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 저널리즘을 대표하는 제이 로젠이란 학자가 있다. 시민 저널리즘 분야의 고전으로 꼽히는 'What are Journalists for?'란 저술을 남긴 뛰어난 학자이면서, 동시에 활동가이기도 하다.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와이어드'와 공동으로 온라인 시민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했다.


로젠이 던진 화두 중 'View from nowhere'란 말이 있다. 우리 말로 옮기면 '가상으로부터의 관점' 쯤 된다. '가상으로부터의 관점'이란 사안에 대한 양쪽의 의견을 보여준후 독자에게 판단을 맡기는 일종의 '중립 저널리즘' 일컫는 말이다. 기자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고, 첨예한 사안에 대한 가치 판단을 배제한 채 보도하는 걸 의미한다. 현재 CNN을 비롯한 미국의 많은 매체들이 '가상으로부터의 관점'에 입각한 중립 저널리즘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 로젠 교수의 비판이다.


당연히 로젠 교수는 '중립 저널리즘'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중립 저널리즘이 기자들을 멍청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헤치려는 노력 대신 그저 표면적인 사실들을 조합한 뒤 적당하게 기사화하는 나쁜 관행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비판도 하고 있다. (이 부분은 언론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까 란 글에서 많이 참고했다는 점을 밝혀 둔다.) 


물론 '가상으로부터의 관점'이란 것이 그냥 나온 건 아니다. 대중 매체 시대엔 일정 부분 필요한 측면도 있었다. 게다가 다양한 성향의 광고주들을 모두 껴안으려면, 너무 자기 주장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 불리한 측면도 있다. 반대쪽에 자리잡고 있는 광고주는 포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저런 관점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특색없는 잡탕 찌개 같은 저널리즘이 탄생하게 됐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를 비롯해 다양한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동안 언론을 통해 뭔가를 말해야 했던 사람들이 직접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밋밋한 중립적 관점'을 지향하는 저널리즘의 매력이 갈수록 떨어지기 시작한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맞으면서 최근 미국 주류 언론계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최대 일간지인 USA투데이 발행인으로 영입된 래리 크래머의 취임 일성에도 이런 자성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는 "좀 더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서 기가옴에 인용된 부분을 그대로 옮겨와 보자.


I think both USA Today and CNN for a long time concentrated on the news being the voice. Now I think with Twitter and with all the different ways news is disseminated, people are looking for a little bit more of an interesting take on a story.


트위터를 비롯한 다양한 뉴스 유통 채널들이 생기면서 사람들은 좀 더 흥미로운 뉴스를 찾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밋밋한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는 독자들의 사랑을 받기 힘들다는 비판인 셈이다.


이런 비유는 어떨까? 두 사람이 싸우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발단은 A란 사람이 B에게 폭언을 하면서 시작됐다. 이유 없이 한 방 먹은 B도 큰소리로 맞대응하면서 싸움이 커졌다. 그 자리에 C란 사람이 지나가게 됐다. B가 C에게 먼저 자기 얘기를 한다. 그런 다음 C는 A에게도 얘기를 들어본 뒤 "두 사람이 싸우고 있습니다. A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고, B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싸움이 꽤 길어질 것 같습니다. 누군가 중재를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보도한다. 


예전엔 이런 목소리만 있었기 때문에 별 문제 없었다. 둘이 싸우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셜 미디어가 힘을 얻으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젠 A나 B의 입장에 서서 배경 설명을 해주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한 때문이다. 당연히 사람들은 C와 같은 방식으로 사건을 전해주는 사람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됐다.


프라이데이 나잇 라이트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버즈 비신저란 사람은 이런 상황에 대해 좀 더 직접적으로 얘기한다. 언론사에서 편집 데스크를 거치면 거칠수록 기사가 더 밋밋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니먼저널리즘랩과의 인터뷰에선 이런 말도 했다. 편집자들은 지나치게 조심스럽다는 인터뷰 기사 제목에 모든 의미가 포괄돼 있다고 봐도 된다. 


We’re hiding much of our newsrooms’ value behind a terribly anachronistic format: voiceless, incremental news stories that neither get much traffic nor make our sites compelling destinations. While the dispassionate, what-happened-yesterday, inverted-pyramid daily news story still has some marginal utility, it is mostly a throwback at this point — a relic of a daily product delivered on paper to a geographically limited community.


이쯤에서 우리는 한번 반성해봐야 할 것 같다. 우리 언론 역시 '가상으로부터의 관점'이란 관행에 충실하다. (우리 언론의 더 큰 문제는 '가상으로부터의 관점'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이란 비판이 바로 날아올 것 같다. 하긴, 그게 우리 언론 현장의 적나라한 현실이기도 하다. ^^) 이른바 객관보도 관행. 그런데 그게 따지고 보면, 언론의 숭고한 가치 때문이 아니라 비즈니스적 이해관계, 혹은 복잡한 사안에 얽혀들기 싫은 보신주의가 크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기자들 역시 표면적인 상황 정리만 해주는 역할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왜, 우리에겐 프로퍼블리카가 없을까, 하다 못해 전통 매체엔 왜 주진우 같은 사람이 없을까, 라고 비판하는 건, 그리고 그런 비판을 일선 기자들에게만 날려대는 건,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말씀이다. 만약 그런 비판을 하는 사람이 (그럴 리도 없겠지만) 언론사 고위 간부라면, 정말 뭘 모르는 말씀이다. 현재 시스템이 그렇게 돼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USA투데이의 새로운 선언이 현장에서 어떤 변화로 이어질 진 알 수 없다. 그냥 의례적인 멘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전통 언론이 처한 여러 위기의 원인을 따지고 들어가면 '가상으로부터의 관점'이란 속 편한 보도 방식에 지나치게 안주했다는 부분도 결코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이란 점이다. 


크라우드 소싱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크라우드소싱이란 제프 하우가 2006 '와이어드(Wired)' 실린 기사에서 처음 쓴 말이다. 당시 하우는 '작은 일거리를 수많은 개개인에게 아웃소싱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크라우드소싱이란 말을 썼다. 


하지만 그 뒤 크라우드소싱은 저널리즘 쪽에 넘어오면서 여러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보도 방식으로 널리 불리게 됐다. 대표적인 시민저널리즘 이론가인 제이 로젠 뉴욕대학 교수는 '어사인먼트 제로'란 크라우드 소싱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추적 60분'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프로그램을 떠올려보면 된다. 그 프로그램들은 끝날 무렵이 되면 "추적 60분은 미혼모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례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있는 분들은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문구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프로그램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드는 방식을 크라우드 소싱이라고 한다.


