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6월 13일.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통킹만 사건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를 게재했다. 긴급 입수한 국방부 기밀 문서(펜타곤 페이퍼)를 토대로 한 이 기사는 당시 미국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

'통킹만 사건'은 1964년 8월 2일과 4일 베트남 통킹만에 주둔 중이던 미군 구축함을 북베트남 어뢰정이 2차례에 걸쳐 공격했다고 발표된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은 북베트남에 대한 폭격 및 대규모 지상군 투입을 결정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지상군을 투입하면서 "복베트남이 미군 구축함에 선제공격해와서 미군이 반격을 가했다"고 선전했다. 정당 방어 차원에서 통킹만을 공격했다는 것이 당시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었다.

하지만 국방부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북베트남군은 미국 구축함의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상태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베트남 침공을 결정한 존슨 행정부가 의회의 전쟁 승인을 받아내기 위해 통킹만 사건을 조작했던 것이다.

이 보도로 궁지에 몰린 미국 정부는 1급 기밀 누설 혐의로 뉴욕타임스를 제소했다. 하지만 '국익'과 '국민의 알 권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던 이 사건의 최종 승자는 뉴욕타임스였다.

당시 연방 대법원은 "국가 안보란 결국 미국인의 자유를 지키는 것으로, 정부를 감시하기 위해서도 언론의 자유는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뉴욕타임스에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주는 것이 곧 안보"라는 게 대법원 판결의 골자였다.

지난 해 말부터 사이버 공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네르바 문제가 일단락됐다. 법원이 징역 1년 6월을 구형한 검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미네르바가) 문제가 된 글을 게시할 당시 그 내용이 허위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설령 인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상황과 외환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공익을 해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무죄 판결 사유를 설명했다.

검찰 구형 당시 무리한 법 집행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만큼 법원에서나마 무죄가 선고된 데 대해 다행으로 생각한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이버 망명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살벌한 인터넷 공간에 다시 활발한 대화와 토론이 재개되길 기대해 본다.

물론 기자 역시 인터넷을 무정부적인 공간으로 방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들에 대해서는 응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또 무차별적인 악플 역시 적절하게 제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틀린 담론'이 아니라 '다른 담론'에까지 무서운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서로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토론과 논쟁을 거듭하는 가운데 발전해 나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최대 장점이기 때문이다.

미네르바 사건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국익'과 '알 권리'를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았다. 알 권리 못지 않게 국익도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기자도 공감한다. 하지만 '국익'과 '정권의 이익'을 혼동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은 앞에서 소개한 뉴욕타임스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통킹만 사건 관련 보도는 그 사건을 주도했던 존슨 행정부에는 큰 상처를 안겼다.

하지만 미국 국민들은 그 덕분에 한 단계 더 성숙한 민주주의를 만끽할 수 있었다. 통킹만 보도는 워싱턴포스트의 '워터게이트 특종' 같은 탐사보도들의 물꼬를 연 사건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법원의 미네르바 무죄 선고를 환영한다. 그리고 이번 판결이 건전한 토론과 논쟁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