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스승의 날 무렵이면 '모교 방문' 행사를 한다. 자신들이 졸업한 중학교를 찾아가 선생님들께 인사도 드리고 후배들도 만나는 행사다.

참 의미 있는 행사라고 생각한다. 5월 초에 중간고사도 끝냈기 때문에 홀가분한 기분으로 모교를 찾는 모양이다. 후배들한테 학교 소개도 해주는지라 학생들 역시 나름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딸 아이는 그게 무척이나 부러웠던 모양이다. 자기는 방문할 모교가 없기 때문이다. (내 딸 아이는 중학교 과정을 홈스쿨로 마쳤다. 그리곤 검정고시를 거쳐 지금은 모 외국어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주변에선 사교육은 커녕, 공교육조차 받지 않고 특목고에 들어갔다고 '신화 창조'라고들 한다.)

물론 그 행사가 의무적으로 진행되는 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딸 아이도 남들 모두 갈 때 혼자 쓸쓸하게 집으로 와야하는 건 아니다. 남아서 자습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중학교 생활을 해보지 못했던 딸 아이는, 친구들이 중학교 선생님 찾아뵙는 게 못내 부러운 듯 했다.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말을 하는 걸 보니….

초등학교 졸업할 무렵 일반 중학교 대신 대안학교를 택했던 것은, 공교육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그 대안학교조차 문제가 생겨 홈스쿨을 하기로 했을 때, 걱정 못지 않게 나름 보람 있는 생활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실제로 딸 아이는 힘들어하면서도 잘 따라와줬다. 나름 고집도 세고, 성격도 까칠한 편인지라, 엄마와 자주 싸우긴 했지만, 그래도 힘든 과정을 잘 견뎠다.

지금도 생각난다. 딸 아이를 검정고시 시험장에 넣어주고 밖에서 기다리던 일이. 시험치고 나오면서 "과학 2개 틀렸다"고 울고 불고 하던 모습을 보면서 가슴 아팠던 기억도 아련하다.

그리고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 입학 시험 치르던 때도 생각난다. 2주 가량 열심히 시험 공부를 한 뒤 '자신 있게' 시험장으로 향하던 딸 아이의 무모한 용기도.

어쨌든 딸 아이는 고등학교 생활에 나름 잘 적응하고 있다. 학교를 무척 사랑하고, 선생님들을 정말로 존경하는 듯해서 보기도 좋다.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친구처럼 대해줘서 좋았고, 2학년인 지금 담임 선생님은 노련해서 좋다고 하는 걸 보면, 학교에 대한 만족도는 최상급인 듯 하다.

그렇기에 우린 중학교를 홈스쿨로 마친 걸 크게 후회하진 않는 편이다. 힘들었던 기억도 많지만, 그 못지 않게 소중한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 모든 친구들에게 '상식'인 일들이 딸 아이에겐 '특별한' 상황이 되는 걸 볼 때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번 '스승의 날' 건도 그런 면에서 많이 미안했다.

다른 한편으론 그것도 딸 아이에겐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른 아이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모교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몸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가면 모교 선생님들을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어쩌면 정말 진심으로, 선생님들께 전화라도 하지 않을까? 꼭 그러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딸 아이가 홈스쿨을 할 때 나는 '자칭' 교장이었다. 하지만 사실 내가 한 일은 별로 없다. 검정고시 원서 쓰는 것부터 특목고 입시 준비(라고 해봐야 겨우 2주 남짓이었지만.)까지 모두 아내가 알아서 했다. 하지만 일단 합격하고 난 뒤엔 내가 절반의 영광을 가로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