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IT 기자 노릇하면서 가장 쓰기 어려운 기사 중 하나가 바로 특허분쟁이다. 특히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 분쟁. 어려운 데다, 워낙 소송 건수가 많기 때문이다. 잠시만 넋놓고 있으면 이슈가 뭔지, 어떻게 되고 있는지, 헷갈려 버린다.


오늘 미국 항소법원이 중요한 판결을 하나 했다.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가처분 항소심에서 삼성 쪽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 8월 특허 소송에서 참패했던 삼성 입장에선 다소 숨통 트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항소심과 관련 얘기는 삼성, 갤럭시 넥서스 항소심 이긴 비결은? 이란 기사를 통해 정리했다.)


그런데 역시나. 국내 언론들의 오버성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갤탭이어 갤럭시넥서스까지, 애플의 판매금지 전략 줄줄이 실패 그나마 젊잖은 편이다. 수세 몰리는 애플특허전쟁 끝나나는 기사에 이르면 할 말이 없다. 마법 풀린 애플 판금 ''...삼성 판세 뒤집나 역시 과장 왜곡 보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럴까?


특허소송에서 주의해야 할 두 가지 


특허 소송에서 주의해서 봐야 할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과 특허침해 본안 소송을 잘 구분해야 한다. 


수학 용어를 잠시 빌려서 설명해보자. 판매금지 조치는 특허 침해의 부분 집합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특허 침해했다고 해서 다 판매금지 되는 건 아니다. 판매금지까지 이어지려면 특허 침해 사실 외에도 아래 두 가지 요건을 더 충족시켜야 한다. 


1. 특허 침해한 제품을 판금 조치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안겨줄 우려가 있다.


2. 피해가 특허 침해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어야 한다. 즉, 특허 침해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번에 항소법원은애플의 판금 요청을 기각하면서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문제 삼았다. 삼성이 애플 특허권을 갤럭시 넥서스에 무단 사용했다고 할 지라도, 애플이 판금 조치를 받아내려면 그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애플은 그걸 입증하지 못했다는 게 항소법원의 판단이다. 


이런 기준 적용하면, 앞으로 판매금지 판결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쓴 Apple-Samsung Ruling Shows High Bar for Injunctions란 기사가 이런 부분을 잘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사이트는 유료 독자만 볼 수 있다. 하지만 저 기사 제목을 구글에서 검색하면 전문을 볼 수 있다. 하루에 다섯 건까지는 검색을 통해 볼 수 있다. 그게 월스트리트저널의 전략이다.)


왜 이렇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까? 당연한 얘기지만, 인위적으로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판매금지는 강력한 조치다. 따라서 판금 조치가 기각됐다고 해서 곧바로 특허 침해 본안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소송마다 핵심 이슈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특히 지난 8월 배심원 평결이 나온 소송과 갤럭시 넥서스 등을 둘러싼 소송은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갤럭시S와 S2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인 8월 소송의 핵심 이슈는 디자인이었다. 한 마디로 삼성이 애플 제품을 대놓고 베꼈느냐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반면 갤럭시 넥서스 소송은 기술 특허 쪽이 쟁점이다. 시리 통합 검색을 비롯한 기능이 주 이슈다. 따라서 좀 더 복잡하다. 게다가 이 소송은 엄밀히 말하면 삼성이 아니라 구글이 책임질 사안이다. 


이런 기본 지식을 바탕에 깔고 이번 소송을 들여다보자. 


1. 애플 한계 드러내면서 삼성에 유리한 분위기?


일단 아시아경제 기사를 한번 살펴보자. 


1심 법원의 판결이 연이어 뒤집어지면서 미국 현지에서 삼성전자에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항소법원이 1심 법원의 판결을 연이어 번복하면서 미국에서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일단 업계 관계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미국에서 무슨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앞에서 지적했다시피, 이건 어디까지나 판금 조치에 대한 것이다. 갤럭시 넥서스 등을 둘러싼 본안 소송은 여전히 시작되지도 않았다. 


외신 어디를 봐도 삼성전자에게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기류는 찾을 수가 없다. 단지 항소법원이 지역법원에 비해 판매금지 요건을 좀 더 강력하게 적용했을 따름이다. 삼성 입장에선 당연히 판금이 해제된 것이 기쁜 일이다. 하지만 이걸 본안 소송과 그대로 연결시키긴 힘들다. 


2. 최근 10억달러 배상 판결 받은 재판에도 유리한 영향?


국내 언론들이 제기하는 또 다른 논점은 '특허 소송에서 삼성이 승기를 잡았다'는 기조다. 최근 연이어 뒤집어지고 있기 때문에 12월 최종 판결을 앞둔 갤럭시S 소송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과연 그럴까?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갤럭시 넥서스 소송과 지난 8월 배심원 평결이 나온 소송은 성격이 많이 다르다. 


지난 8월 갤럭시S 소송은 디자인 특허 침해가 핵심 이슈였다. 한 마디로 삼성이 스마트폰 만들면서 애플 제품을 베꼈다, 는 게 주된 논점이었다. 실제로 법정에서 삼성의 '벤치마킹 자료'가 공개되면서 배심원들이 애플 쪽에 완승을 선언했다. 한 마디로 삼성의 악의적으로 애플 제품을 베꼈다는 판단인 것이다.


그런데 갤럭시 넥서스를 둘러싼 소송은 디자인 문제가 이슈가 아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기본 작동 방식이 핵심 이슈다. 이번에 문제가 됐던 시리 특허권 역시 엄밀히 말하면 삼성이 아니라 구글이 책임질 문제다. 그러니까 이번 소송 결과가 12월에 있을 루시 고 판사의 최종 판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물론 팔이 안으로 굽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팩트까지 왜곡하면 안 된다.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 때문에 IT 기자들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외신 기사를 쓰는 건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렵다. 영어를 잘한다고 외신 기사를 잘 쓰는 것도 아니다. 전체적인 맥락을 잘 알고 있어야 우리 나라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뛰어난 영어 실력은 단지 필요 조건에 불과하다.


또 한 가지. 외신 기사를 쓸 때는 원문을 그대로 해석하지 않는다. 전체적인 맥락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역시 우리 상황에 맞게 잘 정리해야 한다. 때론 원문 기사에서 작게 취급된 부분을 크게 다루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더라도 한 가지 전제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적어도 인용 보도를 하는 한, 원 기사를 왜곡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원문과 맥락이 완전히 다른 기사를 쓰려면, 아예 인용을 하지 말고 다른 자료를 이용해서 써야 한다. 그게 애써서 기사를 작성한 이름 모를 외국 기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뻔한 얘기를 쓴 건, 오늘 좀 심하다 싶은 기사를 발견한 때문이다. "애플, 특허로 경쟁사 죽이기 10년 전부터 준비" 란 제목의 문화일보 기사였다. 


한 마디로 애플이 잡스 지시로 10년 전부터 무차별적으로 특허를 신청해 경쟁사 죽이기 준비를 해 왔다는 게 문화일보 기사의 골자다. 