늘 그렇듯, 서두가 길었다. (이게 나의 치명적인 약점인듯.) 





탐사보도 사이트로 유명한 프로퍼블리카가 의료 사고로 고통받는 사례를 취재하면서 크라우드 소싱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사실 특별할 것 없다. 그런데 크라우드 소싱을 하는 방식이 다소 특별하다. 대개 해당 기자나 팀 이메일이나 트위터 계정을 활용하는 대신 아예 페이스북에 관련 페이지를 만든 때문이다. Propublica Patient Harm Community는 공개 페이지로 운영되고 있다. 누구나 여기 와서 자기 경험을 올리고, 또 다른 사람들과 토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페이지 운영자는 프로퍼블리카의 두 기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에 개설한 페이지가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중립적인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공공연히 선언하고 있다. 


프로퍼블리카 측이 밝히는 내용을 보면, Propublica Patient Harm Community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 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들은 "환자 뿐 아니라 의사, 간호사, 정부 당국자, 의료 관련 경영자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 곳에서 피해 상황 뿐 아니라 현황과 대안을 함께 논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언론사 기자들도 이 페이지에서 나온 정보를 활용해 취재 활동을 해도 무방하다고 주장한다.


이번 프로젝트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니먼저널리즘 랩에 실린 기사를 참고하면 될 것 같다. 


두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형식적인 측면이다. 그 동안의 관행과 달리 자신들이 다루는 주제를 포괄할 수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오고 가는 모든 정보까지도 공개해버리겠다는 자신감이다. 언론사가 중심에 있으면서, 모든 정보를 자신들이 독점하려고 했던 기존 크라우드 소싱 전략과는 또 다른 방식이라는 점에서 프로퍼블리카의 이번 실험은 상당히 눈길을 끈다. (물론 제이 로젠 교수가 했던 크라우드 소싱 실험도 있다. 하지만 로젠 교수는 어디까지나 연구자 입장에서 한 프로젝트였다는 한계가 있다.)


두 번째는 프로퍼블리카의 철저한 변신 노력이다. 2년 여 전부터 프로퍼블리카는 새로운 언론 모델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국내에서도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한 언론 모델로 프로퍼블리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프로퍼블리카는 2년 연속 퓰리처 상을 받으면서 자신들에게 자금 지원을 해 준 많은 시민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기자들도 1년에 한 두 꼭지를 집중적으로 취재하면서 깊이 있는 탐사 보도의 진수를 선보였다.


이런 방식을 운영해 오던 프로퍼블리카가 이젠 오픈 플랫폼 역할까지 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번에 실험적으로 해 본 페이스북 페이지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엔 이 방식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기대해 볼 수도 있다.


프로퍼블리카의 이번 프로젝트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니먼저널리즘랩이 잘 지적했다. 그 부분만 옮겨와 보자. 


And that jibes with ProPublica’s larger social media strategy. At its core is the idea that journalists are not the only ones who can deliver important information, and traditional articles aren’t always the best distribution channel.


어쨌든 페이스북 페이지를 활용한 프로퍼블리카의 크라우드소싱 실험은 앞으로 주시해볼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성공할 경우엔 크라우드소싱 취재 실험의 또 다른 전범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페이지에 들어가보니 5월초 처음 개설한 것 같다. 현재까지 이 페이지 참여자는 약 280명 정도. 아직까지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정보가 쌓이게 되면 참여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보사회학이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윤영민 교수는 페이스북의 기본 메커니즘을 잘 드러내는 것 중 하나로 선물경제를 꼽는다. 그런 측면에서 윤 교수는 소셜 미디어 관련 책을 찾는 이들에게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을 추천한다.


(자세한 내용은 정보사회학 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글을 참고하면 될 것 같다.)


물론 선물경제와 SNS를 직접 연결하는 것에 대해선 반론도 적지 않다. 실제로 정보사회학에도 다양한 반론들도 올라와 있다. 그건 충분히 논의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갑자기 마르셀 모스와 선물경제를 떠올린 건 페이스북의 최근 행보 때문이다. 지난 주 기업공개를 단행하자 마자 카르마(Karma)라는 선물 전문 앱을 인수한 것. 구체적인 인수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으니까 그 부분은 추측만 할 다름이다. 사실 인수 규모가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다.


그런데 곰곰 살펴보니 페이스북과 카르마를 조합할 경우 상당히 매력적인 서비스가 탄생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어쩌면 페이스북과 선물경제의 절묘한 조합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도 들었다.


카르마의 선물추천 기능, 페이스북과 결합 땐...


일단 외신들은 카르마 인수로 페이스북이 모바일 사업 쪽에 좀 더 힘을 받을 것이란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게 리드라이트웹의 기사다. 포브스 기사도 그 쪽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두 지인이 운영하고 있는 테크잇 역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그 부분도 큰 의미가 있다. 페이스북 입장에선 모바일 쪽에 안정적인 터를 닦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 정도 의미에 그치는 게 아니다. 카르마는 친구나 지인들에게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 지 추천해주는 기능이 있다. 이거 단순한 것 같아도 생각보다 유용하다. 가족 친지들의 생일이야 알아서 챙기겠지만, 이를테면 이맘 때쯤 친구 아들이 대학을 졸업한다거나, 아니면 최근 어떤 친구가 새로운 직장에 입사했다는 등의 정보를 토대로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 지 추천해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페이스북이 갖고 있는 각종 데이터를 결합하게 되면 상당히 그럴 듯한 서비스로 변신하게 된다. 물론 그 동안 카르마가 페이스북과 어느 정도 결합돼 있었지만, 이번 합병을 계기로 완전하게 통합될 수 있게 됐다.


한번 생각해보라. 이제 막 데이트를 시작한 커플이 있다. 여자 친구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은 데, 뭘 선물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이럴 때 페이스북이 그 여자 친구에 대해 갖고 있는 각종 정보가 상당히 유용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카르마 앱을 이용할 경우 선물을 보내는 것도 간단하다. 그냥 페이스북 담벼락을 이용하거나, SMS를 통해 선물을 보낼 수도 있다. 


