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주저되는 고백이긴 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뉴스를 네이버에서 본다. 내가 쓴 기사조차 네이버에서 다시 찾아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기사에 어떤 반응들이 올라와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요즘 한창 열기를 더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야구 뉴스를 볼 때는 일삼아 댓글을 읽는다. 그 속에서 가끔 발견하는 멋진 정보들이 내겐 기사 못지 않은 상큼한 선물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뉴스 읽는 재미가 부쩍 줄어버렸다. 네이버가 댓글 정책을 바꾼 때문이다. 일부러 눌러야 보이는 댓글, 일삼아 눌러보면 예전만 못한 썰렁한 분위기. 이 모든 것들이 '디지털 시대의 뉴스 읽기'에 익숙해진 내게는 견디기 힘들 정도다.

네이버의 이번 댓글 정책 개편은 모든 이용자에게 기본 클린 지수를 부여하고 블라인드 설정을 통해 클린지수가 낮은 이용자의 댓글은 보이지 않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의견펼치기 버튼을 눌러야만 댓글이 보이도록 기본 설정을 수정한 것도 눈에 띈다.

홍은택 NHN 이사는 최근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웹2.0시대의 의제 설정'이란 칼럼을 통해 네이버가 왜 댓글 정책을 바꿀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잠시 그 대목을 읽어보자.

"내가 운영을 맡고 있는 네이버뉴스의 경우 이용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은 댓글이다. 얼마 전까지 하루에 댓글을 쓰는 사람은 5만명이고 하루 댓글 15만 가지가 올라왔다. 그리고 150만명이 댓글을 읽었다. 겉으로 보면 많은 수인 것 같지만 하루 네이버뉴스 이용자가 500만명인 점을 고려할 때 그 중 1%가 쓰는 댓글을 150만명이 보는 구조였다. 사회적 참여의지가 강한 1%가 사회적 의제설정을 주도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일 수 있다. 만약 150만명이 1%가 던지는 메시지를 가려줄 수 있다면." 홍은택 '웹 2.0 시대의 의제 설정' 중


그는 이런 설명을 토대로 "정보의 선택과정이라도 최소한 참여하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댓글 공간에서 침묵하는 다수들이, 최소한 댓글을 보지 않을 권리라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런 설명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바는 아니다. 홍 이사도 예로 들었듯이, 지난 여름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 때의 댓글 공간은 혼탁하기 그지 없었다. 도대체 저런 쓰레기 공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저질스러웠다. 게다가 엄청난 댓글들을 저장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스토리지 비용' 역시 무시못할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선 네이버의 이번 정책 변화가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신명나는 댓글 공간'을 잃어버린 나는, 이성적으로는 네이버에 동조하면서도, 심정적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여기서 잠시 2002년 월드컵을 떠올려보자.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지배한 코드는 '더불어 함께하기'였다. 시청 광장에 모여 목이 터지도록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우린 하나가 됐다. 2002년 6월의 함성을 통해 우리는 축구가 단순한 스포츠 이상이라는 것을, 모두를 하나로 만들어주는 거대한 문화적 매개물이라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2002년 여름의 기억을 통해 우리가 자연스럽게 '감동'을 떠올리는 것은 광장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밀실'에서 외치던 함성을 광장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내가 댓글 공간을 통해 기대했는 것은 바로 이런 문화였다. 함께 얘기하고 더불어 토론하는 공간. 하여,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 이를 통해 또다른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공간.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뉴스 역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나누던 문화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함께 하는 감동'이 낯선 것만도 아니다.

많이 혼탁해진 댓글 공간과 민감한 시기적 상황 때문에 '결심'을 했음직한 네이버의 정책 변화가 아쉬운 것은 바로 이런 '소박한 감동'이 사라진 때문이다. 자꾸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란 아쉬움이 밀려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얼마전 어떤 동료와 "댓글 공간에 나이를 표시해 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나눈 적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댓글 폭력'을 당하는 쪽이 걸러서 들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그 동료의 주장이었다.

