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딸 아이한테 자주 듣는 얘기다. 김포외고 입시 파동으로 한바탕 맘 고생을 했던 딸 아이는 언제부터인가 기자들을 극도로 불신하기 시작했다. 기자들이 같은 얘기를 제목만 조금씩 바꿔서 써대는 기사가 너무 많다면서, "제발 아빠는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실제로 김포외고 입시 문제 유출 사건 당시 엄청난 추측 보도와 오보 때문에 우리 집도 맘 고생 좀 했던 터라, 딸 아이의 이 같은 말에 딱히 반박할 수도 없었다. 김포외고 입시 문제가 유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 불과 30분만에 "경기 9개 외고 전면 재시험 치르나"란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한 것을 필두로 연일 추측 보도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내 딸 아이는 김포외고 합격생이 아니다. 이번 외고 입시 부정에서 전혀 이름도 거론되지 않은 경기도내 다른 외고에 합격했다. 이처럼 김포외고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우리 집안이 그랬으니, 김포외고 입시와 직접 관련되었던 사람들은 무차별적으로 보도되는 기사 때문에 얼마나 마음 고생을 많이 했을까?

그러던 차에 오늘 또 낚시성 기사를 발견했다. 김포외 재단전입금도 제대로 내지 않아 란 기사가 바로 문제의 낚시 기사였다. 이 기사는 김포외고가 재단전입금도 제대로 내지않았다는 제목을 내세웠다. 공구상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외국어고등학교를 설립했으며, 지금도 자기는 공구상 일을 할 뿐 학교에는 일체 간섭하지 않는다는 김포외고 재단이사장 얘기를 읽었던 터라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었다.

비슷한 기사를 김포외고 등 도내 사학 90%, 재단전입금 '찔끔' 이란 제목을 달고 내보낸 언론사도 있었다.

기사의 요지는 경기도내 사학 중 재단전입금을 전액 납부한 곳은 9.5%인 14개교에 불과하다는 내용이다. 그러니 경기도내 사학 90%는 재단 전입금을 완납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 기사의 정확한 제목이 될 것이다.

그럼 김포외고는? 이 기사에 따르면 재단전입금 납부율이 70% 수준이다. 기사를 보니 한푼도 내지 않은 곳도 9개 고교나 되고, 재단전입금 납부율이 10%를 밑도는 곳도 꽤 있다.

그런데 기자는 그나마 70%나 납부한 김포외고를 헤드라인에 집어 넣었다. 아에 '김포외고가 재단전입금도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제목을 뽑기도 했고.

물론 김포외고는 입시 문제 유출 사건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니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선 엄중한 책임을 묻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입시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도 철저하게 조사해 재발을 방지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내 사학 90%가 재단 전입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다는 기사의 제목에 김포외고를 버젓이 내세우는 것은 너무 심한 처사가 아닌가? 좀 심하게 얘기하자면, 이건 기자의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다. 기사 제목에 김포외고가 들어가야 할 타당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한 푼도 내지 않은 학교를 빼놓고 김포외고를 제목에 넣은 걸 보니, 납부율이 저조해서는 아닐테고. 그럼 김포외고가 저 기사 제목에 들어가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봐도,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김포외 재단전입금도 제대로 내지 않아란 제목에서 "김포외고가 입시 부정이 있었을 뿐 아니라 재단 운영도 특별히 악질적으로 못했구나"란 선입견을 갖게 된 것은 나의 이해력이 부족한 때문일까?

안 그래도 힘든 학교에 이런 식으로 확인사살하는 기사는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 만약 기사를 쓰는 기자의 자식이나 친척, 혹은 이웃이 그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이렇게 제목을 달 수 있겠나? 기자들이여, 우리 제발 낚시성 제목으로 독자들을 홀리는 일은 그만 좀 합시다.

덧글:
이 글 때문은 아니겠지만, 경향신문 기사 제목이 "김포외고, 재단전입금도 70%대 머물러"로 바뀌었다. 물론 "김포외고 재단전입금도 제대로 내지 않아" 보다는 낫긴 하지만, 저런 식의 접근은 여전히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