산하 위성 뉴스 채널인 스마이뉴스가 취재원 이메일을 불법 해킹한 사건이 발각되면서 머독 부자가 청문회에 불려나갔다. 


청문회에서는 해킹 문제 못지 않게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이 B스카이B TV 인수 과정에서 영국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뉴스코퍼레이션은 B스카이B의 지분 39.1%를 갖고 있으며, 나머지 60.9% 인수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해킹 파문이 불거지면서 일단 인수가 무산됐다. 


머독 입장에선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니먼 저널리즘 랩의 표현대로 "뉴스 쪽에서 뭔가 큰 사건을 친 모양인데. 이런 식으로 정리했다"는 걸 보여주지 않읋 수 없는 상황이란 얘기다. 


이는 세계 엔터테인먼트 및 스포츠 중계 시장을 장악하려는 머독의 야심과 직결된다. 머독이 스카이TV를 완전히 손에 넣겠다는 야심을 포기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신문 사업의 미래는 어떻게? 


머독 제국에서 천대받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뉴스코퍼레이션의 뉴스 사업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니먼 저널리즘랩에 따르면 올해 뉴스코퍼레이션 뉴스 사업 부문은 83억달러 매출에 6억달러 수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판 부문인 하퍼콜린스(매출 10억달러)를 제외하더라도 세계 최대 수준이다. 2위인 가넷은 지난 해 매출 52억달러에 순익 4억5천800만달러를 기록했다. 


새롭게 탄생하는 출판 부문 회사의 중심은 역시 다우존스이다. 페이드콘텐트에 따르면 뉴스코퍼레이션은 지난 주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스카이뉴스 해킹 스캔들에도 연루된 레스 힌턴 대신 렉스 펜윅을 새 CEO로 임명한 것. 펜윅은 로이터 출신인 앨리사 보웬을 다우존스의 제품개발 책임자로 임명했다. 


배런스, 올싱스디지털 등을 거느리고 있는 다우존스 사업 부문의 매출 규모는 13억달러. 반면 또 다른 축인 월스트리트저널은 10억달러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일단 다우존스가 향후 뉴스 전략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되면서 월스트리트저널을 WSJ로 바꿀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역시 니먼 저널리즘랩에 따르면 다우존스 책임자가 된 보웬은 앞으로 크게 세 가지 전략을 수행할 계획이다. 즉 어디서나 뉴스를 볼 수 있도록 한다는 뉴스 에브리웨어 전략을 비롯해 동영상 강화, 국제 시장 공략 등이 3대 전략의 핵심 축이다. 


어쨌든 다우존스를 중심으로 한 뉴스코퍼레이션의 뉴스 사업 부문은 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 등과 직접 경쟁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마진율이 7%에 불과한 뉴스 사업 부문이 앞으로 계속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게다가 지난 해 해킹 사건을 겪으면서 가뜩이나 돈 잘 못 버는 뉴스사업에 대한 정이 떨어진 머독이 계속 애정을 보여줄 지도 의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다우존스에다 IT 시장의 대표적인 특종 기지로 통하는 올싱스디지털 같은 알토란 같은 매체들도 거대한 구조조정의 한파를 쉽게 피해가진 못할 것 같다. 

얼마 전에 고커 미디어가 댓글 시스템을 개혁하고 있다는 포스팅을 한 적 있다. 고커 창업자인 닉 덴턴이 쓰레기 더미가 된 댓글 공간을 진정한 공론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면서 야심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사실 댓글 공간은 그 동안 필요악이었다.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장점보다는, 온갖 유언비어와 욕설이 난무하는 공간으로 전락한 때문이다. 최근 들어 주요 언론사들이 소셜 댓글을 도입한 것 역시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관련 글을 올리고, 이걸 연결해줄 경우 함부로 배설하지는 못할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닉 덴턴이 고커에서 시도하고 있는 댓글 시스템은 이런 한계를 한번 개혁해보겠다는 것이다. 이런 시도에 대해 '많아지면 달라진다' 같은 저술로 유명한 클레이 서키는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댓글은 뉴스를 둘러싼 대화'란 관점 


도대체 고커미디어의 댓글 시스템은 어떤 방식으로 구동되는걸까? 일단 고커는 시간 순으로 단순 배치해주는 방식을 탈피했다. 대신 댓글=대화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 이를 통해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을 고려한 댓글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 고커의 야심이다.


클레이 서키는 니먼저널리즘랩에 기고한 글을 통해 고커의 시스템이 어떤 기조로 운영되는지 설명해주고 있다. I’m a Gay Mormon Who’s Been Happily Married for 10 Years 란 기사에 실린 댓글을 중심으로 한번 살펴보자. 





이 기사에는 26일 현재 총 153개의 댓글이 달려있다. 하지만 실제로 기사 뒤에 노출돼 있는 것은 8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댓글은 보이지 않도록 돼 있다. 그럼 노출된 8개의 댓글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한 것일까? 당연히 국내 포털에서 볼 수 있는 시간 순, 추천 순 같은 단순한 알고리즘과는 거리가 멀다.


잘 보면 알겠지만, 기사를 쓴 존 위드의 글과 다른 사람이 쓴 댓글이 번갈아 노출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고커가 새롭게 선보인 댓글 시스템은 글 쓴 사람과 독자들이 대화를 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기사에서 크게 노출되어 있는 댓글은, 고커의 알고리즘이 기사를 둘러싼 의미 있는 대화라고 판단한 것들이다. 각 댓글 옆에 붙어 있는 글들은 노출된 댓글에 대한 덧글들이다. 이런 방식으로 구성할 경우 댓글 자체가 뉴스를 중심으로 한 또 다른 (건전한) 대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고커 측의 생각인 듯 하다. 


클레이 서키는 이 같은 사실을 설명해주면서, 고커가 새롭게 선보인 댓글 시스템에서는 원 기사에 대해 뭔가 반응한 댓글보다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댓글에 대해 의견을 덧붙인 글들이 더 잘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눈에 띄는 점은 각 댓글이 고유 주소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앞으로 고커는 댓글 검색 시스템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번에 올린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뉴스를 둘러싼 브레인스토밍을 여과없이 보여주겠다는 야심을 그대로 구현한 알고리즘인 셈이다.


'댓글 저널리즘'의 새로운 장을 열까


과연 고커의 댓글 개혁 정책이 성공할까?


클레이 서키 역시 고커의 댓글 시스템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단 알고리즘이 진짜 중요하고 의미 있는 댓글을 제대로 골라낼 수 있을 것이냐는 부분이 우선 떠오르는 문제점이다. 어쩌면 이 부분이 고커의 댓글 시스템의 성공을 좌우할 핵심 과제일지도 모른다.


클레이 서키는 이 외에도 고커의 댓글 알고리즘이 일반인에겐 너무 어렵다는 점, 또 기존 시스템에서 댓글 공간을 지배했던 '빅 마우스'들이 새로운 공간까지 지배해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고커의 개혁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특히 댓글 자체를 뉴스를 둘러싼 대화로 만들겠다는 시도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고유 URL을 부여하고, 또 댓글 검색 시스템까지 갖추겠다는 계획 역시 관심을 끈다. 


일반인들이 고커의 정교한 알고리즘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잘만 하면 '댓글 저널리즘'의 새로운 진수를 선보일 수도 있을 전망이다. 게다가 이런 식의 물관리가 잘 될 경우엔 익명으로 댓글을 쓸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