물론 그 동료의 주장이 100% 옳은 건 아니다. 개인 정보 침해 우려도 있고, 또 나이를 표현하는 게 과연 제어장치 노릇을 해 줄 수 있을 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댓글 공간에 거대한 자물쇠가 채워진 이후부터는 웬지 뉴스 읽는 신명이 사라진 느낌이다. 이맘 때쯤이면 메이저리그 관련 기사 뒤에 붙은 댓글을 일삼아 읽었을 내가, 요즘은 그냥 간단한 소식만 접하곤 얼른 나와 버리고 만다.

그래서 '신명나는 광장'을 만들기보다는 '썰렁하지만 질서 있는 공간'을 택한 네이버의 정책 변화가 조금은 아쉽다.

온라인 뉴스 시장을 향한 구글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지난 주 AP통신을 비롯한 일부 언론들과 콘텐츠 계약을 맺으면서 아웃링크 일변도의 뉴스 서비스 전략에 변화를 꾀할 조짐을 보이더니, 이번엔 국내 언론사들과 본격적으로 콘텐츠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모양이다.

대상은 조선일보 등을 중심으로 한 뉴스뱅크 회원사들. 내용은 아카이빙 구축 지원과 공동의 온라인 광고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수익 공유 등이 골자인 것 같다.

구글의 이 같은 제안은 포털들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온라인 뉴스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 같다. 최근 포털들의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주요 언론사닷컴들의 이해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그 동안 뉴스뱅크를 중심으로 한 언론사닷컴들은 주요 포털들에 '콘텐츠 원형 유지' 등을 요구하면서 나름대로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각 사별로 생각하는 것들이 조금씩 달라 이들이 거대 포털들을 상대로 공동 전략을 제대로 펼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다소 의심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 동아일보가 NHN가 제휴 관계를 맺으면서 '각개격파'(이런 표현이 가능한지 모르겠다.)로 가는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갖게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구글 변수가 생기면서 온라인 뉴스 시장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구글 안에만 뉴스 콘텐츠가 머물러 있도록 하진 않겠다'는 제안까지 한다고 하니, 앞으로 어떤 식으로 변화 발전해 나갈 지 그 귀추가 심히 주목된다.

구글의 이 같은 행보를 '온라인 뉴스 시장에서 포털들을 무장해제하겠다'는 뜻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뭐, 그리 틀린 분석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난 구글의 이번 전략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고자 한다. 그 동안 쉽지 않았던 한국 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온라인 뉴스를 택한 것 아니냐는 게 바로 그것이다. Life is enjoy 님의 글을 보니 검색부분의 점유율은 구글이 3~5%의 낮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네이버가 70% 이상이라고 한다.

검색 엔진의 성능 면에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구글이 왜 한국 시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일까? 그건 바로 '지식인'과 뉴스 콘텐츠로 무장한 네이버라는 한국적 검색 서비스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식인 검색'에 익숙한 한국 네티즌들에게 구글은 사실 그리 위력적인 대상은 아니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 마디. 나는 네이버 검색 보다는 구글 검색을 훨씬 선호하는 편이다.)

아마 이 대목에서 구글은 많은 연구를 한 듯하다. 한국 독자들을 유인하는 요인 중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뉴스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는 말씀이다. 물론 구글이야 기본적으로 사이트 내에 가둬두는 구조는 아니니까, 포털들의 기존 뉴스 서비스와는 차별성이 있을 것은 분명하다.

어쨌든 구글로선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선 '순수 검색'으로 승부하는 것보다는 콘텐츠 제공업체와의 제휴가 더 빠른 길이라는 판단을 한 것은 아닐런지? 그렇게 함으로써 국내 시장의 양대 거목인 네이버와 다음을 약화시키는 효과도 누릴 수 있을 테고.

반면 그 동안 주요 언론사들을 달래느라 골머리를 썩였던 포털들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 돼 버린 느낌이다. 구글이 파격적인 제안을 한 만큼, 포털들의 말발이 약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네이버와 다음이 굳게 지키고 있는 시장에 기반을 닦으려는 구글과, 10년전부터 몇 년 동안 온라인 뉴스 시장을 주도했던 화려했던 옛날로 되돌리려는 언론사닷컴의 이해관계도 상당히 맞아 떨어진다.

이제 곧 있으면 대선 정국으로 본격적으로 진입할 텐데, 온라인 뉴스 시장에서는 대선보다 더 흥미진진한 한 바탕 승부가 벌어지려 하고 있다. 그 승부의 귀추가 심히 궁금하고, 또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