페이스북 입장에선 당연히 그냥 선물 주고받는 선에서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쇼핑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유발하는 각종 선물경제 규모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점을 감안하면, 페이스북이 카르마를 인수한 건 상당히 현명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페이스북의 기본 매커니즘이 선물경제와 상당히 닮아 있다는 윤영민 교수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편이다. 이건 내가 예전에 '블로그 파워'를 쓸 때 주장했던 것과 일맥상통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모스의 '증여론'과 퍼트넘의 '나 홀로 볼링'


난 지난 2005년 '블로그 파워'를 쓸 때 로버트 퍼트넘의 '나 홀로 볼링'을 주목했다. (박사 과정 1학기 여름 방학 때 저 책 원서를 읽느라 골머리 썩였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나니 번역서가 떡 하니 출간되더라는 슬픈 이야기.)


사회적 연결망 관련 전문가인 퍼트넘은 그 책에서 '구체적 상호관계'와 '일반적 상호관계'른 두 가지 개념을 제시했다. 쉽게 설명하자면, 구체적 상호관계는 즉각적으로 주고 받는 것이다. 친구한테 밥을 사 줬으면, 반드시 그 친구한테 한번 얻어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계가 구체적 상호관계다.


일반적 상호관계는 좀 더 범위가 넓어진다. 이건 우리 같은 언론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문화다. 선배는 후배의 '경제적인 봉'이 되는 문화. 만나는대로 후배한테 밥을 사지만, 꼭 그 후배한테 다시 얻어먹겠다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대신 "저 녀석도 선배가 되면, 또 다른 후배에게 밥을 열심히 살테지"라고 생각한다. 


(오해를 피하기 위한 첨언. 비유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 일반적 상호관계가 '일방적인 관게'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주고 받는 범위를 사회 전체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관계를 의미한다. 당연히 구체적 상호관계 보다는 한 발 앞선 관계다.)


이걸 다른 각도에서 보면 물물교환과 화폐경제의 차이 쯤으로 볼 수도 있다. (더 자세한 얘기는 퍼트넘의 책을 참고하시길. 참고로, 퍼트넘 책, 무지 무지 두껍습니다.)


페이스북이 선물 앱을 완전히 결합할 경우 SNS가 좀 더 활기를 띨 가능성이 많다는 데 100원을 건다. 이번에 카르마 인수가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모스의 선물경제론이나, 퍼트넘의 '상호관계' 개념을 들이밀지 않더라도 이건 충분히 추론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IPO 다음날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고, 그와 동시에 선물 전문 앱을 사는 마크 주커버거. 내공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검색엔진 최적화라는 말이 있다. 구글 같은 검색엔진에 잘 걸릴 수 있는 키워드를 적극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대표적인 IT 뉴스 사이트로 꼽히는 매셔블이 초기에 많은 독자들을 모은 비결 중 하나도 바로 검색 엔진 최적화 기술을 잘 활용한 덕분이다.


그런데 구글 입장에서 보면 검색엔진 최적화는 '어뷰징'과 구분이 모호한 개념이 될 수도 있다. 교묘한 키워드로 검색 랭킹을 올리는 수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가급적 관련성이 높은 정보를 우선적으로 보여주려는 구글에겐 골치거리일 수밖에 없다. 일종의 웹 스팸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끊임 없이 검색 알고리즘에 손을 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따르면 구글은 매년 약 500개 정도의 알고리즘을 수정한다. 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구글은 또 다시 검색 알고리즘을 수정했다. '펭귄'으로 불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검색 알고리즘을 대대적으로 수정한 모양이다. 


물론 구글은 정확하게 어떤 부분을 어떻게 수정했는지는 공개하지 않는다. 또 다시 악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단지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고 검색엔진을 속이거나 조작해서 과도하게 높은 검색 랭킹을 받는 사이트들을 제재하기 위한 조치"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히고 있다.


구글은 한 페이지에 지나치게 많은 키워드를 끼워넣거나, 링크 걸어주는 대신 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트래픽을 유발하는 전략을 굉장히 싫어한다. 검색 알고리즘 변화는 주로 이런 사이트를 겨냥한 것들이다. 


문제는 이렇게 한번 알고리즘이 바뀔 때마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는 점이다. 그냥 선의의 피해자 수준이 아니다.트래픽이 왕창 빠지면서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위협받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한다. (잘 아는 것처럼, 구글 검색에서 첫 번째 페이지 이후에 나타나는 키워드는 주목도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검색한 뒤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보면 사람은 거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에 게재된 사례 중 하나만 소개하자. 샌프란시스코에서 '오 마이 독 서플라이스(Oh My Dog Supplies)'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앤드루 스트라우스란 사람 얘기다. 


구글이 최근 알고리즘을 바꾸고 난 뒤 오 마이 독 서플라이스의 트래픽이 96%나 빠졌다고 한다. 이전엔 'dog beds'나 'dog clothes' 같은 검색어에서 오 마이 독 서플라이스가 사라져버린 때문이다. EzineArticles.com이나 Squidoo.com 같은 사이트에 기고를 한 뒤 자기 사이트로 링크를 걸도록 했는 데, 이런 부분들이 문제가 됐을 수도 있는 것으로 스트라우스는 파악하고 있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을 소개하려고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아니다. 이번 사건은 인터넷 비즈니스, 더 초점을 좁히는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인터넷 저널리즘에도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페이스북의 정책 변화로 워싱턴포스트와 가디언 등의 트래픽이 폭락한 얘기와도 상통한다.


사실 우리나라 언론들은 과도할 정도로 '키워드 어뷰징'을 많이 했다. 관계도 없는 연예 기사를, 그것도 그날 핫이슈가 된 연예 기사를 관련 기사로 링크해놓는 건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아예 기사 안에 관계도 없는 키워드를 은근 슬쩍 집어넣기도 한다. 


물론 '오 마이 독'(어감이 영…)은 선의의 피해자였다. 느닷 없이 한 방 맞은 케이스다. 하지만 저런 사례는 다른 사이트들도 늘 겪을 위험이 있는 사례다. 인터넷 저널리즘 쪽으로 초점을 좁히면 네이버가 뉴스캐스트 정책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순식간에 사이트 순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이런 기생적이고 비정상적인 비즈니스 모델도 찾기 힘들 것이다. ^^)


이런 사태를 해결하려면 어떤 방법을 찾아야 할까? 결국 '포트폴리오 관리' 밖에 없을 것이다.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얘기지만, 네이버 뉴스캐스트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을 때 빨리 다른 쪽 비중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변덕부릴 가능성 많은 한 사람에게 모든 운명을 내맡기는 것처럼 위험한 전략은 없다.


그럼 월스트리트저널이 생각하는 해결책은 뭘까? 물론 아주 원론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경청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얘기다.