이 기사는 미국 현지 시간으로 지난 7일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The Patent, Used as a Sword 란 기사를 인용 보도한 것이다. 원 기사는 뉴욕타임스 인터넷 사이트에 총 7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다. 제목에서 보다시피 이 기사의 논점은 애플의 특허 공격이 아니다. 요즘 IT 시장에선 특허가 칼 같은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뭐, 이런 맥락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국내 독자들에게 방대한 기사를 다 요약해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자, 문화일보가 집중 보도한 애플 관련 부분을 한번 살펴보자. 뉴욕타임스 기사는 애플이 2006년 아이폰을 준비하던 무렵의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다. 당시 애플 본사에선 엔지니어와 경영진, 그리고 변호사들이 수시로 미팅을 했다. 이때부터 애플이 특허권에 대해 집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 애플이 10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

그런데 애플이 왜 이렇게 집착했을까? 뉴욕타임스 기사는 그 몇 개월 전 애플이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란 싱가포르 회사와 특허 협상을 막 끝낸 사실을 소개하고 있다. 당시 크리에이티브는 아이팟이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소송을 했다. 결국 애플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리에이티브에 1억 달러를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잡스는 아이폰을 내놓기 전에 "특허를 수집하라"는 지시를 했다. 다시 뉴욕터임스 기사에서 그 부분을 인용해보자. 


Former Apple employees say senior executives made a deliberate decision over the last decade, after Apple was a victim of patent attacks, to use patents as leverage against competitors to the iPhone, the company’s biggest source of profits.

Privately, Mr. Jobs gathered his senior managers. While Apple had long been adept at filing patents, when it came to the new iPhone, “we’re going to patent it all,” he declared, according to a former executive who, like other former employees, requested anonymity because of confidentiality agreements.


위에 인용한 내용은 애플이 last decade부터 아이폰 경쟁자들을 특허권으로 견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부분이다. 이런 발언을 한 건 (무명의) 애플 전직 직원들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는지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냥 그런 얘기가 있다, 정도다. 


그럼 잡스가 지시를 내린 건 언제였을까?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2006년이다. 아이팟 출시 직후 특허 때문에 호되게 당한 뒤 특허 수집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이폰을 만들면서는 더 이상 특허 때문에 당하는 일이 있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 뒤 애플은 제품 개발 과정에 변호사들이 적극 개입한다. 설명을 들은 뒤 특허권이 필요한 부분은 바로 특허 청원을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특허 전쟁이 어떻게 되었든 간에, 시작은 방어 수단 마련 성격이 강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따라서 잡스 지시로 10년 전부터 특허 전쟁을 준비해 왔다는 건 엄밀히 말하면 오보다. 


2. 낸시 하이넨 인용 문제 


문화일보 기사는 또  애플에서 최고법률책임자로 일했던 낸시 하이넨이 말한 부분을 집중 부각시킨다. 마치 낸시 하이넨이 애플이 10년 전부터 무분별한 특허 전쟁을 준비했다고 말하는 모양새다. 


그럼 원문을 한번 읽어보자. 낸시 하이넨은 잡스가 특허에 어떻게 집착했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His attitude was that if someone at Apple can dream it up, then we should apply for a patent, because even if we never build it, it’s a defensive tool,” said Nancy R. Heinen, Apple’s general counsel until 2006.


보다시피 낸시 하이넨은 2006년 잡스가 특허 비축을 지시하던 부분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있다. 잡스 지시 이후 직원들이 변호사들과 회의를 하면서 필요한 특허를 모두 취합했다는 것이다. 


물론 뉴욕타임스 역시 특허권 남용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만 그렇다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다는 얘기다. 


3. 애플은 특허 소송할 때 협상 따윈 염두에 두지 않는다?


문화일보 기사는 또 애플이 특허 소송을 할 때 아예 협상을 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무자비하게 상대방을 짓누르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시 그 부분을 인용해보자. 


더욱 중요한 것은 애플이 특허 소송을 하면서 협상을 할 의사가 처음부터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전직 애플 임원은 뉴욕타임스에 “애플의 전략에 협상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의 소송에서 루시 고 판사의 권유로 삼성전자와 애플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여러 차례 만났지만, 애플은 처음부터 협상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 부분은 뉴욕타임스 기사 어떤 부분을 인용한 걸까? 워낙 긴 분량이라 기자아 어디를 집중적으로 참고했는지 명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짐작컨대 이 부분인 것 같다. 


In March 2010, Apple sued HTC, a Taiwanese smartphone manufacturer that had partnered with Google. Apple did not talk to HTC before suing. Negotiations were not part of the strategy, according to a former executive. “Google was the enemy, the real target,” the executive said.


애플이 2010년 HTC를 제소할 때 얘기다. 당시 애플은 경고도 없이 곧바로 HTC를 제소했다. 협상할 생각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 부분이 중요하다. "애플의 진짜 타깃은 바로 구글이다." 는 부분. 당연히 애플은 HTC와 협상을 해서 유리한 고지를 이끌어낼 의지가 없었다. 동맹군 중 하나인 HTC를 구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애플이 삼성과 소송 당시 협상을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는 부분은 기자의 작문이다. 그건 뉴욕타임스 원 기사에 거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애플 CEO 간 협상이 결렬된 건 어느 쪽 탓인지 알려진 바가 없다. 


어쨌든 문화일보는 뉴욕타임스 기사를 토대로 두 건의 기사를 썼다. 그리고 이 기사는 지금 네이버 IT 섹션 톱으로 올라가 있다.


뉴욕타임스 기자는 미국의 특허 시스템 자체를 비판하고 있다. 애플은 사례 중 하나로 든 것일 따름이다. 그런데 이 기사가 한국에 와서는 "애플이 10년 전부터 치밀하게 특허전쟁을 준비해 왔다"는 기사로 탈바꿈했다. 과연 기사를 이렇게 써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나는 양심상, 도저히 저런 기사는 못 쓸 것 같다. 

과연 저널리즘의 지속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뭘까? 광고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현재의 구조로 과연 장기적인 생존이 가능할까? 아니, 장기적인 생존은 고사하고, 당장 언론 본연의 임무를 감당할 수 있을까? 사람에 따라 답은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엔 "아니올시다"이다.


그럼 이번엔 콘텐츠 쪽으로 시각을 좁혀보자. 미국에서 IT 뉴스 매체를 새롭게 시작하면 승산이 있을까? 뻔한 대답이긴 하지만, 하기 나름이다. 작년말 출범한 더버지(TheVerge)는 1년도 채 안됐는데도, 벌써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더버지를 만든 사람들은 엔가젯으로 한번 성공을 경험해 본 베테랑들이다. AOL에 회사를 매각하고 한참 동안 휴식을 취하고 난 뒤 새롭게 만든 사이트가 바로 더버지다.  


제 아무리 세계 최고 IT 시장인 미국이라 하더라도,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들이 도전하기엔 결코 만만치 않다. 틈새 시장이 별로 없어보인다는 얘기다.


이런 상식을 깨고 틈새를 잘 개척한 '강소 IT 사이트'가 요새 미국에서 화제다. 필라델피아 지역에 둥지를 틀고 있는 테크니커리 필리(Technically Philly)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근 테크니컬리 필리는 볼티모어 지역에 테크니컬리 볼티모어를 선보였다. 그리고 회사 명도 테크니컬리 미디어로 바꿨다.)





탬플대학 출신인 션 블랜다. 크리스토퍼 윙크, 그리고 제임스 커크 등 3명은 지난 2009년 필라델피아 지역의 IT 소식을 전문적으로 전해주는 '테크니컬리 필리'란 뉴스 사이트를 개설했다. 2009년엔 필라델피아 지역 대표 일간지인 필라델피아 인콰어러까지 파산 보호 신청을 할 정도로 엄청난 불황에 시달리던 무렵이다. 


