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설립된 슬래시닷은 대표적인 온라인 공론장(online public sphere)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최근 급부상했던 딕닷컴(digg.com)이 추천수 조작 시비에 휘말리면서 상대적으로 그런 시비가 적었던 슬래시닷의 평가 시스템에 관심이 쏠린다.

슬래시닷은 moderator와 metamoderator의 두 단계로 평가인력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moderator은 슬래시닷에 매일 올라오는 글들을 평가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각 포스트들에 대해 매긴 평가점수는 그대로 사이트에 반영된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만으로는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슬래시닷은 metamoderator들을 추가로 운영한다. 이들은 moderator들을 평가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잣대는 평가의 공정성, 정확성 같은 것들이다. (슬래시닷 회원들은 로그인하게 되면, 하루에 한번 metamoderator로 활동할 수 있다.)

슬래시닷의 온라인 공론장 메커니즘을 연구한 나다니엘 푸어(Nathaniel Poor)는 metamoderator들이 평가한 결과 moderator들의 공정성이 92-93% 수준이라고 한다.

moderator가 되려면 우선 로그인을 해야 한다.(그래야만 그들이 평가한 것들을 또 다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새롭게 가입한 사람들에겐 평가 권한을 주지 않는다. 평가시스템을 남용하다가 쫓겨난 사람들이 새롭게 아이디를 만들 가능성 때문이다. 또 평가 권한을 얻으려면 슬래시닷에 올라온 글들을 많이 읽어야 한다.

moderator로 활동하는 사람들에겐 처음에 5점을 부여한다. 그는 이 점수 내에서(한번 할 때마다 하나씩 소진된다) 평가를 해야만 한다. 따라서 자신의 포인트를 상당히 가려서 써야하는 것이다.  

슬래시닷은 또 익명으로 포스팅한 사람들은 평가 측면에선 약간의 핸디캡을 갖도록 하고 있다.

슬래시닷은 이와 함께 karma라는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한 마디로 개인에 대한 평판 시스템이다. 이를테면 좋은 글을 올리게 되면 카르마 점수가 올라가는 반면, 관계 없는 글이나 비방, 욕설 같은 것들을 올리면 점수가 내려가게 된다.

위의 내용들은 JCMC에 게재된 'Mechanisms of an Online Public Sphere: The Website Slashdot' 을 대충 요약한 것이다.

이 논문을 쓴 푸어는 슬래시닷이 하버마스의 공론장 개념을 상당히 잘 구현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참고로 하버마스는 공론장을 구현하기 위한 조건으로 크게 네 가지를 꼽았다.

즉 공론장은 1) 담론의 공간이며, 2) 이전에는 소외되었던 새로운 사람들에게도 문호가 개방되어 있으며 3) 논의되는 이슈들이 때론 정치적이며 4) 발화자의 신분이 아니라 콘텐츠의 내용에 따라 평가받는다.

논문만 읽어서는 슬래시닷의 정확한 평가 시스템을 파악하지는 못하겠다. 잘 아시는 고수분들, 댓글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