첫째, 구글 알고리즘 변화를 늘 주시하라. 구글의 웹 마스터 블로그를 늘 주시하고 있으라. (당연히 우리 나라에서도 네이버 뉴스캐스트 정책 변화를 늘 주목하고 있어야 한다. 서글프긴 하지만.)


둘째, 뭐니 뭐니 해도 콘텐츠가 왕이다. 구글은 가장 훌륭한 이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사이트를 가장 높이 평가한다. 그러니 늘 최적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 (지극히 당연한 말씀. 특히 우리 같은 중소 IT 언론사들은 '분식점'이 아니라 '전문점'이 되어야만 한다. 김밥, 떡볶이, 순대를 다 팔려고 하면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못 팔아 먹는다.)


셋째, 구글로부터 들어오는 트래픽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도록 하라. 이용자들이 주로 어떤 검색어를 통해 들어오는 지 추적해보면 비즈니스 전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당연히 언론사들도 어떤 경로를 통해 독자들이 들어오는 지 알아야만 한다. 최소한 주에 한 번 정도는 이런 동향 보고서를 놓고 열띤 토론과 회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것 제대로 하는 언론사, 의외로 많지 않다.)


넷째,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라. 지극히 당연한 말씀. 지난 번 글에서 내가 페이스북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례를 비판한 건, 그게 네이버 비슷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위험 때문이었다. 당연히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 (오래된 증권가 금언을 하나 떠올려 보자. 자고로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는 게 아니여.)


다섯째, 구글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려 들지 마라. 두 말 하면 잔소리.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목 매고 있다가는 목 달아난다. 


여섯째, 컨설팅을 받아라. 아루리 해도 사이트 순위가 안 올라갈 경우엔 검색엔진 최적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보도록 하라. 


미국 IT 언론을 매일 접하면서 부러운 게 딱 두 가지가 있다. 엄청나게 넓은 시장이 그 첫번째요, 작지만 강한 미디어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그 두 번째다. 물론 두 번째는 첫 번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부럽다. 


대충 꼽아봐도 만만찮은 IT매체들이 상당히 많다. 테크크런치, 매셔블, 리드라이트웹에다 올싱스디지털까지. 엄청나게 쏟아져나오는 다양한 IT 소식들을 개성 있게 전해주는 사이트들이 적지 않다.


요 몇 년 미국 IT 저널리즘 지형도를 보고 있노라면 춘추전국시대나 스타워즈 생각이 난다. 그만큼 흥미진진하다. 어떤 사이트가 무섭게 떠오른다 싶으면, 이내 다른 사이트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절대 강자가 없는 구도. 그러면서도 늘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하는 구도. 그래서 그 시장을 바라보는게 참 재미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차에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세이란 잡지에 실린 'Rise of Tech Bandits'란 기사다. 스타워즈를 연상케하는 화려한 인포그래픽까지 곁들인 기사다. 그 바닥 얘기 잘 모르면 쉽게 쓰기 힘든 명품 기사다. 



개인 브랜드 영향력 확대, 그리고 기술인력 중요성 증가 


자, 그럼 이 기사를 중심으로 해서 내가 생각하는 IT언론 얘기를 한 번 해보자. 아니, 더 정확하게는 소셜 미디어 시대 저널리즘이 어디를 향해 가야하는 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내가 처음 IT 외신 기사를 쓸 때 대세는 씨넷이었다. 그런데, 요즘 씨넷은 최신 트렌드에서 한 발 비켜 선 느낌이 든다. 최근 몇 년 사이엔 테크크런치와 엔가젯, 기즈모도 같은 사이트들이 대세였다. 매셔블 역시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테크크런치와 매셔블은 모두 2005년에 첫 선을 보였다. (매셔블의 성공 비결은 CNN과 합병 앞둔 매셔블 창업자 피터 캐시모어를 참고할 것.)


한 해 뒤인 2006년에는 내가 좋아하는 기가옴을 비롯해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 출신인 맷 마샬이 만든 벤처비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2003년 등장한 리드라이트웹은 세이미디어에 넘어간 뒤 지금도 만만찮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IT붐이 한창일 때 잘 나가는 애널리스트였던(그래서 IT 붐 조장의 주범이란 비판을 들었던) 헨리 블로짓이 운영하는 비즈니스인사이더 역시 차별화된 보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엔 또 다시 무서운 신예가 등장하고 있다. 지난 해 11월 첫 선을 보인 더버지다. 더버지는 지난 3월 월 순방문자 수가 650만 명에 이르면서 IT 은하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페이지 뷰도 3천만 수준. 불과 6개월 남짓한 사이트 치곤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준 셈이다. 


도대체 이런 지형 변화를 몰고 온 요인은 뭘까? 세이미디어가 'Rise of Tech Bandits'에서 크게 두 가지를 들고 있다.


하나는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힘의 균형추가 개인 브랜드 쪽으로 치우치게 됐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내가 몇 년 전부터 줄기차게 주장해 온 얘기다. (물론, 아무도 내 말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니, 억울하면 출세해야 한다. ^^ 후훗, 아시죠? 농담인 것.) 이젠 미디어보다는 뭔가 할 이야기를 가진 똑똑한 사람들이 훨씬 더 영향력을 행사하기 수월한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뭔가를 출판하려는 회사들에겐 소프트웨어가 갈수록 더 중요해지게 됐다는 점을 꼽고 있다. 이게 뭔 말? 이라고 할 지 모르겠다. 이 것 역시 내가 계속 주장해 온 것이기도 한 데, 한 마디로 기사를 얼마나 잘 쓰고 특종을 얼마나 하느냐 못지 않게, 그렇게 쓴 기사를 어떻게 표출하며, 사이트나 기사 페이지 디자인을 어떻게 해서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느냐는 것이 더 중요해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건 첫 번째 요인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플랫폼이 평평해지면서, 개별 미디어 브랜드 대신 개별 기사나 기자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록 이런 부분이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언론사라면 '편집국이 최고, 기자가 왕'이란 똥고집 부릴 시기는 지났다는 말씀이다. 이번 기사를 쓴 기자는 편집 파트 못지 않게 제품 엔지니어링 파트(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개발이나 기획 파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는고 강조하고 있다. 


더버지의 놀라운 성공 비결 


더버지가 단기간에 뜬 이유도 이런 상황 변화에서 찾고 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더버지의 장점을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미디어 환경 변화를 잘 짚어주고 있다. 