하지만 블랜드 등 세 명은 IT와 필라델피아 지역이란 두 개 차별화 요인을 앞세워 과감하게 도전했다. 창업 자금이 그다지 많은 소요된 것도 아니었다. 투자한 것이라곤 워드프레스 구입비 정도. 영업, 편집, 브랜드 마케팅 등 세 부문을 각각 나눠 맡고 있는 이들은 짧은 시간 내에 지역을 대표하는 IT 전문 매체로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이들의 슬로건은 간단했다. "테크놀로지를 통해 더 나은 필라델피아를 만들자."


필라델피아를 택한 것은 차별화 측면에선 강점으로 작용했다. 누구나 관심을 갖는 실리콘밸리 지역에선 IT 뉴스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전국 일간-경제지 뿐 아니라 테크크런치, 매셔블, 더버지 등 내로라하는 IT 전문 매체들과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라델피아 지역은 상대적으로 이런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웠다. 


이 부분은 필라델피아위클리 보도를 직접 인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Locally, it’s a very different story. The Technically Media trio noticed that while many local news outlets sometimes touched on technology, nobody was drilling down aggressively enough to cover Philly’s tech scene as thoroughly as they believed was warranted. “There was just a huge hole in the marketplace,” says Blanda.


광고 보다는 이벤트-컨설팅 등이 주수익 


하지만 이들이 진짜 놀라운 점은 바로 수익원 다각화에 성공했다는 부분이다. 니먼저널리즘 랩에 따르면 테크니컬리 미디어의 매출 비중은 행사/이벤트(40%)와 컨설팅(40%)이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디스플레이 광고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10%는 기부금(지원금? grants)라고 한다.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선 필라델피아위클리가 잘 요약했다.


Over time, they realized that their future as a media organization would have to go beyond simple reporting and ad sales. As digital media pundits like Jeff Jarvis were proselytizing, a sustainable news operation would have to rely heavily on other forms of community connectivity.


이들이 주최하고 있는 필리 테크 위크(Philly Tech Week)는 이제 지역의 대표적인 IT 관련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발표도 공짜, 행사 참가비도 공짜다. 수익은 기업들의 협찬을 통해 올린다. 지난 해 처음 시작한 '필리 테크 위크'는 4천 명 이상의 참가자를 끌어모으면서 화제를 불러 왔다. 또 행사 기간 내내 지역 주요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를 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올해는 행사 참가자가 1만 명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필리 테크 위크' 행사 중에 눈에 띄는 것은 IT 신생 벤처 발굴 코너다. 'Switch Philly'란 이 코너에선 다섯 개의 신생 벤처들의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 계획을 프레젠테이션한다. 이 중 투표를 통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기업을 발굴, 지원하는 코너다. 심사 위원 중엔 유력 벤처캐피털리스트도 있다. 물론 이런 행사는 실리콘밸리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류의 것들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IT 흐름에서 조금 뒤쳐진 편인 필라델피아에선 그 동안 드물었던 행사였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테크니컬리 미디어는 "테크놀로지란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이들은 이런 관점을 통해 지역 정부와도 공동 작업을 자주 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지역의 IT 관련 이슈들을 적극 발굴하는가 하면, 시 행정을 비롯한 각종 캠페인에도 적극 참여한다.


이 부분은 니먼 저널리즘 랩 기사를 살짝 인용해보자.


From an editorial standpoint, Kirk says Technically Media tries to combine the sensibilities of a community newspaper with the advocacy of a modern journalism startup. Coverage goes into one of three buckets: Tech business, tech education, and tech-related civics. “So looking at municipal government informed through tech,” Kirk said. “The bigger issue — or the more important one we push on a lot — is open data. And then the other side of it, infrastructure. Are they providing wifi or Internet access to citizens? What does City Council’s access look like?”


테크니컬리 미디어는 '강소 사이트'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당장 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 광고 대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오래도록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우리에겐 조금 생소해보이는 필라델피아 기반 IT 뉴스 사이트는 이제 미국 전역으로 확대해나가는 꿈을 꾸고 있다. 2014년까진 필라델피아와 볼티모어 외에 다른 지역에도 분점을 낼 계획이다. 후보 지역 중엔 뉴욕, 보스턴 같은 대도시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어떻게 성장해나가는 지 계속 주시해보도록 하자. 아울러 작지만 강한 뉴스 미디어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테크니컬리 미디어를 진지하게 벤치마켕해보는 것도 의미가 적지 않을 것 같다.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 소송이 시작된 지 2주가 지났다. 양쪽 모두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한 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재판의 승패는 뻔하다고 보는 편이다. 애플이 이기게 돼 있는 재판이란 얘기다. 이게 꼭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어서가 아니다. 배심원 재판의 특성상 애플의 주장들이 훨씬 더 대중적으로 잘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또 있다. 삼성이 중요한 증거 자료 하나를 놓치고 싸움을 시작한 때문이다. 바로 '아이폰이 소니를 복제했다'는 증거 자료다. 


물론 나는 아이폰이 소니 제품을 베꼈다는 주장 역시 약간은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삼성이 제시한 그 증거 자료를 받아들일 경우, 며칠 전 공개된 삼성 내부 자료는 "그대로 베껴 그리라"고 노골적으로 지시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뉘앙스가 그렇단 얘기다.


하지만 '아이폰이 소니 제품을 베꼈다'는 삼성의 주장은 이번 재판의 논점을 흐리게 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도 있었다. 삼성 입장에선 그 부분만 잘 물고 늘어졌어도, "하늘 아래 새로운 것 뭐 있어?"란 쪽으로 몰아갈 수 있었다. 이건 전문가들이 아니라 일반인인 배심원들이 판결을 하는 미국 사법제도 하에서는 상당히 잘 먹혀들 수 있는 카드였다. 그런데 삼성은 애석하게도 그 카드를 못 쓰게 됐다. 


생각보다 잘 하고 있는 삼성 측 변호사들 


자, 이런 배경을 깔고 이번 재판을 한번 들여다보자.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삼성 쪽 변호사들이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적어도 애플 쪽 변호사보다는 삼성 쪽 변호사들이 '수임료' 값은 더 잘 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일방적으로 몰릴 수도 있었던 싸움을 혼전 양상으로 몰고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일부 언론들이 마구 써대듯이 "삼성 변호사들이 애플 증인들을 바보로 만들었다"고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포브스를 인용해서 그렇게 쓰던데, 아무리 찾아봐도 포브스 기사에서 그런 뉘앙스는 발견할 수 없었다. 그날 재판 상황이 궁금한 사람은 포브스가 쓴 현장 중계 기사 Apple-Samsung Trail: Mac Iconographer To Testify (Live Notes) 를 한번 읽어보시길. 미안한 얘기지만, 웬만한 증인들은 변호사들이 반대 심문하면 다 바보처럼 보이게 돼 있다. 그게 변호사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생각을 하게 된 첫 번째 계기는 삼성이 '법정 기각된 증거자료'를 언론에 공개하던 때부터였다. 삼성 측 대표 변호사인 존 퀸이 저지른 과감한 승부수다. 솔직히 말하면 '페어플레이'는 아니다. 그런데 존 퀸 변호사는 '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없는' 반칙을 해 놓고선 "어차피 배심원들은 언론 보도 못 보도록 돼 있는게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퉁쳤다. 결국 별 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넘어가는 데 성공했다. (삼성과 애플 변호인단의 면면이 궁금하신 분은 삼성 vs 애플 특허 스타군단, 누가 이끄나? 를 참고할 것.)


