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블로깅을 하면서 느끼는 재미 중 가장 큰 것을 꼽으라면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이다. 특히 댓글과 트랙백을 통해 다른 이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게 참 재미있다. 올블로그에 마련돼 있는 '블로고스피어에서는 지금'이란 코너도 그런 점에서 자주 찾는 곳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차에  재미없는 zlinx.net 님이 쓴 왜 블로거들은 댓글을 잘 달지 않을까? 란 재미 있는 글을 읽었다. 사실 나도 늘 생각하던 것 중 하나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왜 블로거들은 내 글에 댓글을 잘 달지 않을까?'란 문제에 관심을 가진 적이 적지 않다. (사실 내 블로그 뿐 아니라, 내가 쓴 기사들에도 댓글이 거의 없는 편이다. 누가 그랬던가? 악플보다 더 서글픈게 무플이라고. ^^)

일단 내 블로그에 댓글이 적은 것은 재미없는 zlinx.net 님이 제시한 대로라면, 5)방문자 수가 적다,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그다지 재미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도 아니니, 뭐, 댓글을 달고 자시고, 할 것도 별로 없긴 하다.

이런 넋두리를 하기 위해 댓글 얘기를 꺼낸 건 아니다.

사실 내가 더 관심을 갖는 건 댓글의 수가 아니라 질이다. 정작 더 문제는 댓글이 많고 적음에 있는 게 아니라, '어떤 댓글이냐'는 데 있다는 얘길 하고픈 것이다. 곰곰히 살펴보면 상당수 댓글들은 '맞다' 내지는 '말도 안되는 소리 마라' 정도로 구성돼 있는 것 같다.

물론 댓글 공간을 통해 공감을 표하는 게 중요한 소통 수단이긴 하다. (그 가치를 폄훼하자는 게 아니니, 오해들 마시길. 나같은 중소형 블로그들은 '공감한다' 그 한 마디에 큰 힘을 얻으니까. ^^) 하지만 블로고스피어가 '이슈 중심적인 공간'이라고 가정하자면, 정작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이슈에 대해 토론을 하고 논쟁을 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런데 블로고스피어에는 단편적인 '배설'은 많지만, 그것들이 함께 연결되는 토론이 드물다는 것이다. (특정 키워드를 둘러싼 공방은 물론 많다. 하지만 그건 꼭 블로고스피어가 아니더라도 활발하다. 또 상당수 공방들은 특정 키워드를 사용한 '방문자 유입'을 노린 측면이 강한 느낌도 든다.)

댓글이란 게, 오프라인 공간으로 치자면 일종의 토론 수단이 될 것이다. 따라서 나는 댓글이 드물거나, 특히 토론 내지 논쟁이라고 할만한 댓글이 드문 것은 바로 우리가 제대로 된 토론문화를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건 재미없는 zlinx.net 님이 1)번과 4번)으로 제시한 것과 비슷한 듯하다.)

블로고스피어를 보면 자극적인 비난은 많은 데, 잔잔한 토론을 드문 듯하다. 이를테면 '디워'를 둘러싼 공방 역시 감정은 앞서고, 이성은 뒷전으로 밀린 듯한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그건 블로고스피어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디워 공방>을 벌이고 있는 평론가들 역시 토론보다는 직설적인 비난을 앞세우는 쪽이 많은 듯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댓글의 빈약(수, 량 측면 모두)은 그 근원을 블로고스피어에서 찾을 문제는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보다는 '토론문화가 실종된' 우리 사회의 근원적인 문제와도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얘길하고보니, 꼭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뻔한 얘기를 되풀이한 것 같아서 좀 그렇다. 하지만 블로고스피어에서나, 현실에서나, 이를테면 애정을 밑바탕에 깐 진지한 비판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그건 비판을 하는 쪽이나, 비판을 당하는 쪽이나, 다 마찬가지다.
  • 대륙횡단참새 2007.08.15 16:42

    저도 왜 내 블로그엔 리플이 안달릴까 하고 포스팅한적이 있는데..
    그 글조차도 무플이었습니다^^;; 저는 의견공유 토론의장보다는
    그냥 예전에 홈페이지 운영할때처럼 일상사에대한 커뮤니티정도..
    간단한걸 바라는데..일단 올블만 봐도 온통 요새는 디워 논란인것
    처럼..일상얘기가 끼어들기엔 어려운 공간이 된것 같습니다..
    IT와 시사를 제외한 일상적 담소로 가득한 메타사이트는 없을까요..
    요즘은 워낙 리플이 안달리니..막가자는 식으로 포스팅을 해버리고
    있습니다..

  • 은파리 2007.08.15 18:42 신고

    저의 고민 이기도 하군요...
    저 역시 남의 블로그느 자주 방문 하면서도 댓글을 단다는게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흔적 없이 나오는 경우가 허다 합니다.
    그런데 블로거님들이 이건 알아야 할것 같습니다.
    댓글을 달아주는 분들을 쥔장은 너무나 고마워 한다는 사실을.....
    저도 이제부터라도 실천 하도록 노력 해야 겠습니다.

  • 플로우 2007.08.16 00:29

    글을 정성스럽게 써본적도 없지만 내심 댓글을 기대하는 저의 욕심은 끝이 없네요..^^;
    그래서 될수있는한 "많이 댓글을 달자" 라고 생각 합니다..

  • 기차니스트 2007.08.16 01:24 신고

    사보타주의 광고 클릭보다는 댓글쪽을 다는데,
    (읽은 글들은 무족건 댓글,.)
    이런 식으로 하다보니, 다녀가시는 분들도
    자신의 다녀감을 댓글로 남겨주시더군요.

    뭐, 이런건 자신의 생각과 움직임이니까,.
    각자의 판단에 맞겨야죠^^;

  • 월덴지기 2007.08.16 02:22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글 잘 읽었습니다.