일단 더버지는 콘텐츠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동영상 리뷰는 경쟁자들을 압도한다. 물론 여기엔 뛰어난 맨파워가 한 몫했을 것이다. 실제로 더버지를 지탱하는 핵심 인력의 맨파워는 만만치 않다. AOL에 인수된 엔가젯의 핵심 인력들이었다. 이들이 그대로 더버지로 옮겨왔으니, IT 시장에 대한 이해와 미디어 감각은 남다르다고 봐야 된다. 


선택과 집중 역시 대단하다. 올 초 CES땐 아예 트럭 한 대를 빌려 편집국 전원이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갔다. 기사가 있는 곳에 역량을 집중하는 능력이 대단한 것이다. 하긴 괜히 한 줄 걸치는 기사는 굳이 더버지가 쓰지 않아도 된다. 그건 다른 곳에 가서 보라고 하면 되니까. 그리고 오프라인 공간에서 하는 토크쇼 역시 만만찮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좀 더 꼼곰하게 더버지를 관찰한 기자는, 앞에서 얘기했던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란 덕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언론사 CMS를 잘 개발하는 문제부터 갖가지 차별화된 보도를 쉽게 처리할 수 있는 탬플릿을 신속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 아닐까?


더버지 보도의 차별점은 큰 이슈는 한꺼번에 쭉 보여주는 방식(오마이뉴스가 10년 전에 선보인 현장중계 기사 같은 컨셉)과 뛰어난 그래픽 솜씨라고 한다. 여기에다 제품 을 비교할 수 있는 엔진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해 각종 제품 기사도 깊이 있게 써낸다고 한다. 한 마디로 개발자와 콘텐츠 생산자 간의 시너지가 잘 발휘되고 있는 언론사라고 한다.


확실히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다. 이젠 전통적인 편집국 구조와 시스템, 그리고 고리타분한 현실 인식으로는 발 빠르게 변화하는 IT 뉴스 트렌드를 쫓아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매셔블, 더버지 같은 '강소 뉴스 사이트'들의 성공 사례가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뉴욕타임스가 씨넷으로부터 기사를 공급받는다고 했을 때 대대적인 화제가 됐다. 그 때만 해도 그랬다. 전통 언론이 IT 전문 온라인 뉴스 사이트로부터 뉴스를 공급받는 게 엄청난 뉴스였다. 하지만 이젠 적어도 IT 뉴스에 관한 한 전통 언론의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다. 작지만 강한 온라인 사이트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도가 더 없이 부럽다. 


* 잡지 세이에 실린 기사는 멋진 편집과 뛰어난 인포그래픽이 돋보인다. 잡지 기사를 직접 감상하고 싶은 분은 세이미디어 매거진 사이트로 직접 방문하면 된다. 스타워즈 컨셉으로 접근한 인포그래픽도 감상할 만 하다. 참고로, 매셔블을 만든 피터 캐시모어는 사이보그에 비유했다.  


구글뉴스 책임자가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전통 매체들을 향해 독설에 가까운 비판을 퍼부었다. 웹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엔 야후 같은 신세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독설을 쏟아낸 것은 리처드 진그래스(Richard Gingras). 현재 구글 뉴스 책임자로 몸담고 있는 그는 한 때 살롱 미디어 그롭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하기도 했다. 그만큼 뉴미디어 흐름에 대해선 나름대로 식견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진그래스는 지난 금요일(5월11일) 하버드대학에 있는 니먼 재단에서 뉴스의 미래에 대한 강연을 통해 기존 매체들의 변신을 촉구했다. 자세한 내용은 MIT 시민미디어 센터의 맷 스탬펙이 요약한 글기가옴의 기사를  참고하면 될 것 같다.


그날 진그래스는 여러 가지 많은 얘기를 한 것 같다. 그 중 내가 관심을 끈 몇 가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보자. 


"모든 걸 다하려다간 야후 꼴 난다"


진그래스의 주장에서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은 "모든 걸 다하려는 포털 같은 자세를 버리라"는 부분이다. 한 마디로 수직적인 모델은 더 이상 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그는 야후 얘기를 했다.


초창기 야후는 '포털 전략'으로 성공했다. 당시엔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서 어떤 걸 해야 할 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니 야후처럼 모든 콘텐츠의 관문 역할을 하는 사이트에 대한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서핑에 익숙하게 되면서 더 이상 포털을 찾지 않게 됐다.


뉴스 사이트들이 지금과 같은 모델을 고수하는 한, 야후 같은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게 진그래스의 주장이다. 


그럼 그가 생각하는 대안은 뭘까? 바로 스토리 중심 구조다. 스토리 중심 구조? 다소 애매한 표현이다. 위키피디아 같은 사이트를 떠올리면 된다. 


진그래스는 온라인의 생명줄은 브랜드도 아니요, 사이트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스토리 그 자체가 바로 온라인의 생명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언론사들의 편집 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앙 집권적인 사이트에서 기사를 흘러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스토리 중심으로 구성되는 사이트 디자인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다. 쉽게 얘기하자면 위키피디아 같은 구성을 생각해 보면 된다는 게 진그래스의 설명이다. 특정 주제어를 중심으로 계속 업데이트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여나간다는 것이다. 물론 영구적인 URL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구조다. 진그래스는 기자들이 출입처를 소유하듯이, 특정 스토리를 소유하면서 독자들과 소통하는 구조를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분 약간 이해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 또 정확하게 어떤 구조로 어떻게 구현하자는 것인지 확 와닿질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곰곰 따져보면 상당히 설득력 있어 보이기도 한다. 혹시 이런 구조는 어떨까? 정치, 경제, 사회 이런 섹션 구성이 아니라, 특정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사이트를 구성한 뒤 그 키워드에 계속 얘기를 덧붙여 나가는. ㅎㅎㅎ. 내가 잘못 이해한건가? 


어쨌든 진그래스는 뉴스 사이트 구조 자체를 확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워싱턴포스트가 위키피디아에게 계속 밀리는 걸 보면서도, 왜 기존 방식을 계속 고수하는 바보 같은 짓을 하느냐는 얘기도 하고 있다.


"트래픽 비중도 낮은 홈페이지 디자인에 전력 쏟는 건 잘못"


우리와 사정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트래픽 비율에 대한 애기도 흥미롭다. 불과 3년 전인 지난 2009년만 하더라도 뉴스 사이트들의 트래픽 중 절반 가량이 홈페이지를 통해 들어왔다. 그만큼 해당 사이트의 '존재감'이 컸다는 얘기다. 검색을 통해 들어오는 비중은 20~25%였으며, 개별 뉴스 페이지로 직접 들어가는 비중은 30~35%였다.