자, 그럼 이게 왜 절묘한 수일까?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선 항소심부터 법률심이다. 무슨 얘기냐 하면, 그 때부터는 새로운 증거 자료를 제출해서 다시 싸우는 게 아니라, 1심 재판부의 법률 적용이 제대로 됐는지 여부만 다룬다. 따라서 원래대로라면 삼성은 '소니 관련 자료'를 항소심 가서도 써먹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럼 그 자료를 써먹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1심 재판이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는 점을 자꾸 부각시켜야 한다. 법정 기각 자료를 언론에 전격 공개해버린 건 항소심을 염두에 둔 작전 같다는 얘기다. 


그래서 내가 든 생각이 삼성 변호사들은 1심에선 질 수도 있다는, 아니 진다는 가정 하에 재판에 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 재판은 어느 쪽이 이기든 항소심까지 가게 돼 있다. 게다가 대상이 된 제품들도 삼성 입장에선 전부 구형 모델들이다. 최악의 경우 판매금지 명령을 받아봐야 별 영향도 없다.


재판 시작 전부터 소니 전 디자이너 증언 문제를 놓고 한바탕 공방을 벌인 것이나, 이메일 삭제 건으로 경고를 먹고 난 뒤 곧바로 애플 쪽도 자료 삭제했다고 주장한 것 역시 이런 부분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인 것 같다. 1심 재판부가 삼성에 불이익을 줬다는 걸 자꾸만 부각시키려는 전략인 것 같다는 얘기다. 


신종균 사장이 내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놓고 공방을 벌일 땐, 솔직히 삼성 변호사들이 애플 쪽보다 훨씬 더 논리 싸움을 잘 한 느낌이 든다. 


삼성 입장에선 지난 2주 동안 불거져 나온 이슈 중 최대 악재는 이메일 삭제 건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당혹스러운 것은 다소 적나라해 보이는 아이폰 벤치 마킹 문건이다. 총 126개 항목에 걸쳐 세세하게 비교분석한 뒤 개선 방향을 지시한 그 문건을 보면 삼성이 아이폰에 대한 공포감이 엄청났다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다. 


(자, 여기서 잠시 앞에서 거론했던 얘기로 되돌아가보자. 삼성이 회심의 카드로 써먹으려다 증거 제출 시한을 놓쳐서 못 써먹은 '아이폰의 소니 복제' 주장 문건은 삼성 내부 문건과 비교해보면 양반이다. 정말 원론적으로 벤치마킹한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증거 자료는 '벤치마킹'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개선 방향을 지시해 놓고 있다. 물론 삼성 입장에선 이런 걸 놓고 공방을 벌이는 것도 나쁠 건 없다. 진흙탕 싸움이 될수록 삼성에겐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저께 애플이 공개한 삼성 내부 문건은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다. 배심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진 모르겠지만, 통상적인 벤치마킹을 한 것이라고 우길만하기 때문이다. 결국 남은 건 이메일 삭제건인데, 이 부분은 삼성이 '물귀신 작전'으로 버티고 있다. 1심 재판부가 받아들여주면 좋겠지만, 안 받아들이더라도 항소심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했다'고 우기기엔 충분할 정도로 소동을 벌여놨다.


영 마음에 안 드는 국내 언론 보도 


그런데 내가 이번 재판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을 느낀 건 국내 언론들의 편향된 보도 때문이다. 어차피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삼성에 우호적인 기사를 쓰는 건 어쩔 수 없다. 적진에 가서 불리한 여건에서 싸우고 있는데, 뒤에서 총질하는 건 상도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팩트는 제대로 챙겨줘야 한다. 오늘 자 조선일보 기사를 읽고 난 뒤 이런 생각을 더 굳혔다. 우선 그 부분을 한번 인용해보자.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 보면 분위기상으로는 애플이 수세에 몰려 있다. 애플이 법정에서 자사에 유리한 증언을 한 증인에게 돈을 준 사실이 밝혀지고, '애플도 일본 소니 디자인을 참조했다'는 전직 디자이너의 발언이 공개된 것.


일단 '돈 준 사실이 밝혀졌다'는 표현을 한번 생각해보자. 법정 증언을 하려면 당연히 돈을 줘야 한다. 내가 알기론 그렇다. 자사 직원이 아닌 다음에야 그냥 와서 증언해달라고 할 수는 없다. 그건 기본 예의다. 따라서 돈 준 사실만으로 일방적으로 매도를 할 수는 없다. 


다만 대가가 적정했느냐는 부분이 문제가 될 수는 있다. 삼성 측 찰스 버호벤 변호사는 이 부분을 짚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소송에서 버호벤 변호사가 맹활약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더버지의 현장 중계 기사에서 그 부분을 옮기면 이렇다. (Classic Mac icon designer Susan Kare takes the stand: live from  Apple v. Samsung 기사 참고.) 


1:25 PM: How much is Kare being paid for her services in this trial? $550 an hour. How much has she collected to date? Around $80,000.


버호벤 변호사가 묻자 수잔 케어는 시간당 550달러, 총 8만 달러를 받았다고 대답했다. 애플이 증인을 매수한 게 아니라, 당연히 줄 수고비를 줬다는 것이다. 물론 수고비가 과했느냐는 부분은 논란의 여지는 있을 것 같다. 8만 달러면 우리 돈으로 9천만원에 육박하는 돈인데, 글쎄. 이건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 다음에 '애플도 소니 디자인을 참조했다'는 디자이너의 발언이 공개됐다는 부분. 이 부분은 이번 재판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법정에서 이 사실은 '절대 언급 금지' 사항이기 때문이다. 일본인 애플 디자이너 증언을 일부 활용할 수는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두 회사 제품 비교할 때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배경을 무시한 채 삼성이 굉장히 유리하게 재판을 이끌고 있다고 기사를 쓰는 건, 엄밀히 말해 오보다. 이렇게 써 놓고선 나중에 판결 나오면 "미국인들의 편파적인 판결" 운운하는 건 좀 많이 편파적인 자세가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론 이번 재판을 통해 삼성이 굉장히 잘 싸우고 있다는 생각한다. 또 재판 승패와 상관 없이 삼성에겐 결코 나쁠 것 없는 재판이라고 생각한다. 쟁점이 되고 있는 제품들은 주력 제품도 아닐 뿐더러, 어차피 항소심까지 가게 돼 있는 재판이기 때문이다. 내밀한 자료들이 공개되면 될수록 선두업체인 애플이 손해볼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을 감안하고 이번 재판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유가 좀 그렇긴 하지만, 월드컵 대표팀 평가전 관련 기사를 쓰면서 승패 위주로 쓰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평가전의 승패는 전술이 제대로 작동했느냐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 역시 그런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승패도 중요하지만, 이번 재판의 승패 못지 않게 긴 맥락에서 전략과 전술을 짜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언론사들이 많다. 특히 기사 유통 채널로 많이 활용한다. 지난 해 사이트 유료화를 단행한 뉴욕타임스 같은 경우 소셜 미디어 링크를 타고 들어올 경우엔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할 정도다. 