    무플을 종식하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작게나마 댓글 기부금 제도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댓글을 다는 분들도 조금이나마 뿌듯한 마음을 가지실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아직 효과는 미미하지만요. ^^

    소개하는 마음에서 트랙백 걸겠습니다.

  • 용희 2007.08.16 03:01 신고

    제 생각에는 방문객수 중에는 검색봇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실방문자가 적어서 그런거 같습니다.
    당연히 사람도 적으니 댓글도 ^^;;

  • 뎅디리 2007.08.16 11:53

    우리나라의 토론문화 부재, 익명성 추구, 나서지 않는 성향 등으로 인해 댓글이 적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도(프랑스는 좀 다르지만) 댓글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대화를 위해' 블로그를 방문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보시면 그 원인을 좀 더 정확히 찾아낼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오히려 대화할 거리는 생각도 않다가, 우연히 댓글을 남겨 글에 대한 이슈를 생산하는 것이 더 놀라운 일이죠 :)

  • 버트 2007.08.21 09:35 신고

    아마도 자신이 다른 이의 블로그에 꾸준히 리플을 달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리플을 잘 읽어보면 자신의 포스트를 잘 읽어본 사람이 그것에 대한 생각을 나열한다기보다 "좋아, 제목 잘 봤고 리플달았으니 내 블록도 함 방문해 다오." 식의 리플을 달기 때문이겠지요.

    부담스럽지만 그들의 리플이 그리울테니 자신도 대충 달아주고 와야하는 것들이 쌓이고 쌓이는 것이겠죠.:)

  • 쥬니캡 2007.09.10 13:23

    김기자님, 에델만 코리아의 이중대입니다. 첫 댓글을 다네요. 저도 예전보다 제 블로그의 방문자수와 방문자들의 댓글이 많이 없어졌네요. 아무래도 저의 블로그 토픽인 비즈니스 블로그, 쇼셜 미디어에 대한 블로거들의 관심도가 예전 같지 않은가 봅니다요. 즐거운 가을 맞이하시길!

  • 하늬사랑 2007.09.14 17:02

    토론문화의 부재라는 말씀도 일면 옳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는 저의 글이 지속성을 가지느냐가 신경쓰입니다. 한번 쓰곤 어디 있는지 잊어버릴 글이면 간단히 쓰거나 쓰려다 포기하는 쪽입니다. 반면 네이버 신문기사엔 꾸준히 쓰는 편인데 나의 댓글이 저장되기때문이죠. 얼마시간이 흐른 뒤 다시 보거나 댓글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아마 블로그에 댓글을 토론식으로 나중에 다시 보는 기능이 있는걸로 아는데 사용법이 까다로운거 같더군요. 아무튼 사람들이 자주 찾고 가치있다고 느끼는 블로그에 댓글이 많이 달린다고 생각됩니다.

올블로그가 반기에 한번씩 발표하는 'Top 100 블로거'가 발표됐다. 별다른 상금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마크 하나 달아줄 뿐인데(다른 선물도 있나? Top 100 블로거가 돼 본 적 없어서.) 선정된 사람들이 다들 즐거운 메시지들을 날리는 걸 보니, 구경하는 입장에서도 그저 흐뭇할 따름이다.

이런 게 정말 멋진 상 아닌가, 란 생각도 해 봤다. 어쩌면 'Top 100 블로거'란 것이 네티즌들이 주는 상일수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

그러면서 톱 100 블로거들을 한번 훑어봤다. 1위에 랭크된 무브온21부터 떡이떡이, 다크맨, Hoogle 등 다들 쟁쟁한 블로거들이었다. 또 평소 오며가며 참 블로깅들 열심히 한다, 고 생각했던 분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청와대 블로그, 심상정, 민언련, 국회의원 한명숙의 블로그 등도 보였다.

이들을 보면서 크게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첫째, 역시 주제 의식이 뚜렷한 블로거들이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키워드 글쓰기'를 통해 일회성으로 독자들을 모은 블로거들이 적은 대신, 한 두 가지 주제를 꾸준히 다뤄온 블로거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는 점이다. 올블로그의 톱 100 블로거에 얼마나 많은 신뢰를 보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네티즌의 평판시스템(혹은 올블로그의?)은 나름대로 굴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참여 저널리즘 활동이 갈수록 확산될 조짐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사실은 이 얘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청와대 블로그, 심상정, 민언련, 한명숙 의원의 블로그를 주목한 것은 그들이 유명하고, 권력을 가진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 동안 언론을 통해 대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야만 했던 부류라는 점이다. 이들이 블로고스피어에 직접 뛰어들어, 소위 '당사자 보도(native reporting)'를 하면서 나름대로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는 점이 내겐 특히 눈에 띄었다.

물론 청와대 블로그나 심상정 의원의 블로그를 꼼꼼히 살펴보지 못한 내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다소 성급할 수도 있다. 또 한 때 청와대 블로그는 "인터넷 공간에다 담화문을 붙여대고 있다"고 비판한 적도 있다. 그 비판은 지금도 그냥 거둬들일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이 네티즌들과 함께 소통하려는 노력을 한다는 점만은 높이 평가해도 될 듯하다.

어쨌든 이런 의미를 떠나서, 톱 100 블로거에 이름을 올린 모든 블로거들께 축하 인사를 전한다. 하루 방문객이라고 해야 기껏 300, 400명 남짓한 중소형 블로거인 나로선,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블로그들이 대단할 따름이다.

물론 올블로그의 '톱 100 블로거'가 과학적인 상은 아니다. 또 '펌' 블로그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는 비판도 있는 줄로 안다. 하지만 난 '톱 100 블로거'들에서 나름대로의 '코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점이 반갑고 기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