하지만 3년 사이에 엄청나게 달라졌다. 일단 홈페이지를 통해 들어오는 비중이 절반 수준인 25%로 줄어들었다. 검색을 통해 들어오는 비중은 30~35% 정도로 소폭 상승했다. 나머지는 개별 기사 페이지로 직접 들어간다. 많게는 45%에서 적게는 40% 정도에 이른다. 물론 개별 페이지로 직접 들어가는 트래픽 중 절대 다수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유발되는 트래픽이다. 


따라서 뉴스 사이트들은 디자인을 할 때 기본 마인드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체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불과한 홈페이지 디자인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바보 같은 짓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이 주장에, 전폭적으로 동의한다. 현재 시작 페이지의 주목도는 형편없이 낮아진 상태다. 따라서 사이트 개편을 할 때는 반대 관점으로 접근해 볼 수도 있다. 독자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개별 페이지의 기본 편집 철학부터 고민한 뒤, 그것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시작화면을 디자인 하는 쪽으로 접근방식을 바꿀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온라인 상의 기사 쓰기 방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물론 그는 "우린 이 방법을 계속해 왔고, 또 편하고 좋아한다"는 식의 접근 방식을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다.


어쨌든 진그래스의 이런 주장은 다소 급진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최근 독자들의 독서 성향 변화나, 인터넷 상의 다양한 변화를 감안하면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볼 주제인 것 같긴 하다.

얼마 전 조선일보는 10개 조항으로 구성된 SNS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구설수에 올랐다. 특히 기자협회보가 제목부터 강하게 비판했다. 지나치게 금지 일변도로 돼 있다는 비판이었다. 이를테면 SNS 활동으로 사회적 파문을 불러 오지 말며, 사내 기밀은 올리지 마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조선일보의 가이드라인이 다른 언론사에 비해 훨씬 더 금지 정도가 강한 지는. 이렇게 말하면 돌이 날아올 지 모르겠지만, 언론사의 SNS 가이드라인은 금지 규정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얘기는, 어느 정도 한계를 지어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링크한 기자협회보의 기사는 '조선일보에 대한 편견'(?)이 개입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선 중립적으로 소개한 온라인미디어뉴스의 관점이 좀 더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기자협회보 기사 말미에 보면 AP통신 얘기가 나온다. AP통신은 진작 소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최신 버전은 올해 1월에 수정한 것이다. 


만만찮은 AP의 소셜 미디어 규제 


AP의 가이드라인도 비슷하다. 업무상으로 트위터 계정을 쓸 경우엔 반드시 AP 구성원이란 사실을 밝힐 것. 편향되지 않은 보도를 하는 AP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 심지어는 공개적인 포럼에서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지 말라는 내용도 있다. AP통신은 심지어 리트윗도 규제하고 있다.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방식으로 리트윗하지 말라고 규정해 놓고 있다. 이 정도만 봐도 조선일보의 규정 못지 않게 강력하다. 


전 세계 어느 언론사를 막론하고, 일단 회사가 소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 대개는 불편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좀 미안한 얘기지만, 요즘 트위터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몇몇 기자들은 AP통신에 소속돼 있었더라면 전부 징계를 당했을 판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 마디. 이건 절대로 그들의 트윗 활동을 비판하는 게 아니다. 기자들이 트위터 공간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개인적인 의견을, 그것도 직설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사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순간, 그런 행동은 전부 금지 당하게 돼 있다. ^^)


자, 서두가 길었다. 


디지데이라는 사이트에 AP통신의 소셜 전략에 대한 글이 실린 걸 발견했다. 이 글을 간략하게 정리해봤다. 


일단 AP통신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한다. 정보를 수집하고 배포하기 위한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다. 또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대해서도 서로 다르게 접근한다고 한다. 이 또한 당연한 말씀이다.


AP통신의 메인 트위터 계정 운영에 가담한 인력만 약 12명 정도. AP는 메인 계정 외에도 20개 가량의 트위터 계정을 더 운영하고 있다. 모두 합해서 약 100명 가량의 AP 직원이 트위터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고 한다. 


메인 계정과 부서별 계정의 차별화된 운영 방식 


특히 AP의 트위터 전략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메인 계정과 다른 계정 간의 운영 방식 차이다. 이를테면 패션 계정 운영자들 같은 경우 약 20만에 이르는 팔로워들과 수시로 대화를 한다고 한다. 패션에 관한 각종 속보 뿐 아니라, 패션 전시회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들에 대해 팔로워들과 대화를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반면 팔로워가 약 90만 명에 이르는 메인 계정(@AP)은 좀처럼 독자들과 대화를 하는 법이 없다. 워낙 관심사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AP통신은 메인 계정과 각 부서별, 혹은 팀별 트위터 계정을 상당히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부서별 계정 같은 경우엔 해당 부서의 특성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AP통신 페이스북 계정은 팬이 약 8만명 수준이다. 트위터에 비해선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AP는 페이스북은 독자들과의 소통 도구로 트위터보다 훨씬 더 적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페이스북을 통해 크라우드소싱도 자주 하는 편이다. AP의 소셜 미디어 에디터인 에릭 카빈은 디지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엔 9.11 10주년을 맞아 크라우드소싱 방식 보도를 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AP통신은 최근 페이스북에 내보내는 기사의 양을 축소했다. 예전엔 한 시간에 하나 꼴로 내보냈는 데, 이젠 하루에 4~6건 정도만 내보낸다고 한다. 속보가 발생할 경우엔 주로 트위터 계정으로 먼저 쏘기 때문이다. 그 건이 아주 중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페이스북에 올린다고 한다. 


AP통신의 소셜 미디어 가이드라인에서 흥미를 끄는 것이 하나 있다. 속보는 절대 소셜 미디어에 먼저 내보내지 않는다는 원칙이 바로 그것이다. 그 이유는? AP통신의 기본 비즈니스 모델이 B2B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에게 돈을 낸 고객들에게 먼저 쏴주는 것이 상도의에 맞다는 것. 이런 정책에도 불구하고 큰 사건이 벌어질 경우엔 AP의 트위터에서 가장 먼저 그 소식을 접하게 될 것이라는 게 AP통신 측의 주장이다. 그만큼 재빨리 움직인다는 얘기다.  

"SNS에 트래픽을 기대는 것은 영혼을 팔아 먹은 파우스트와 같은 격이다."