그런데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기사를 유통시키는 것이 얼마나 효과를 볼까? 특히 신뢰성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이런 의문을 해결해 줄 논문이 발표됐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Mike Schmiebach 교수와 마케팅 전략 전문가인 Anne Oeldorf-Hirsch가 공동 발표한 'A Little Bird Told Me, So I Didn't Believe It: Twitter, Credibility, and Issue Perceptions'란 논문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 논문이 나름 흥미롭다. 성급한 독자들을 위해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같은 기사라도 트위터를 통해 내보낼 경우 신뢰도가 확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독자들이 그냥 사이트에서 본 기사보다 덜 믿는다는 것이다. 


연구 방법은 간단하다. 독자들에게 세 가지 종류로 기사를 보여줬다. 뉴욕타임스 공식 트위터 계정(@nytimes)을 통해 링크한 기사를 누르고 보도록 하는 한편, 같은 기사를 뉴욕타임스 홈페이지에서 직접 보도록 한 뒤 신뢰도를 비교 분석한 것이다. 비교 결과는 아래 테이블과 같다. 



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트위터 링크를 통해 볼 경우 뉴욕타임스 사이트에서 직접 같은 기사를 읽을 때에 비해 메시지 신뢰도, 정보원 신뢰도, 중요성 등이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마디로 트위터를 이용해 기사를 배포할 경우 독자들이 받아들이는 신뢰도가 더 낮아질 수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한 가지 의미 심장한 지적을 했다. 뉴욕타임스가 사이트를 전면 유료화 한 이후 소셜 미디어 링크를 통할 경우엔 공짜로 볼 수 있도록 했는데, 이게 과연 잘 한 정책인지 생각해볼 대목이란 것. 한 마디로 기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연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늘 그렇듯이, 지나친 일반화는 조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가 던지는 함의에 대해선 곰곰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트위터를 이용해 기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과연 매체 영향력에 플러스 효과가 있냐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물론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최근 여러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사이트를 직접 방문하는 비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선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분명 큰 도움이 된다. 아니 도움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 권장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만약 그런 경로를 통해서 기사를 접할 경우 독자들이 받아들이는 신뢰도가 현저히 낮아질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논문은 이런 질문을 던져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네이버 뉴스캐스트 아웃링크 신뢰도는 어떨까? 


또 한 가지. 한국적인 특수 상황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바로 뉴스캐스트다. 트위터를 통해 메시지를 접할 경우에도 저렇게 신뢰도가 떨어지는 데, 뉴스캐스트 아웃링크를 통해 기사를 접할 경우 기사에 대한 신뢰도가 더 떨어지지 않을까? 뭐, 최근 각 언론사들이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터라 신뢰도 얘기하기가 사치스럽긴 하지만, 어쨌든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도 한번쯤은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국내에선 그런 연구를 한번 해 보면 좋겠다. 언론사 사이트에 직접 접속할 때와, 뉴스캐스트 링크를 통해 접할 때, 그리고 트위터 같은 SNS 링크를 통해 접할 때 독자들이 받아들이는 신뢰도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비교 분석해 보는 연구. 같은 기사를 갖고 한번 연구해보면 좋지 않을까? 이거 네이버에서 프로젝트로 한번 해 보면 안 되나? 


이 글을 쓰는 덴 포인터연구소 기사를 많이 참고했다는 점을 밝힌다. 

 

기자 생활 초창기 겪었던 에피소드가 하나 생각난다. 그 때가 아마도 1990년대 초반쯤 됐을 것이다. 그 때 난 IT 전문 일간지에서 편집 기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당시 데스크들은 늘 한 면을 겨우 편집할 수 있는 만큼의 기사만 넘겨줬다. 그러다보니 늘 기사 꼭지 수가 모자랐다. 담당 데스크에게 기사 모자란다고 하면, 연합통신 텔렉스로 가서 종이 몇 장 찢어서 주곤 했다. 그러면서 꼭 한 마디씩 내뱉었다. "이 놈이 기자 두 명 몫 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한단 말이야." (아마도 당시 연합 기사 사용료가 기자 두 명 월급 정도 됐던 모양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난 굉장히 어렸다. 그리고 원칙주의자였다. 그런 데스크 모습이 정말 보기 싫었다. "어디 기사를 아웃소싱하다니…"란 생각을 했으니. (물론 그 땐 아웃소싱이란 멋진 말은 몰랐다. 그냥 '신성한 지면'을 연합 텔렉스 쪽지 북 찢어서 채워넣는 게 아주 못마땅했다.)


그로부터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 이젠 기사 쓰는 로봇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시대가 됐다. 기사 쓰는 로봇들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는 소식도 들린다. 보도자료나, 간단한 취재 기사 작성 능력은 아주 뛰어난 모양이다. 


하이퍼 로컬 뉴스 전문업체의 몰락 


자, 서론이 길었다. 최근 미국에선 '하이퍼-로컬 뉴스' 아웃소싱 전문 업체인 저내틱(Journatic)이란 업체 때문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하이퍼 로컬 뉴스란 우리로 치면 구, 군, 동 단위 등 최말단 지역 뉴스를 의미한다. 대형 언론사들이 이런 뉴스까지 커버하기엔 비용이 너무 들기 때문에 저내틱에게 아웃소싱을 했던 것. 


그런데 저내틱이 공급한 일부 기사가 엉뚱한 기자 바이라인을 사용하는가 하면, 심지어 다른 기사를 표절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커졌다. 결국 시카고 트리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같은 대형 언론사들이 저내틱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한 때 '하이퍼로컬 기사 아웃소싱'이란 그럴듯한 모델을 만들어냈던 저내틱이 가짜 바이라인과 기사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당분간 하이퍼로컬 저널리즘 자체에 대한 비판이 상당히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가디언을 비롯한 몇몇 매체들은 그런 논조의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기가옴이 잘 지적했듯이 이번 사건으로 '하이퍼로컬' 기사 아웃소싱이란 콘셉트 자체를 탓할 문제는 아니다. 실제로 저내틱이 내세우는 명분을 곰곰히 살펴보면 상당히 그럴 듯한 부분이 많다. 비교적 단순한 업무를 아웃소싱 하는 대신 기자들은 탐사 보도와 기획물에 전력을 쏟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역 구석 구석에 있는 소식들을 취재하려고 인력을 배치하는 건 수지 타산을 따져도 그리 남는 장사는 아니란 주장이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우리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IT 쪽 언론에서 가장 큰 애물 단지는 역시 보도자료일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기자들은 매일 꽤 많은 보도자료를 처리한다. 출입처에 따라선 엄청나게 많은 자료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이다.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출입처와의 관계 때문에 자료를 처리해주는 경우고 적지 않다. 


물론 보도자료를 무조건 폄하할 문제는 아니다. 사실 보도자료만큼 중요한 기사 거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 중에선 조금만 더 취재를 하면 훌륭한 기사로 만들 수 있는 것들도 적지 않다. 그러니 보도자료라고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 


문제는 보도 자료를 활동의 중심 축으로 삼다 보니, 비슷비슷한 기사들만 쏟아낸다는 점이다. 맘 잡고 굵직한 것 추적 취재를 하려고 해도,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자료 처리하느라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도 생각해 볼 문제들 


자, 다시 다른 얘기로 넘어가보자.


