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이송희일 감독'이란 분이 성난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모양이다. 영화에 그닥 관심이 없는 나로선, 이송희일이란 이름부터 낯설기 그지 없었던 터라, "그냥 난리들인가보다" 생각하며 넘어가려 했다. 게다가 (작품성의 높고 낮음을 떠나) '디워' 역시 내 취향의 영화는 아닌지라, 처음엔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네티즌의 공세는 예사롭지 않은 모양이어서, 지금 이송희일 감독은 '사이버 테러'에 가까운 공격을 무차별적으로 당하고 있다. 이송희일 감독의 블로그는 이미 접속자 폭주로 난장판이 된 지 오래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논쟁과 비평 정신이 사라진 사이버공간'이란 말을 다시금 되뇌이게 된다. (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 사실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비평과 논쟁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사이버공간은 현실 공간의 확장이라고 해도 크게 그르지 않다.)

개인적으로 심형래 감독의 영화를 본 적은 없기에 뭐라고 덧붙일 말은 크게 많지 않다. 하지만 여기 저기 올라온 관련 글들을 종합해 보면 '스토리텔링'이란 측면에서 '디워'가 이뤄낸 성과는 그다지 놀라운 수준은 아닌 듯 하다. 이 부분은 예인 님의 '이송희일 감독의 디워 비평에 덧붙여'란 글 이 잘 지적해 주고 있다.

<디 워>를 옹호하는 사람들조차 이 영화의 예술로서의 가치보다 상품으로서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700억의 투자(investment)와 미국에서의 1500개 개봉관 확보, 이조차 거짓말로 점철된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만, 여하튼 이런 것들은 영화의 내적 가치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상품화된 영화가 얼마나 잘 팔려나갔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고, 이런 면에서 현재 <디 워>를 상징하는 외피는 문화적이라기보다 자본주의적입니다. CG의 발전과 '우리 기술'을 논하는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기술은 문화의 일부라기보다 산업(industry)의 일부로 보아야 타당합니다.

'디워' 얘기는 지난 해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개봉될 무렵부터 들어왔다. 한국적 CG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영화로 기대를 모아왔던 작품이다. 실제로 많은 언론들도 심 감독이 LA에서 탱크를 동원해 영화를 찍을 때부터 '디워' 소식을 심심찮게 전해 왔다.

물론 이런 심형래 감독의 열정은 충분히 인정한다. 그리고 그 '열정'에 대해 "그 놈의 열정 얘기 좀 그만해라. <디워>의 제작비 70억이면 맘만 먹으면, 난 적어도 350개, 혹은 퀄리티를 높여 100개의 영화로 매번 그 열정을 말하겠다"는 이송희일 감독의 비판 역시 다소 서툰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다소 서툴긴 했지만, 뭐 공식적으로 언론에 발표한 것도 아니고, 자기 블로그에 올린 글인데, 그 정도야 허용되는 것 아닌가? 이송희일 감독이 좀 더 냉정하게, '격식을 갖춘 비평'을 했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뭐 그 정도 비판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그것에 대해 갖은 욕설로 화답하는 게 과연 '네티즌들의 자유'란 말로 허용되는 것일까?

이 사건과 함께 최근의 '디워' 공방을 보면서 아쉬운 것이 바로 '진지한 비평'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디워'의 외적 풍요로움과 화려함에 대한 이야기보다, 영화 작품 '디워'의 완성도에 대한 진지한 비평 말이다. 또 개봉 ** 일만에 몇 백만 관객 돌파했다는 '뻔한' 영화 기사보다, 이 영화의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아쉬운 지에 대한 좀 더 진지한 비평 말이다.

'디워'와 '화려한 휴가' 등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모처럼 한국 영화가 힘을 좀 쓰고 있다. ('디워'가 국적 논란에도 휘말려 있는 모양이니, 이 부분 역시 '한국 감독이 만든 영화'로 바꿔놔야 할 듯하다.) 좋은 일이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한국 영화를 살려야 한다는 '애국심'이 지나쳐, 국산 화제작들에 대한 진지한 비평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외적 권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혜안. 그리고 사랑하기에 더 꼼꼼한 비평의 칼날을 들이댈 수 있는 과감함. 이런 것들이 생산성 있는 비평과 논쟁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 아닐까? 그런 점에서 '디워'와 '이송희일 감독'을 둘러싼 소모적인 공방은, 다시금 생산적인 토론문화 실종에 대한 아쉬움을 진하게 곱씹게 만든다.