내가 좋아하는 기가옴의 매튜 잉그램 기자의 직설적인 표현이다. 통제불가능한 '외생변수'가 너무나 크다는 게 그 이유. 네이버에 영혼 뿐 아니라, 몸까지 팔아버린 한국 매체들이 들으면 '지나치게 가혹한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런 비판이 나온 건 계기가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등 주요 매체들이 페이스북 오픈그래프를 통해 들어오는 방문자 수가 뚝 떨어진 때문이다. 잘 아는 것처럼 워싱턴포스트와 가디언은 주류 언론들 중 SNS 전략을 가장 잘 짜는 곳으로 유명하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일부에선 소셜 리더 앱이 일종의 스팸이기 때문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은밀한 뉴스'를 본 것까지 다 까발려져서 민망해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언뜻 듣기엔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테크크런치가 진짜 이유를 밝혀냈다. 페이스북이 지난 4월 중순부터 오픈그래프 표출 방식을 바꾼 때문이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예전엔 오픈그래프를 이용할 경우 대 여섯 건 가량 표출되던 것이 4월 중순부터는 한 건만 보이도록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언론사들이 제 아무리 SNS 전략을 잘 짜더라도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가디언, 워싱턴포스트처럼 SNS 뉴스 전략을 누구보다 잘 짜는 언론사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자세한 내용은 테크크런치 기사를 참고해보면 된다. (워싱턴포스트의 소셜뉴스 전략에 대해선 워싱턴포스트의 맞춤형 소셜뉴스 도전장과 딕닷컴 핵심인력 인수한 워싱턴포스트의 속내는? 을 참고하세요.) 


이런 사건이 벌어지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인용한 매튜 잉그램 기자는 이번 사건이 미디어 회사들이 늘 마음에 새겨야 할 교훈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 교훈이란 뭘까? 원문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Facebook is the information gatekeeper now, and you are just a provider — and only one of many.


페이스북은 정보 게이트키퍼이며, 여러분들(언론사)는 콘텐츠 제공업체에 불과하다는 것. 그것도 많은 콘텐츠 제공업체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교훈. 당연히 이 말에서 오버랩되는 게 있을 것이다. 미국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한국의 언론환경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네이버가 어느날 갑자기 시작화면에 있던 뉴스캐스트를 뉴스섹션으로 옮겨버렸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언론사들의 트래픽이 얼마나 줄어들까? 한 발 더 나가, 이런 저런 비판에 시달리던 네이버가 "에잇, 우리 그만 할래"라면서 뉴스캐스트를 폐지했다면?


다 없어졌으니, 이젠 똑 같은 상황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 뉴스캐스트가 있기 전과 지금은 독자들의 독서 습관 자체가 달라졌다. 이젠 '북마크' 같은 귀찮은 행동은 안 한 지 오래됐다. 미국에서도 이미 개별 매체들의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떨어진 지 오래 됐다.


그러니 참 갑갑하다. 잉그램 기자 말대로 "네이버에 영혼까지 팔아버린" 한국 인터넷 언론이 다시 예전 같은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우린 네이버 종속을 탈피할 방법 중 하나로 SNS 활용을 이야기한다. 물론 훌륭한 대안이다. 하지만 가디언, 워싱턴포스트 등의 '트래픽 대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SNS 전략 역시 외생변수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래 저래 답은 보이지 않고, 그저 갑갑하기만 하다. 

웹 2.0 시대의 대표적인 뉴스 사이트로 꼽혔던 딕닷컴이 팔렸다. 딕닷컴을 매입한 것은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


그런데 이번 인수는 상당히 특이하게 진행됐다. 테크크런치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는 딕닷컴 사이트는 내버려둔 채 인력만 뽑아갔다. 딕닷컴은 여전히 매물로 나와 있지만, 핵심 인력이 빠져나간 상태라 사실상 사이트 폐쇄 수순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004년 12월 첫 선을 보인 딕닷컴은 독자들의 지지를 많이 받은 기사를 위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편집했다. 한창 때는 딕닷컴에서 주요 기사로 표출되면 엄청난 트래픽 폭탄을 받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구글이 2억 달러에 인수를 제안할 정도로 매력적인 상품이었다.


하지만 '웹 2.0' 시대가 저물고 소셜 시대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딕닷컴의 짧았던 전성기도 저물고 말았다. 최근 들어 페이스북 타임라인과 결합하면서 다시 트래픽이 크게 늘긴 했지만 예전의 영광을 되살리기엔 세월이 너무 많이 변했다. 창업자인 케빈 로즈는 2011년 딕닷컴을 떠난 뒤 최근 구글에 합류했다.


물론 우리의 관심은 딕닷컴에 있는 게 아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왜 사이트는 쏙 빼놓은 채 딕닷컴 핵심 인력들만 뽑아갔을까? 그리고 이런 행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일단 테크크런치는 워싱턴포스트의 이런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나도 같은 생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3월엔 슬래시닷 창업자인 롭 말다를 영입하면서 대대적인 소셜 뉴스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실 워싱턴포스트는 일찍부터 SNS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혹시 '페이스북 이펙트'란 책을 읽어본 적 있는가? 그 책에 보면 페이스북 초창기에 워싱턴포스트 사주인 로널드 그레이엄이 상당히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단순하게 묘사하자면, 마크 주커버그의 멘토 비슷한 역할을 했다. 주커버그는 한 때 워싱턴포스트에서 투자를 받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했을 정도다. 


워싱턴포스트는 또 소셜 뉴스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해 9월 워싱턴포스트는 페이스북과 손잡고 소셜리더 서비스를 선보였다. 소셜리더를 이용할 경우 페이스북 친구들이 많이 본 기사를 비롯해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허핑턴포스트에서 만끽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셈이다.


개인화된 뉴스 서비스인 '퍼스널포스트' 역시 워싱턴포스트가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역시 올 초 선보인 '퍼스널 포스트'는 니콜라스 네그로폰테가 1990년대에 형상화했던 '데일리 미'를 실제로 구현하려는 시도이다.


(지난 해 4월 선보인 트로브 역시 관심의 대상이다. 그 부분에 대해선 지난 해 내가 썼던 워싱턴포스트 맞춤형 소셜뉴스 도전장 이란 글을 참고하면 된다.)


이런 행보를 보이고 있는 워싱턴포스트 입장에선 '딕닷컴'이란 한물 간 사이트는 그다지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었던 셈이다. 웹과 소셜 뉴스에 정통한 핵심 인력만 확보하면 비어 있는 부분을 채울 수 있다는 판단을 한 듯 하다.


최근 미국의 대형 미디어 그룹들은 SNS와 소셜 뉴스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CNN이 아이패드용 맞춤형 뉴스 앱으로 유명한 자이트를 인수했으며, 한 때 IT 전문 사이트인 매셔블에 군침을 흘리기도 했다.