우리 나라 처럼 시장 규모가 적은 곳에서는 '소수 정예형 언론 모델'로 가야만 한다는 게 내 신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직원 수가 30명을 넘기게 되면 만만치가 않다. 돈이 될만한 광고주는 뻔한 상황에서, 결국 돈 벌 수 있는 곳의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소수정예형 미디어를 운영하면서 핵심적인 부분만 다루든가, 그도 아니면 대부분의 일상적인 콘텐츠는 아웃소싱 하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 잘 나가는 IT 매체들은 대부분 소수 정예로 운영되고 있다. 베테랑 기자들이 깊이 있는 기사를 쏟아내면서 자리를 잘 잡고 있다. 게다가 각 언론사마다 장점이 뚜렷하게 다르다. 한참만 읽어보면 매셔블과 테크크런치, 기가옴, 더버지 같은 사이트들이 어떻게 다른지, 또 각자의 장점은 어떤 쪽인지 금방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미국과 우리 상황을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다. 시장 규모가 다르고, 쓰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쓰는 언어가 다르다는 건, 그 쪽은 영어를 쓰기 때문에 글로벌 독자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랜만에 긴 글을 쓰다 보니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다. ㅋㅋ. 이제 글을 마무리해 보자.


자, 다시 저내틱 얘기로 돌아가 보자. 저내틱 설립자는 기가옴과 인터뷰에서 모든 걸 자동화하거나 아웃소싱 함으로써 기자들은 좀 더 부가가치 높은 일에 주력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주장했다. 맞는 얘기다. 


창업자와 갈등 끝에 편집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난 파우처란 인물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직접 인용해 보자. 


Journatic’s core premise is sound: most data and raw information can be managed much more efficiently outside the traditional newsroom; and, in order for major market community news to be commercially viable, it needs be conducted on a broader scale than ever before.


나 역시 이들의 주장에 전폭적으로 동의한다. 비록 표절과 엉터리 바이라인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긴 했지만, 저내틱이 던진 화두는 앞으로 언론계에서 심각하게 고민해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불황기에, 시장도 작은 나라에서, 인터넷 언론사들이 이것 저것 다하려고 해선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명령 집행이 일시 정지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6일(현지시간) 삼성의 갤럭시 넥서스 스마트폰 판매금지 집행 연기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지난 3일 새너제이 지역법원 판결로 판매가 금지됐던 갤럭시 넥서스는 사흘 만에 다시 판매재개됐다. 한 때 사라졌던 구글 플레이 매장에도 다시 등장했다. 


이번 판결 이후 몇몇 국내 언론은 항소법원이 하급심 판결을 뒤집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것이 연합뉴스 기사다. 연합뉴스는 "갤럭시 넥서스 판매 일시 허용"이란 주제목 밑에 '하급심 결정 뒤집어'란 부제를 달았다. 


법률적으론 큰 의미 부여 힘들어 


하지만 항소법원의 이번 판결은 법률적으론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 하급심 판결을 뒤집었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냥 재판 진행 절차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항소법원이 판매금지 집행을 일시 중단한 것은 삼성의 연기 신청에 대한 애플의 답변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오는 12일까지 삼성의 판매금지 집행 정지 신청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항소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특허 전문가인 플로리언 뮐러는 "판매 허용과 금지를 왔다 갔다 하는 상황(on again, off again)"이라고 평가했다. 루시 고 판사가 판매금지 판결한 이후 애플이 곧바로 공탁금을 기탁하면서 시작된 판매금지 조치가 항소법원의 집행 일시 정지 명령으로 다시 풀린 때문이다.


항소법원의 판결문을 봐도 특별한 설명이 없다. 그냥 삼성의 신청을 받아들인다고만 돼 있다. 


법률적으론 큰 의미가 없는 결정일지라도 삼성에겐 큰 도움이 되는 판결임에는 분명하다. 판매금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구글은 연방지역법원의 판매금지 판결 이후 곧바로 소프트웨어 패치 계획을 발표했다. 갤럭시 넥서스에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대신 최신 버전인 젤리 빈을 탑재한 뒤 다시 출시할 계획이다. 이들은 또 갤럭시 넥서스에서 특허 침해 논란이 있던 몇몇 소프트웨어도 개선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런 작업을 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번에 항소법원에서 판매금지 집행 정지 청원이 받아들여짐에 따라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삼성, 경제적 피해 최소화 효과 


항소법원의 이번 결정이 본안 소송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항소법원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판결문에는 그냥 삼성의 신청을 받아들인다고만 돼 있다.


하지만 특허전문가인 플로리언 뮐러는 "삼성 측이 판매금지 명령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설득하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곧바로 항소심이 끝날 때까지 판매금지 명령을 연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순 없다고 뮐러가 분석했다.


판매금지 명령 직후 삼성과 구글이 문제가 된 부분을 피해갈 수 있는 새 제품을 내놓겠다고 선언한 점도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애플 입장에선 바로 그 점을 들어서 항소심 끝날 때까지 판매금지를 하더라도 삼성 쪽에 가혹한 판결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일시 정지된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조치는 애플이 답변서를 제출하는 대로 곧바로 다시 적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이번 결정으로 경제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당장 갤럭시 넥서스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놓을 때까지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수 주 정도로 예상되는 유예 기간 동안 소비자들과 단절되지 않는다는 건 큰 힘이 될 수 있다.

15년 쯤 전에 난 국내 대표적인 인터넷신문 중 한 곳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 무렵은 IMF 한파가 거세게 휘몰아치던 시절. 즐거운 뉴스라곤 찾아보기 힘든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즐거운 소식이 있었으니 바로 박찬호였다. 당시 LA다저스에서 뛰던 박찬호 선수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말로만 듣던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던 박찬호 선수의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 때 우린 또 다른 인터넷신문사와 엄청난 속보 경쟁을 하고 있었다. 그 때는 포털 뉴스란 것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양대 언론사의 인터넷신문이 속보 경쟁의 중심축 역할을 하던 시절이었다.


돌이켜보면 웃음만 나오는 15년 전의 박찬호 속보 경쟁  


특히 박찬호 선수가 선발 등판해서 승리투수가 되는 날이면 속보 경쟁이 불을 뿜었다. 우선 그 얘기를 해보도록 하자. 


(다른 선발투수도 그렇지만) 박찬호 선수도 (이기고 있는 경기라 할 지라도) 대개는 7회를 전후해서 내려가게 마련이다. 그 때부턴 본격적으로 불펜진이 가동된다. 


당시 LA다저스의 마무리 투수는 제프 쇼였다. 기억하는 사람은 기억할 테지만, 제프 쇼 선수는 '막강 마무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 보니, 다저스가 이기고 있는 경기의 9회는 늘 아슬아슬했다. 


우린 일단 박찬호 선수가 승리투수가 된다는 가정 하에 기사를 다 써놓고, 제목까지 완성시켜 놓은 상태에서 제프 쇼의 '마무리 곡예'를 지켜봤다. 마지막 아웃이 선언되자마자 '버튼'을 눌러서 판을 갈기 위해서였다. 


아마도 우리 쪽의 '버튼 작동 실력'이 좀 더 나았던 모양이다. 경쟁사와의 속보 경쟁에서 주로 이겼던 기억이 있다. 그래봐야 차이나는 시간은 1분 30초 내외. 하지만 우린 1분30초 먼저 톱 기사를 갈아끼운 사실에 뿌듯한 기분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 차이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 무렵 박찬호 선수 경기 중계를 할 때는 웬만한 사무실에선 텔레비전을 켜놓을 정도였으니.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때는 수시로 인터넷 들어와서 뉴스 확인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


어쨌든 두 회사 편집진 외엔 그 누구도 관심 없는 경쟁 때문에 우리는 거의 30분에서 한 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아무런 일도 하지 못했다.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한국 인터넷신문 역사 초기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다. (하긴 요즘엔 이런 경쟁을 하는 기사에도 [단독]이라고 붙여서 내보내는 언론사가 있으니, 그래도 그 때는 양심적이었던 것 같다.)


속보 쫓다가 대형 망신 당한 CNN


주말 오후에 웬 인터넷신문 드립? 이라고 할 지 모르겠다. 오늘 이런 저런 뉴스를 뒤적이다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법 위헌 여부 판결을 둘러싸고 한 바탕 소동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CNN과 폭스뉴스가 대형오보를 날린 모양이다. 


오바마케어(ObamaCare)로 불린 건보법 개정안은 미국 대선 경쟁의 핵심 쟁점으로 불릴 정도로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쟁점이 된 부분은 '개인의무가입 조항'이었다. 결국 공방 끝에 이 조항은 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된 것. 대법원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이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결을 내리기로 돼 있었다.


오바마의 건강보험법 개혁안은 미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사안. 1990년대 후반 한국 국민들이 박찬호 선수 경기에 기울였던 관심보다 훨씬 더 큰 관심을 받는 사안이었다. 당연히 엄청난 속보 경쟁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CNN이 조금 오버를 해 버렸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인 이날 오전 10시7분 '대법원, 개인가입 의무조항 위헌 판결(Supreme CT. kills individual mandate )'이란 속보를 내보낸 것이다. CNN은 트위터를 통해서도 이 소식을 곧바로 쏴줬다. 그런데 이게 오보였던 것이다. 대법원은 합헌 판결을 내렸던 것이다.오바마 대통령조차 CNN 속보를 보고, 한 동안 자신의 건강보험 개혁안이 위헌 판결을 받은 줄 알았다고 한다. 이 쯤 되면 초대형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CNN 기사가 떠 있는 태블릿을 들고 있는 아래 사진은 개리 히란 사람이 만든 것이다. 트루만 대통령이 자신이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보도한 신문을 높이 들고 있던 사진을 패러디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법원 판결문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게 좀 애매하다. 기사 문장과 달리 '위헌 판결한다'고 서두에 선언해주는 게 아니다. 끝까지 다 읽고, 곰곰히 의미를 파악해야만 알 수 있다. CNN이 어떤 경로로 그렇게 판단했는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판결문을 오독해서 '위헌'이라고 내지른 셈이다. 


이번에 CNN이 오보를 냈다는 걸 처음으로 밝혀낸 건 로펌에 근무하는 81세 블로거 였다. 그래서 CNN은 이번 오보 파동이 더 아플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CNN은 "판결 의미를 재빨리 파악하는 능력이 81세 블로거보다 못하냐?"는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미국의 미디어 전문가들 사이에선 CNN의 이번 오보 파동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당연하게도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가 뉴스 소비의 중심이 된 시대에 특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성찰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CNN의 이번 오보 파동으로 '과정으로서의 뉴스'란 개념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제프 자비스가 처음 제기한 '과정으로서의 뉴스'는 소셜 시대 뉴스의 특성을 잘 짚은 개념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뉴스는 완성품이 아니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계속 새로운 사실이 덧붙여지면서 발전해나가는 것이란 게 '과정으로서의 뉴스' 개념의 기본 골자다. (과정으로서의 뉴스 개념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은 뉴스는 완성품이 아니라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참고하라. 


미국 NPR의 앤디 카빈이란 사람이 아랍권의 민주화 시위 당시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 뉴스를 전해준 것이 '과정으로서의 뉴스'를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과정으로서의 뉴스 개념 놓고 치열한 공방 


그런데 일부에선 CNN의 이번 오보 파동도 '과정으로서의 뉴스'로 봐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포인터연구소의 스티브 마이어란 사람이다. 그는 CNN이 오보를 내긴 했지만, 재빨리 오보를 수정하고 진전된 내용을 보도한 자체를 '과정으로서의 뉴스'로 봐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CNN은 이번 보도 과정에서 "현재 알고 있는 것을 보도한 뒤 잘못된 내용은 다음에 수정한다"는 자비스의 '과정으로서의 뉴스' 개념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비판이 거세다. 대표적인 것이 기가옴의 매튜 잉그램 기자다. 그는 지난 해 NPR의 앤디 카빈이 했던 것과 이번 대법원 판결 사례는 성격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아랍권의 민주화 시위는 어느 쪽으로 진행될 지 알 수 없는 사건인 반면, 대법원 판결은 모든 사람들이 판결문 카피본까지 갖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과정으로서의 뉴스'라고 보기 힘든 사안이란 것이다. (하긴 그나마 CNN은 나은 편이다. 바로 오보였다고 실토를 했으니, 머독 계열인 폭스뉴스는 한참 동안 오보가 아니라고 빡빡 우긴 모양이다.)


어쨌든 CNN의 이번 오보 사태는 소셜 미디어 시대 특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 사건이었던 것 같다.


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가 보자. 15년 전 경쟁사와의 속보 경쟁에서 이길 때마다 우리는 뿌듯해했다. 역시 우리가 한 수 위라며 엄청 좋아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정말 부질없는 경쟁이었다. 그보다는 박찬호 경기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의미 있게 분석해주려는 노력을 했더라면, 독자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그건 요즘도 마찬가지다. 특종도 좋고, 최초 보도도 좋지만, 이젠 예전에 비해 최초 보도의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 뉴스 순환 사이클이 워낙 빨라졌기 때문이다. '과정으로서의 뉴스'란 개념이 나온 것도 이런 시대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니 특종과 속보 경쟁에 대한 언론사의 마인드도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언론재벌인 루퍼트 머독이 대대적인 구조조정 방침을 밝혔다. 뉴스코퍼레이션을 신문, 출판 부문과 엔터테인먼트 등 두 개 부문으로 쪼개갰다고 선언한 것이다. 당연히 이번 구조조정이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머독이 신문 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린 것이란 진단이 가능하다. 한 마디로 신문, 출판 쪽을 버리고 엔터테인먼트 쪽에 주력하겠다는 속내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두 개 회사로 나누면서 배치한 것을 보면 이런 속내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신문 출판 쪽에는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해 더선, 타임스, 뉴욕포스트 등 신문사와 하퍼콜린스를 비롯한 출판사들이 배치돼 있다. 반면 엔터테인먼트 쪽에는 케이블 채널인 유로를 비롯해 20세기폭스 영화사 등이 있다. 


이번 분사 조치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폭스뉴스다. 예상과 달리 폭스뉴스를 엔터테인먼트 쪽에 분류한 것. 철저하게 돈 버는 사업을 한 쪽으로 몰아놓고 돈 안 되는 언론 쪽은 언제든 버릴 태세를 갖춘 셈이다.


500억달러를 웃도는 뉴스코퍼레이션 전체 자산 중 신문, 출판 쪽 비중은 10% 남짓한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더 선이 그나마 조금 돈을 벌 뿐 나머지 매체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결국 성가신 신문사업을 떼어냄으로써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 석권이란 야심을 실현하는데 좀 더 힘을 받게 됐다.


지난 해 불거진 해킹 사건도 큰 영향 미친 듯 


하지만 이번 조치를 단순히 돈 안 되는 신문사업 정리란 측면에서만 바라볼 문제는 아니다. 그 대목에서 생각나는 사건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지난 해 불거졌던 휴대폰 해킹 사건이요, 또 하나는 B스카이B TV를 인수하는 과정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뉴스코퍼레이션 산하 위성 뉴스 채널인 스마이뉴스가 취재원 이메일을 불법 해킹한 사건이 발각되면서 머독 부자가 청문회에 불려나갔다. 