AOL 역시 허핑턴포스트를 비롯해 테크크런치, 엔가젯 같은 인기 사이트를 연이어 인수하면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한 소셜 뉴스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최근 행보 역시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단 워싱턴포스트는 새로운 사이트를 인수하기보다는 뛰어난 인재들을 영입해서 자사가 구상해 온 소셜뉴스 전략을 완성하겠다는 속내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슬래시닷에 이어 딕닷컴의 핵심인력까지 손에 넣은 워싱턴포스트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까?  발빠른 변화를 보여주는 덩치 가벼운 뉴스 매체도 무섭지만, 워싱턴포스트처럼 탄탄한 배경을 갖고 있는 미디어들이 긴 안목을 갖고 찬찬히 움직이는 것이 더 무섭다. 워싱턴포스트의 이번 행보가 더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지금은 잊혀져 가고 있는 슬래시닷이란 사이트가 있다. 소셜 뉴스란 말이 제대로 정착되기 전, 사실상 집단 지성을 활용한 평판 시스템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사이트다. 


역시 지금은 명성이 많이 바랬지만, 한 때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이나 저널리즘 분야의 뛰어난 논문들이 많이 게재됐던 JCMC란 온라인 학술 저널에 슬래시닷의 온라인 공론장을 분석한 논문이 게재됐을 정도다. (박사 논문을 준비할 당시 이 글에 팍 꽂혔던 나는 블로그에 슬래시닷의 평가시스템이란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온라인 저널리즘이 발전하면서 많은 사이트들이 '평판시스템'과 '공평한 댓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슬래시닷이 초기에 급속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카르마'라는 평판 시스템 덕분이었다. 


자, 서론이 좀 길었다. 


전날 격한 여행 여파로 골골거리면서 서핑을 하던 나는 눈에 확 띄는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내가 좋아하는 기가옴의 매튜 잉그램 기자가 쓴 'Nick Denton wants to turn the online media work on its head'란 기다란 제목이었다. 


내가 이 기사에 꽂힌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역시 닉 탠턴이란 인물 때문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닉 덴턴은 고커 미디어 회장이다. 고커 미디어? 그럼 혹시 기즈모도란 사이트는 아는가? 기즈모도 역시 고커 미디어 소속이다. 파이낸셜타임스 출신인 닉 덴턴은 고커, 기즈모도 같은 뛰어난 뉴스 사이트로 온라인 저널리즘에선 꽤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고커는 한 때 파격적인 댓글 시스템을 도입한 적 있다. '좋은 댓글을 쓴 사람에게 보상을 하는 시스템'이다. 따지고 보면 앞에서 이야기한 슬래시닷의 '카르마'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한 때 미디어다음이 블로거 기자제에 '카르마'를 원용한 평판 시스템을 도입한 적 있다. 파워 블로거들에겐 평가 점수를 많이 부여했던 그 제도는, 내가 알기론 그다지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미국과 우린 많이 달랐던 셈이다.)


닉 덴턴이 고커에 도입했던 댓글 시스템은 전통 매체들의 관심도 많이 끌었다. 매튜 잉그램 기자에 따르면 뉴욕타임스도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한다. 


(닉 덴턴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사람은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_


그런데 정작 '원조'인 닉 덴턴은 자신들의 댓글 시스템이 실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가 재밌다. 사람들이 그걸 갖고 장난질을 치고 있다는 것. 그러다 보니 시간 많고 소셜 미디어 잘 활용하는 넘들이 '과실'을 독점해버렸다는 것이다. 이거, 확 공감할 수 있는 평가다.


그러다 보니 무슨 주제든, 그 분야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사람보다는 적당하게 부지런하면서 소셜 미디어에 하루 종일 붙어 앉아 있는 사람들이 전문가 노릇하는 기현상(?)이 벌어진다는 게 닉 덴턴의 비판이다. (잠시 우리나라의 무수히 많은 소셜 미디어 전문가 연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봤다.)


어쨌든, 이런 처절한 반성을 토대로 닉 덴턴은 고커에 새로운 댓글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준비 중이란다. 당연히 지금은 어떤 모양이 될 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냥 이런 대원칙만 천명하고 있다. 


So what is Gawker’s solution? The new commenting system, which Denton has hinted about but not revealed the details of, is designed to give everyone their own platform for commentary and discussion, one in which they control who they listen to or who they dismiss. And that includes the sources involved in a story at Gawker or Gizmodo or any of the other sites. 


솔직히 이 설명만으론 정확하게 어떤 걸 하려는 지 잘 모르겠다. 각 개인들에게 댓글(혹은 좀 더 유식하게 온라인 공론장) 플랫폼을 부여한 뒤 편집장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건데, 정확한 모양을 보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댓글 시스템 못지 않게 눈길을 끈 건 그 다음 얘기다. 이것 역시 어떻게 구현할 지 심히 기대된다.


여기서 잠시 뒤로 후퇴. 콘텐츠 생산을 위해 브레인 스토밍을 많이 해 보신 분들은 잘 알 것이다. 회의가 잘 될 경우, 브레인 스토밍은 정말 재밌다. 온갖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은, 안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들 몸을 사리고, 결국은 높은 넘의 생각대로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그래서 '회의혁명'이 중요한 거다.)


그런데 실제 생산되어서 대중들에게 표출되는 콘텐츠는 정제된 모양을 하게 된다. 생산되기 전까지 무수히 논의됐던 많은 아이디어(대부분은 황당하긴 하지만, 그 중엔 정말 재밌는 얘기도 적지 않다.)들은 그냥 묻혀 버린다. '빙산의 일각'이란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


덴턴은 빙산 속에 숨어 있는 이런 각종 논의들을 끄집어 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 나랑 생각이 비슷한 듯. 나도 수 년 전부터 '온라인 저널리즘의 본령은 대화다'라고 주장해 왔는데. ㅎㅎㅎ. 한 명은 온라인 저널리즘 지형도에 꽤 많은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데, 바다 건너 나는 무명의 처사로 남아 있구나. 생각하는 수준은 비슷한데. ^_^  혹시 이런 얘기 '깔대기 들이대냐?"며 진지하게 대드는 사람 없겠죠? 농담이야, 농담.)


댓글 시스템이나 온라인 저널리즘의 지형을 기획 단계로까지 확장하겠다는 아이디어 모두 어떻게 구현될 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기본 방향성에는 100% 공감한다. 지금으로선 어떤 모습을 만들어낼 지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