청문회에서는 해킹 문제 못지 않게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이 B스카이B TV 인수 과정에서 영국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뉴스코퍼레이션은 B스카이B의 지분 39.1%를 갖고 있으며, 나머지 60.9% 인수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해킹 파문이 불거지면서 일단 인수가 무산됐다. 


머독 입장에선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니먼 저널리즘 랩의 표현대로 "뉴스 쪽에서 뭔가 큰 사건을 친 모양인데. 이런 식으로 정리했다"는 걸 보여주지 않읋 수 없는 상황이란 얘기다. 


이는 세계 엔터테인먼트 및 스포츠 중계 시장을 장악하려는 머독의 야심과 직결된다. 머독이 스카이TV를 완전히 손에 넣겠다는 야심을 포기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신문 사업의 미래는 어떻게? 


머독 제국에서 천대받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뉴스코퍼레이션의 뉴스 사업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니먼 저널리즘랩에 따르면 올해 뉴스코퍼레이션 뉴스 사업 부문은 83억달러 매출에 6억달러 수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판 부문인 하퍼콜린스(매출 10억달러)를 제외하더라도 세계 최대 수준이다. 2위인 가넷은 지난 해 매출 52억달러에 순익 4억5천800만달러를 기록했다. 


새롭게 탄생하는 출판 부문 회사의 중심은 역시 다우존스이다. 페이드콘텐트에 따르면 뉴스코퍼레이션은 지난 주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스카이뉴스 해킹 스캔들에도 연루된 레스 힌턴 대신 렉스 펜윅을 새 CEO로 임명한 것. 펜윅은 로이터 출신인 앨리사 보웬을 다우존스의 제품개발 책임자로 임명했다. 


배런스, 올싱스디지털 등을 거느리고 있는 다우존스 사업 부문의 매출 규모는 13억달러. 반면 또 다른 축인 월스트리트저널은 10억달러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일단 다우존스가 향후 뉴스 전략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되면서 월스트리트저널을 WSJ로 바꿀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역시 니먼 저널리즘랩에 따르면 다우존스 책임자가 된 보웬은 앞으로 크게 세 가지 전략을 수행할 계획이다. 즉 어디서나 뉴스를 볼 수 있도록 한다는 뉴스 에브리웨어 전략을 비롯해 동영상 강화, 국제 시장 공략 등이 3대 전략의 핵심 축이다. 


어쨌든 다우존스를 중심으로 한 뉴스코퍼레이션의 뉴스 사업 부문은 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 등과 직접 경쟁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마진율이 7%에 불과한 뉴스 사업 부문이 앞으로 계속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게다가 지난 해 해킹 사건을 겪으면서 가뜩이나 돈 잘 못 버는 뉴스사업에 대한 정이 떨어진 머독이 계속 애정을 보여줄 지도 의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다우존스에다 IT 시장의 대표적인 특종 기지로 통하는 올싱스디지털 같은 알토란 같은 매체들도 거대한 구조조정의 한파를 쉽게 피해가진 못할 것 같다. 

얼마 전에 고커 미디어가 댓글 시스템을 개혁하고 있다는 포스팅을 한 적 있다. 고커 창업자인 닉 덴턴이 쓰레기 더미가 된 댓글 공간을 진정한 공론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면서 야심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사실 댓글 공간은 그 동안 필요악이었다.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장점보다는, 온갖 유언비어와 욕설이 난무하는 공간으로 전락한 때문이다. 최근 들어 주요 언론사들이 소셜 댓글을 도입한 것 역시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관련 글을 올리고, 이걸 연결해줄 경우 함부로 배설하지는 못할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닉 덴턴이 고커에서 시도하고 있는 댓글 시스템은 이런 한계를 한번 개혁해보겠다는 것이다. 이런 시도에 대해 '많아지면 달라진다' 같은 저술로 유명한 클레이 서키는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댓글은 뉴스를 둘러싼 대화'란 관점 


도대체 고커미디어의 댓글 시스템은 어떤 방식으로 구동되는걸까? 일단 고커는 시간 순으로 단순 배치해주는 방식을 탈피했다. 대신 댓글=대화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 이를 통해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을 고려한 댓글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 고커의 야심이다.


클레이 서키는 니먼저널리즘랩에 기고한 글을 통해 고커의 시스템이 어떤 기조로 운영되는지 설명해주고 있다. I’m a Gay Mormon Who’s Been Happily Married for 10 Years 란 기사에 실린 댓글을 중심으로 한번 살펴보자. 





이 기사에는 26일 현재 총 153개의 댓글이 달려있다. 하지만 실제로 기사 뒤에 노출돼 있는 것은 8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댓글은 보이지 않도록 돼 있다. 그럼 노출된 8개의 댓글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한 것일까? 당연히 국내 포털에서 볼 수 있는 시간 순, 추천 순 같은 단순한 알고리즘과는 거리가 멀다.


잘 보면 알겠지만, 기사를 쓴 존 위드의 글과 다른 사람이 쓴 댓글이 번갈아 노출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고커가 새롭게 선보인 댓글 시스템은 글 쓴 사람과 독자들이 대화를 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기사에서 크게 노출되어 있는 댓글은, 고커의 알고리즘이 기사를 둘러싼 의미 있는 대화라고 판단한 것들이다. 각 댓글 옆에 붙어 있는 글들은 노출된 댓글에 대한 덧글들이다. 이런 방식으로 구성할 경우 댓글 자체가 뉴스를 중심으로 한 또 다른 (건전한) 대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고커 측의 생각인 듯 하다. 


클레이 서키는 이 같은 사실을 설명해주면서, 고커가 새롭게 선보인 댓글 시스템에서는 원 기사에 대해 뭔가 반응한 댓글보다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댓글에 대해 의견을 덧붙인 글들이 더 잘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눈에 띄는 점은 각 댓글이 고유 주소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앞으로 고커는 댓글 검색 시스템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번에 올린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뉴스를 둘러싼 브레인스토밍을 여과없이 보여주겠다는 야심을 그대로 구현한 알고리즘인 셈이다.


'댓글 저널리즘'의 새로운 장을 열까


과연 고커의 댓글 개혁 정책이 성공할까?


클레이 서키 역시 고커의 댓글 시스템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단 알고리즘이 진짜 중요하고 의미 있는 댓글을 제대로 골라낼 수 있을 것이냐는 부분이 우선 떠오르는 문제점이다. 어쩌면 이 부분이 고커의 댓글 시스템의 성공을 좌우할 핵심 과제일지도 모른다.


클레이 서키는 이 외에도 고커의 댓글 알고리즘이 일반인에겐 너무 어렵다는 점, 또 기존 시스템에서 댓글 공간을 지배했던 '빅 마우스'들이 새로운 공간까지 지배해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고커의 개혁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특히 댓글 자체를 뉴스를 둘러싼 대화로 만들겠다는 시도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고유 URL을 부여하고, 또 댓글 검색 시스템까지 갖추겠다는 계획 역시 관심을 끈다. 


일반인들이 고커의 정교한 알고리즘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잘만 하면 '댓글 저널리즘'의 새로운 진수를 선보일 수도 있을 전망이다. 게다가 이런 식의 물관리가 잘 될 경우엔 익명으로 댓글을 쓸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